김용남은 대통령, 조국은 인물론, 유의동은 토박이 꺼냈다 [평택을 르포]

‘이재명의 선택’(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 ‘평생을 평택에서’(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큰 일꾼’(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6·3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세 후보는 저마다 자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택 안중읍 한복판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인구 4만명인 안중읍은 한때 도농 복합 지역인 평택 서부권의 중심지였지만,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벨트와 함께 부상한 고덕국제신도시에 가려 상대적 박탈감이 짙어진 지역이다.

이들은 유동 인구가 몰리는 사거리와 안중전통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김 후보는 오전 7시 안중읍의 사거리에서 우비를 입고 연신 출근 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의 주력 무기는 이 대통령이었다.
피켓에도 이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사진을 큼지막하게 인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진영을 넘어선 확장 정책을 펴왔고, 저는 그 한가운데 있는 진짜 친명 후보”라고 했다. 이날 그의 곁에 선 지원군도 대부분 친명계였다. 안중시장 유세 현장엔 강득구 최고위원, 모경종 의원이 동행했다.

김 후보는 줄곧 조 후보를 겨냥해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안중시장에서 “저는 누구처럼 대선주자로 뛰지 않고, 이 대통령과 식사하며 지역 예산을 따오겠다”고 했다. 조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엔 “변화에 저항하는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고 받아쳤다.
그의 지지층도 이 대통령을 언급했다. 청북읍에 거주하는 정선화(53)씨는 “이재명 정부가 경제와 외교 모두 잘하고 있으니 여당 후보를 도와줘야 한다. 조국은 입시 비리 실망감이 크다”고 했다.

평택에서 3선을 지낸 유 후보는 토박이임을 강조했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시민들의 동선도 꿰고 있었다. 오전 6시 서평택국민체육센터 앞에서 명함을 돌리던 유 후보는 “여기 체육관은 오전 6시 30분에 수업이 시작이라 주민들이 5분 전엔 다 들어간다”며, 이후 인근 사거리로 옮겨 출근길 인사를 이어갔다.
오전 11시 안중시장에서 연 출정식에선 김·조 후보가 지역 사정을 잘 모른다고 공격했다. 그는 “김 후보는 평택에 산 지 한 달도 안 됐고, 조 후보는 평택시를 평택군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때로는 이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유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에 대해 “4심제를 만들더니, 이젠 특검을 통해 (이 대통령) 공소까지 취소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 차량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선 “농번기라 전화를 받을 시간도 없는 분이 많다. 여론조사와 민심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도 유 후보가 지역 사정에 밝은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안중 전통시장에서 만난 염동식(71)씨는 “이 지역 출신인 유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며 “여당이 법을 다 뜯어고치는 상황에서 보수가 무너져선 안 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조 후보는 인물론을 내세웠다. 안중읍과 가까운 청북읍에서 출근길 인사를 한 조 후보는 이름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피켓을 들고 우비를 입은 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KTX 경기남부역사 예정 부지로 거론되는 해창리 출정식에선 “정당이 아닌 인물을 선택해달라”고 했다.
안중시장 유세에선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경력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장관·차관·당 대표와 바로 전화할 수 있다”며 “큰 평택이 되려면 힘센 일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박은정 의원이 현장을 찾아 “검찰개혁의 적임자는 조 후보”라고 힘을 보탰다.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조 후보는 출근길 인사 뒤 인터뷰에서 “이젠 조국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유권자들은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지지자들도 조 후보의 이름값과 능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안중시장에서 27년째 김밥집을 하는 유영옥(68)씨는 “민주당 지지자지만 이번엔 조국을 택하려 한다. 당 대표도 했고, 평택을 위해 뭐라도 해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도 이날 각각 안중읍과 고덕동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황 후보는 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보수가 이기는 데 필요한 모든 걸 해야 한다. 당장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우리 선거가 언제 쉬운 적이 있었나. (범여권) 단일화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평택=박태인ㆍ양수민ㆍ이찬규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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