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끝났다”…정운찬이 말한 AI 시대 생존 전략

정 전 총리는 21일 열린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구조적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오늘의 실패 원인이 된 현실을 인정하고 국가 운영 원리와 경제 생태계를 새롭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가 동시에 고착화하는 구조적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대기업 중심 성장 구조 속에서 혁신 동력이 약화됐고, 청년층 역시 창업보다 안정적인 직군으로 몰리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처럼 대기업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AI 시대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AI 기술이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소수 기업이 독점할 경우 산업 격차와 양극화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총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데이터·알고리즘 공유 기반 생태계’를 제시했다. 대기업이 데이터를 개방하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지원하는 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제조업 AI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봤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공급망 내 대체 불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AI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역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독점하면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공공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BASIC AI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시스템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성공률 98%의 R&D는 혁신이 아니라 도전 부재를 의미한다”며 “단기 성과 중심 평가를 벗어나 실패를 허용하는 혁신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체계 변화 역시 AI 시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단순 암기식 교육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협업 능력,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리터러시 교육 확대와 평생교육 체계 구축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AI 기술의 혜택이 특정 자본에만 집중되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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