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님, 팔레스타인 정책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정환빈 2026. 5. 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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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역사 연구자의 제언

[정환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1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님께,
저는 지난 11년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해 온 정환빈입니다. 대통령께서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공개 규탄하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양자 분쟁이나 중동발 경제 안보 관점을 넘어서 인권 및 국제법 문제로 연결 지은 점에 경의를 표합니다. 나아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통령의 국제규범 기조에 어긋나는 우리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재검토하고 바로잡을 것을 촉구합니다.

1. 팔레스타인 정부 동의 없는 가자지구 해역 가스 탐사 & 개발 참여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은 2023년 10월 29일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 해역이 포함된 해양 가스전 탐사권을 획득했다. 이는 가자 해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관할권 주장을 인정하는 조치로 해석되므로, 국내외에서 국제해양법, 국제인도법 위반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반면, 2026년 5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가자 해역으로 향하는 구호선단을 이스라엘이 인근 공해에서 임의로 나포한 사건을 두고 국무회의에서 "거기가 이스라엘 영해냐",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관계없는 데 아니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스라엘은 가자 해역의 자원 개발권을 제3국에 매각할 권리가 없으므로, 석유공사의 자회사 운영 방침이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위반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앞서 이스라엘은 2022년 12월 제4차 해양 가스전 탐사 입찰을 공고하며 탐사 구역에 팔레스타인 측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설정한 가자 해역을 상당수 포함했다. 다나는 이탈리아 기업 에니(Eni)와 이스라엘 기업 라티오 페트롤리엄(Ratio Petroleum)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G 구역"의 탐사권을 획득했으며, 해당 구역의 62.2%(1063.3km²)가 가자 해역에 위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컨소시엄의 운영사였던 에니는 최근 사업에서 철수하였으나, 다나와 라티오는 사업 지속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가자 해역의 자원 수탈 논란에 연루된 나라는 현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2. 인권 보호를 위한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 필요성

2026년 4월,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인권 존중과 국제법 준수를 여러 차례 촉구하였으나, 그러한 관심이 팔레스타인의 권리 보호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인 서안과 가자지구를 반세기 넘게 불법 점령한 채 토지 약탈, 유대인 마을 건설, 주민 추방, 구금, 고문, 사형 등의 인권 침해를 자행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주권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과 미국 등 서방권 국가를 중심으로 30여 개 국가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국가로서의 권리 행사를 부정한다.

현행 국제법 체계에서 민족자결권은 인권 보장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과거 유대 민족주의자들이 유럽의 반유대주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건국한 것처럼,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석유공사가 팔레스타인의 경제수역을 침범하여 자원 개발에 참여한 작금의 사태도 따지고 보면 우리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해양 주권을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4월 12일,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외교 참사로 묘사하는 국내 세력과 이스라엘을 향해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 그게 우리 헌법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다"라고 소셜미디어 X에 게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수립된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의 합의 없이는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대통령의 국제규범 기조는 온라인에 기록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외교 정책을 점검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간 우리 외교 정책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이나 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하되, 유엔 체제에서 외교적 위신을 지키기 위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원론적으로만 옹호해 왔다. 이러한 국익 중심의 외교 기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 문제는 개발 원조와 같은 비정치적 영역에 국한해 다뤄져 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및 가자지구 불법 침략 행위 등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국제규범 준수를 공표한 만큼, 이제는 새로운 기조에 맞추어 외교 정책을 재정비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대통령의 친인권 외교 기조가 우리 사회 내부에서 불필요한 반발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분쟁의 역사적 배경과 오늘날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실태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수반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외교부 팔레스타인 개황에서조차 밸포어 선언이 유대인 국가를 약속해 분쟁이 생겼다고 기술하는 등 잘못된 지식이 만연하다.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알린다면, 우리 국민들이 국제사회와 같은 눈높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고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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