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 속…소외주엔 희망이 없다? [US REPORT]
지난 5월 12일(이하 현지 시간) 나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충격적이었다. 헤드라인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8%, 전월 대비 계절조정 기준 0.6% 올랐다. 연간 CPI 상승률은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다음 날인 13일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충격을 키웠다. 4월 PPI는 전월 대비 1.4% 급등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0.5%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6%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줄이고 있다. 5월 초 나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보고서는 달라진 월가 분위기를 보여준다. BofA는 올해 초 연내 금리 인하를 기본 전망에 포함했지만 최근 이를 철회하고 다음 인하 시점을 2027년으로 미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연준을 이끌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초 월가의 기본 시나리오는 단순했다. 연준이 연내 한두 차례 금리를 내리고, 완화적 통화 정책 기대가 증시 전반의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을 끌어올린다는 전망이었다. 투자자는 금리 인하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식 시장 상승 범위를 넓힐 것으로 봤다.
하지만 뜨거운 물가를 확인한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했고, 그 자리를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채웠다. 시장의 질문도 “언제 금리가 내려갈까”에서 “어떤 기업 이익이 늘 수 있을까”로 옮겨갔다.

증시 등락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 이익, 다른 하나는 그 이익에 시장이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느냐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 지표다. 강세장은 보통 두 변수가 동시에 좋아질 때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멀티플 확장을 정당화할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국채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시장 멀티플 확장 여지는 좁다. 그렇다면 증시가 오를 이유는 하나다.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는 섹터를 찾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는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엔비디아 GPU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대거 사들이는 중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 마이크론 주가는 연초 대비 150% 넘게 올랐지만, 12개월 선행 PER은 8배가 채 되지 않는다. 예상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선행 PER 역시 7배를 밑돈다.
이는 시장 자금 흐름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 기대가 희박한 시장에서 투자자는 막연한 성장 스토리에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기 어렵다. 실제 이익이 늘고, 그 증가세가 숫자로 확인되는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된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향후 증시 랠리는 시장 전체가 동참하는 강세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대형주 상승으로 지수는 오르지만, 대다수 기업은 소외되는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관건은 지금까지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다. 이익 전망이 주가 상승을 계속 정당화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는 금리 인하 시점보다 반도체 이익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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