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칠어진 패권 시대, 한반도 부전 선언 부른다” [월간중앙]

2026. 5. 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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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동맹의 진로, 북한의 선택

“미국·이란 전쟁, 미국 승리할 것… 중국 배후인 중동 반미 세력 선제적 제거”
“지금 필요한 건 남북한이 ‘전쟁하지 않는 관계’를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11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동북아 안보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한국이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 sir?)”

유효 수요 창출을 통해 경제공황을 극복한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가 폴 새뮤얼슨에게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변화한 현실에 맞춰 입장을 수정하는 유연성을 언급할 때 인용되는 표현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 경구(警句)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에도 적용됨을 요즘 실감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그는 동맹과 국제정치를 연구해온 학자 출신 외교·안보 전략가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미국·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21세기 동맹의 본질과 관철 방식이 급변하고 있음을 직시한다. 동맹이 가동되는 범위가 외교, 안보, 군사에서 산업과 공급망 등 경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경쟁하는 진영 간 접점이 증가하면서 국지적 분쟁이 빈발하는 등 세계도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對)북한 정책도 달라진 안보 지형에 조응한 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세팅이 필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예컨대 북·미 관계 정상화와 종전 선언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임을 전제, 남북이 각자의 체제와 한·미동맹을 유지한 채 상호 군사 충돌 방지에 중점을 둔 ‘부전(不戰) 선언’을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남북 관계도 “극적인 관계 전환, 한반도 경제권 같은 거대 구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우선은 전쟁하지 않고 공존·공생하는 질서를 만들어가며 최소한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밝혔다.

Q : 먼저 미국의 패권은 퇴조하는 건가요?
A : “많은 사람은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능동 반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패권 유지 방식의 변화가 수반되고 있지요.”

Q :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동기는?
A :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그린란드 이용권을 확보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더 이상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확고한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재편한 것이지요. 이를 패권 유지의 핵심 토대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 공격을 결정한 의도 역시 같아요. 잠재적 경쟁자와 도전 세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판을 정비하러 나선 것입니다.”

Q : 중국을 아우르는 견제 전략이군요?
A : “중국의 전략적 배후 공간이라 할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미 중동 세력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게 이란 공격의 핵심 목적입니다. 패권 작동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온 것이죠. 과거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 개방 같은 보편 가치와 국제질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패권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입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사용한다’는 기조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겁니다.”


“트럼프주의는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

Q : 버티는 이란의 강기(剛氣)도 만만찮아 보입니다만.
A : “미국 입장에서는 일종의 ‘잔디 깎기 전술’에서 ‘뿌리 뽑기 전략’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란의 핵 위협이 커진다고 판단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타격하는 선에서 더 이상 머물진 않겠다는 것이죠. 정권 교체를 포함해 이번에 결판을 짓자고 나선 듯합니다. 세부적으로는 핵물질 반출·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를 막고 경제 제재를 지렛대로 미국에 의존하는 길을 택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란이 강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파괴할 순 있어도 정복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전쟁 지휘부 참수 작전을 실행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면 이란도 달리 더 버틸 재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번 전쟁은 미국이 이기리라 예상합니다.”

Q : 일각에서는 최근의 흐름을 미국 패권 약화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A :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패권 유지 비용이자, 투자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군사 물자 소모도 상당하고, 미국 내 정치적 분열 역시 심화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군사 전략상의 약점도 노출하더군요. 먼저 항공모함으로는 근접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F-35 전투기가 피격되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군사력의 ‘불패 상징’이 흔들린 것이죠. 하지만 전략적 목표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역(逆) 봉쇄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란의 수출입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사실상 세계 주요 석유 수출로를 장악해 중국의 해상 에너지공급선까지 짓누르는 다목적 포석입니다.”

Q : 트럼프 이후에도 이런 방식이 미국에서 계속 통용될까요?
A : “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프주의는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승계됩니다. ‘국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힘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은 미국 안보 전략가들의 뇌리에 긴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미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압도적 제조업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절박하게 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AI, 일부 빅 테크 산업을 제외하면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산업 기반이 예전만 못합니다. 군사력을 동원해 산업과 공급망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Q : 동맹국들의 기류는 어떠한가요?
A :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했었죠. 지난해와 올해 제가 만난 나토 회원국들의 분위기를 보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습니다. 아울러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횡적 연대의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Q : 미국의 동맹 관리 방식이 단순한 ‘비용 분담 체제’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 분담 체제’로 이동하는 중이군요.
A : “과거에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동맹국들을 사실상 보호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각 지역의 동맹국들이 자기 지역 안보를 일정 부분 직접 책임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러시아를 견제하고, 동북아는 동북아대로 중국과 북한 문제를 관리하라는 식이지요. 나아가 미국은 자신들과 전략적 호흡이 맞는 국가들에 단순히 ‘보호받는 동맹국’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역할뿐 아니라 공급망 역할까지 함께 수행해달라는 요구입니다.”
2006년 9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왼쪽 조명 밑에서 대화를 받아 적는 이가 박선원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사진 노무현재단]


“동맹의 확장, 우리 호흡에 맞춰야”

Q : 한국 역시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역할과 부담을 요구받게 되겠군요?
A : “미국은 한·미동맹이 단순히 한반도 방어 차원을 넘어, 동북아 전체에 대한 억제 수단이자 전략적 기반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한국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 안보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한국이 받아들이길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 군함을 공동으로 건조하고, 공급망을 함께 구성하며, 전략 산업을 공동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 한·미동맹이 동북아 안보 전반을 시야에 넣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A :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단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요구하니 그걸 수용하자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량과 감당 가능한 수준 안에서 단계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합니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또 무엇은 받아들이기 어려운지를 찬찬히 따져 냉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식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호흡, 그리고 우리의 리듬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Q : 이게 기회일까요, 위험일까요?
A : “저는 대한민국이 이제 지정학적 굴레에서 벗어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양세력도, 대륙세력도 아니라면 한반도라는 좁디좁은 경계를 초월하는 사고를 해야죠. 세계는 넓고, 동북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경제력과 산업 경쟁력을 가진 국가이지요. 이제는 한·미동맹 하나로 모든 것이 규정되던 사고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한·미동맹은 여전히 북한을 비롯한 여러 불특정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토대입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결국 전쟁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국가 간의 관계이기도 하니까요.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유럽과 동남아, 호주 등 각각의 양자 관계를 국익 우선과 상호 호혜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조항을 삭제한 헌법을 개정했다. [연합뉴스]

Q : 북한이 최근 남쪽 국경을 대한민국으로 명시하는 등 ‘남북 두 국가론’을 헌법화했더군요.
A : “저는 민족과 통일이라는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일정 기간의 ‘타자화’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우리와의 결별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특히 올해 3월 2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을 보면, 과거에는 없던 영토 개념을 명확히 담아냈습니다. 이전까지 북한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전체를 통일과 수복의 대상으로 인식해왔었죠. 이번에는 자신들의 영역을 설명하면서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라는 표현을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긍정적 일면이 없진 않죠. 북한이 더 이상 대한민국을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북한, 대한민국을 향한 적대심 약화돼”

Q : 그런 변화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어떻게 예상할 수 있나요?
A : “북한은 고뇌가 깊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하면 그때도 러시아가 북한을 중시해줄까요? 1300㎞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정치와 경제에 위협이 아닐까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한 것도 중국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니 정리한 것입니다. 북한이 일시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에 기대고 있지만 세상은 모를 일입니다. 이미 대한민국 경제는 북한과의 공간적·지리적 협력 없이도 세계 시장 속에서 충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거리를 두겠다면 그렇게 합시다. 우리가 크게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북한이 이재명 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실수입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북한이 새 헌법에서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을 향한 적대성이 일정 부분 약화하였음을 보여주는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를 활용해야죠.”

Q : 그 전제에서 북한을 대하는 자세와 원칙은 무엇입니까?
A :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주의 독재 체제와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를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든, 북한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하나의 정치적 실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실체를 상대로 우리가 일방적인 기대를 걸거나, 과거의 방식대로 접근한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쉽게 개선될 계제는 아니지요.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과 ‘전쟁하지 않는 관계’를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일종의 ‘부전(不戰) 선언’ 같은 형태 말이지요.”


“지금 중요한 것은 ‘확장억제력의 현실화’”

Q :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는 데는 선행 조건이 있어요. 북한 비핵화에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고, 남북 간 종전 선언이 이뤄지며, 북·미 간 평화조약 체결과 외교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아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그 과정 자체를 원치 않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이란의 하메네이 다음 표적이 북한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겠습니까? 고민은 두 갈래입니다.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면서도 갑자기 군사력을 사용하잖아요. 협상 자체가 무덤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첫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는 좀 각별한 편이죠. 지금이야말로 손을 내밀 절호의 찬스라는 기대감도 있을 겁니다. 최근 일본의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 탐사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이 실무급 접촉을 개시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 중순 전후로 모종의 교신을 늘리고 싶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접점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두 사람 모두 포기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Q : 이는 대한민국의 국익에 연계되는 사안이기도 하지요.
A : “페이스 메이커를 자임하는 대한민국은 북한과 약간 거리를 두고 호흡을 길게 가지는 게 좋아요. 그게 기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북·미 관계 정상화도, 남북 종전 선언도 어렵다면 ‘정세가 어떻게 요동치든 적어도 남과 북은 더 이상 전쟁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와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말하는 ‘부전 선언’은 바로 그런 개념입니다.”

Q : 기존 남북 간 평화·협력 선언이나 합의와는 어떤 차별점을 갖나요?
A : “기존에 논의돼온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쟁 책임, 체제 문제, 북·미 관계, 핵 문제 등 사전에 정리해야 할 의제가 지나치게 복잡하지요.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런 역사의 문제들은 당분간 그대로 둔 채, 우선은 ‘앞으로 서로 싸우지 말자’는 최소한의 선언부터 해보면 좋겠어요.”

Q : 남북 관계의 전개 방식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지겠군요.
A : “통일이나 경제 교류, 협력 자체는 물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 그것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우리가 먼저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통일 어젠다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에 규정된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는 영토 조항 역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국가 정체성과 헌법 질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 :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평소에도 호전적인 언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보는 ‘스모킹 건’이 아니라 ‘장전된 총’만으로도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 역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A :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북한이 우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위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위협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군 상륙함 뉴올리언스 호에 승선한 미 해병대원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작전 중 선박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사진 미 중부사령부 X 캡처]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에 태평양 열어주는 것”

Q : 어떤 방법론을 염두에 두나요?
A :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심축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확장억제력의 현실화’이죠. 미국의 핵우산이 이름만 존재하는 ‘찢어진 우산’이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작동 가능한 억제력이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미국과 한국이 함께 즉각적으로 핵우산 체제를 가동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성과 실행력을 갖추는 건 필수입니다. 한국은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방위산업 역량을 기반으로 첨단 재래식 전력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핵 억제력과 재래식 전력 우위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억제 구조가 가능해요.”

Q : 이렇게 핵 억제력을 미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선택적으로, 또 우리 호흡에 맞춰 가져갈 여지가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데요?
A : “현재 한국과 미국은 이른바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육·해·공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해 전체적인 억제·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개념이지지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은 단순한 동맹 유지 차원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고 태평양 전략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일 주둔 미군처럼 주한미군을 손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진 않아요. 예를 들어 주한미군을 일본으로 재배치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중국의 태평양 진출 공간을 열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은 2년 전, 22대 총선을 앞두고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통일과 민족 개념을 부정한 북한 지도부에 대해 “자가당착적 주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한민국과 협력하지 않는 북한을 국제사회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도 밝혔다.

Q : 지난 2년 사이 통일과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A : “국제사회 자체가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안정과 갈등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표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이란 사태만 해도 이란은 이른바 ‘공간적 에스컬레이션’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전선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아랍 국가들로까지 확장하려 했던 것이죠.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굳이 싸울 필요는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현 월간중앙 선임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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