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센터장이 말하는 1만피 조건은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5.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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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이 ‘코스피 고공행진’ 뒷받침
‘멀티플’ 올릴 때…‘장기 자금’ 확보해야

시장 관심은 코스피가 우상향을 이어갈지에 쏠린다. 매경이코노미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명과 함께 코스피 추가 상승 조건을 짚어봤다.

‘반도체 재평가’ 첫 관문

“멀티플 회복 시 1만피 충분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이 제시한 올해 코스피 전망치 중 최상단은 8400~9000선 수준이다. 5월 13일 기준 코스피는 7844다. 최대 14%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보는 것이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상승 논리는 단순하다. 코스피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지수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상승은 실적 상향에 기반한 흐름”이라며 “실적 전망치를 코스피가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지속적인 우상향을 위해선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게 센터장들의 의견이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이익이 좋아도 낮은 멀티플(배수)을 받았다. 멀티플은 기업 몸값 기대치로, 주가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등 각종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메모리는 경기순환주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익이 급증해도 정점 이후 급감할 수 있다는 의심이 PER을 눌렀다. 이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이익 증가 자체가 아니라 ‘멀티플 회복’이라는 진단이 이어진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증시는 주당순이익(EPS)의 급등에도 PER이 오히려 낮아졌는데, 이번 이익 사이클이 구조적으로 안착하기보다 여전히 사이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의 장기공급계약(LTA) 증가, 기업 주주환원 지속, 미국 대상 성장주들의 장기 이익 사이클 증명이 맞물리면 자연스럽게 멀티플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 뒤엔 불황이 찾아오는 역사가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LTA가 늘면서 구조적인 성장 흐름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메모리 반도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PER로 바꾼 배경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단기 사이클이 아닌 장기 성장 흐름에 올라탔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증권가의 평가 잣대도 자산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옮겨간 것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과거 이익 변동성이 높아 주가 측면에서 할인을 받아왔다”며 “지금은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LTA가 늘면서 중장기 이익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시장 주도주가 추세 성장 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메모리의 미래 이익을 시장이 신뢰하기 시작한다면 코스피 상단을 열어줄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빅테크 CAPEX 지켜봐야

“금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코스피 지수 상승의 변수도 반도체 업종에 있다는 게 센터장들의 진단이다. 핵심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여부다. 빅테크가 AI 인프라 투자를 줄이면 반도체 실적 가정이 흔들린다. 반대로 투자가 이어지면 코스피 이익 전망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윤창용 본부장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업체)들의 투자 전망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기업들의 순현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때도 투자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티플 정상화’가 이뤄지면 코스피 1만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진우 센터장은 “현재 이익 추정치 기준으로 코스피가 역사적 평균 PER 수준만 회복해도 코스피 1만 선 접근이 가능하다”며 “단 PER 수준의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유지될 수 있는지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외부 변수를 무시할 순 없다. 대표적으로 금리는 멀티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금리가 다시 올라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는 낮아진다. 멀티플 확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추세적 긴축은 AI 산업에 가하는 외부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도 단기 핵심 지표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민감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5월에도 4월처럼 급하게 상승할 경우 이후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신뢰 개선 → 멀티플 제고

‘외국인 접근성·장기자금’ 핵심

센터장들은 코스피가 우상향하려면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과제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이 언급된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다음 단계는 실적 장세에서 제도 신뢰 장세로 넘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주주환원 확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지속성도 강조된다. 정부 밸류업 정책이 한낱 이벤트로 끝나면 시장은 다시 할인율을 높인다. 반대로 제도가 일관되게 작동하면 멀티플이 올라간다는 평가다. 이진우 센터장은 “코리아 프리미엄의 구조적 정착은 재평가 모멘텀이 정책 일회성이 아닌 자본 시장 거버넌스의 항상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향후 1~2년 핵심은 운영 단계에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접근성 개선 역시 지속적인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해외 투자자가 쉽게 사고팔 수 없다면 가격은 낮게 매겨질 수밖에 없다. 조수홍 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은 국내외 투자 자금의 구조적 유입 기반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며 “정책 모멘텀의 일관된 추진 지속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기 자금 유입도 숙제다. 주가 상승이 단순한 수급 쏠림이 아니라 장기 자본 유입으로 이어져야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욱 높아진다. 이를 위해 연금과 세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윤창용 본부장은 “장기성 자금이 시장에 남아야 한다”며 “장기 상품 다변화와 세제 혜택 증가 등 국민 노후를 자연스럽게 주식으로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들려줬다.

비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멀티플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하다. 조선, 방산, 전력기기, 로봇, 자동차, 바이오, 콘텐츠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늘어나면 한국 증시는 단일 사이클 시장이 아니라 복수 성장 엔진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여러 업종이 함께 이익을 키워야 시장 변동성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박연주 센터장은 “미국처럼 중장기 우상향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며 “인재 육성, 벤처 생태계 활성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규제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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