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주식 준다’… 삼성전자, 빅테크식 보상 체계 도입
현금 유출 부담 줄이고, 인재 유출 막는 효과
“회사·직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대안”

삼성전자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도출한 잠정 합의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주식 기반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금 중심 성과급에서 벗어나 글로벌 빅테크처럼 자사주 기반의 장기 보상 체계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기준점이 되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변화를 꾀하면서 다른 기업 성과급 체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밤 마련한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그간 회사는 임직원들이 기본 성과급(OPI)을 주식과 현금 중 선택해 받을 수 있게 해왔다. OPI 금액 0~50% 범위에서(10% 단위) 자사주 보상이 가능하며, 전액 현금 수령도 가능했다.

이에 노조는 현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합의안에서는 OPI에 더해 새롭게 마련한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수령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지급받은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1년, 마지막 3분의 1은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가까운 구조다. RSU는 일정 기간 회사에 다니는 것을 조건으로 주식이 지급되는 보상 방식으로, 이후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현금 보너스 10~30%에 대규모 RSU를 지급하고 있고, 애플은 ‘직원 일괄 지급’ 대신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S급 인재’에게는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RSU를 몇 년에 걸쳐 지급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이벌 대만 TSMC도 핵심 인재들에게 주식을 3~4년에 걸쳐 나눠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주식 기반 보상은 단순한 보너스 지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곧 개인 보상 확대와 직결되므로 주인 의식을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회사로서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현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핵심 인재의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RSU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핵심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주식 보상을 통해 조직 안정과 직원 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시장에서 추가 매입할 방침이다. 국내의 경우 한화그룹이 2020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계열사 임원급부터 시작해 2024년에는 전 계열사 팀장급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내부 추산 결과 5대 계열사 팀장급 직원 중 88%가 현금 수당 대신 RSU 제도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일부나마 주식 보상 체계를 도입한 건 회사·직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안”이라며 “국내에서 스톡옵션 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한 법적 규제로 인해 활용도가 낮은 만큼 앞으로 RSU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보완해 장기 성과 보상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양윤선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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