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없는’ 네타냐후 체포영장…“국내법으로도 체포·처벌 가능”

이재명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거론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적 측면만 놓고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2007년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국제형사범죄법)에 따르면 체포는 물론 처벌까지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의 시효는 사실상 무기한인데, 네타냐후 총리가 후일이라도 국내에 들어올 경우 언제든 체포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두고 “ICC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체포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탑승했던 한국인 활동가들이 탑승한 배를 나포한 뒤 이들을 체포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서 “네타냐후가 한국 영토에 발을 딛는 순간, 한국은 ICC에 신병을 인도할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ICC 당사국인 한국이 ‘로마규정’에 따라 ICC의 수사·기소에 전면 협력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ICC는 2024년 11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02년 설립된 ICC는 전쟁·반인도·집단살해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한 로마규정에 따라 설립됐다. 한국은 2000년 로마규정에 서명하고 2003년 비준을 완료한 당사국이다.
로마규정에 따르면 당사국은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 대상자가 자국 영토에 입국하면 체포·인도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에 따른 민간인 공격과 학살, 식량 등 생필품과 의료구호 차단 등 로마규정상 인도에 반한 죄와 전쟁범죄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로마규정과 별개로 국내법인 국제형사범죄법에 따른 처벌도 가능하다고 본다. 박 교수는 “국제형사범죄법은 인도에 반한 죄(9조), 사람에 대한 전쟁범죄(10조), 금지된 방법에 의한 전쟁범죄(13조) 등을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ICC가 인정한 네타냐후의 혐의는 이 조문들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국제형사범죄법 3조의 ‘보편적 관할’ 규정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제형사범죄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이 법으로 정한 죄를 범한 외국인’이나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집단살해죄 등을 범하고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 등에게 적용된다. 박 교수는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는 인류 전체에 대한 범죄이므로 피해자의 국적이나 범죄 발생지와 무관하게 어떤 국가든 재판할 수 있다는 보편적 관할권 원칙을 국내법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한국인 활동가가 탄 선박을 나포한 뒤 체포한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면, 국제형사범죄법상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형사범죄법은 이를 ‘국제법규를 위반하여 사람을 감금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불법 체포 등 국내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시효가 무기한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주스페인대사를 지낸 이춘선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논문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에 따른 문제 검토’에서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이 한번 발부되면 이를 철회하지 않는 한 법적 효력이 평생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국내법인 국제형사범죄법 또한 집단살해죄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이스라엘에 나포·구금된 한국인이 풀려나자 “이스라엘 측이 우리 국민을 즉시 석방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이 대통령이 ICC에서 발부한 네타냐후 총리의 체포영장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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