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상금 비율 15% 제한…선수들은 “인터뷰 15분만”

피주영 2026. 5. 22.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발렌카(왼쪽), 신네르. [AFP·AP=연합뉴스]

오는 25일 개막하는 테니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에 앞서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인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주위에 전운이 감돈다. 개막에 앞서 열릴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간판급 스타 선수들이 시계를 보다 15분이 지나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초유의 촌극이 벌어질까 대회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유는 돈, 그리고 자존심이다. 영국 BBC는 21일 “프랑스오픈 주요 참가 선수들이 오는 23~24일 열릴 사전 기자회견에서 15분이 지나면 퇴장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상위 200위권 선수 대부분과도 ‘15분 퇴장’에 대한 기준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회 주최측인 프랑스테니스연맹(FFT)의 ‘짠물 배당’을 향한 선전포고다. 영국 가디언은 “기자회견 참가 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한 건 프랑스오픈 수익금 중 선수들에게 배분하는 상금의 비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정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반란의 선봉엔 거물들이 섰다. 지난 5일 남녀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남자 4위이자 ‘리빙 레전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필두로 남녀 톱랭커 20명이 “프랑스오픈의 상금 규모는 심각한 문제”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에서 실제로 15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설지 여부는 선수 자율에 맡길 예정이지만, 간판급 스타들이 단체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면 ‘테니스의 성지’로 불리는 롤랑가로스의 체면은 구겨질 수밖에 없다. 방송사와 스폰서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고도의 압박 전술이다.

FFT가 미리 발표한 올해 상금은 전체 수익의 14.3% 수준이다. 전년 대비 9.5% 올렸다고 생색을 냈지만, 지난해 9월 열린 US오픈(20%)이나 지난 2월 막을 내린 호주오픈(16%)의 인상률에 비하면 초라하다. 남녀 프로테니스 투어(ATP·WTA) 대회 평균 배분율(22%)과 견줘도 한참 모자란다. 또 다른 메이저대회 윔블던도 다음달 중순께 상금 규모를 확정해 공개할 예정인데, 이번에 집단 행동을 예고한 건 콧대 높은 윔블던에 미리 던지는 경고장의 의미도 있다.

코트의 주인공들은 4대 메이저 권력을 향해 ▶정당한 몫 배분(2030년까지 수익 대비 상금 비율 22%로 증대) ▶복리후생 강화 ▶일정 등에 대한 선수 발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신네르는 “메이저 대회의 상징성과 주목도를 감안할 때 낮은 상금은 선수를 향한 존중이 빠져있다는 증거”라며 날을 세웠다. 사발렌카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향후 대회 보이콧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당황한 FFT는 “선수들이 단체 행동을 결의한 건 유감이지만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귀족 스포츠의 우아한 포장지 속, 돈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 투쟁의 민낯이 롤랑가로스의 붉은 흙먼지처럼 날리고 있다.

피주영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