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신약 기술수출 않도록…정부, ‘성공불융자’ 전격 검토
성공 시 원리금 환수‧특별부담금 납부, 실패하면 융자금 감면
막대한 자금 투입되는 ‘임상 3상’ 정부 지원 공백 해소 기대

20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입찰공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약산업 성공불융자 제도 도입 연구’ 입찰서 제출을 마감했다. 선정기관은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한 뒤 오는 12월10일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한다. 연구용역에는 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성공불융자란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 사업에 대해 정부가 민간과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제도다. 정부가 자금을 일부 융자해주고, 사업 실패 시 융자금을 감면해준다. 반대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원리금 상환과 함께 특별부담금을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신약 개발에 이 같은 파격적인 제도를 검토하는 이유는 제약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조원 이상의 자본과 평균 10.5년이 투입된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도 임상 1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의 승인 성공률은 7.9%에 불과하다.
심지어 최근 신약 개발 비용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 지출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의 신약 1개당 개발 비용은 26억7100만 달러(약 4조24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8%나 급증한 수치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었다.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완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임상 3상 진입률, 후기 임상 진입 확대, 민간 공동투자 유입, 자금조달 비용 완화, 수출 파급효과 등을 주요 성과지표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 투자 대체 효과나 시장 왜곡,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살펴본다.
특히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정책 자금의 한계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의 경우, 지원 범위가 임상 1상과 2상에 그치고 있어 가장 자금이 많이 필요한 3상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펀드를 통한 간접 지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K-바이오 백신 펀드 역시 투자 결정권을 쥔 민간 운용사들이 리스크가 큰 임상 3상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복지부가 올해 3상 특화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의 투자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가 신약 개발사의 ‘실패 리스크’를 나눠지는 방식의 융자 제도를 고안한 이유다. 복지부는 내년도 시범사업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도 부처 예산 요구안에 본예산으로 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되는 시점에 맞춰 연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범사업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성공불융자 제도는 국내에 유사 사례가 없는 만큼, 해외 사례와 파이낸싱(PF)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연구 결과가 좋게 나오면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내년도 시범사업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2b상과 3상을 지원하자는 정책 의지는 있으나 지원 대상은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성공불융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신약 개발은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자금이 없는 중소기업이라도, 정부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의미가 크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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