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덕함 키운 열라면·칼칼함 살린 신라면…‘로제라면’ 승자는 [리뷰로그]

출시 30년 된 열라면은 크림 스타일의 ‘로열라면’으로, 40년 된 신라면은 고추장 감칠맛을 더한 ‘K-로제’로 변신했다. 한때 SNS와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우유 넣은 라면’ 레시피가 이번엔 정식 제품이 된 것이다.
둘 다 이름은 ‘로제’였지만 맛의 방향은 꽤 달랐다. 하나는 크림파스타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가까웠고, 다른 하나는 끝까지 매운라면 특유의 칼칼함을 밀어붙였다.
크림으로 간 열라면, 예상보다 훨씬 순했다
먼저 끓인 건 오뚜기 로열라면. 조리 방식부터 일반 볶음라면과 조금 다르다. 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 이른바 ‘복작복작 조리법’을 쓰는데, 면을 비비기 시작하자마자 소스가 걸쭉하게 엉겨 붙는다. 딱 SNS에서 보던 ‘우유 넣고 치즈 넣은 라면’ 비주얼이다.
향도 확실히 크림 쪽에 가깝다. 체더치즈와 마스카르포네 치즈 풍미가 올라와 기존 열라면을 생각한다면 쉽사리 떠올리기 힘든 향이다.
의외였던 건 맵기였다. 로열라면은 이름은 ‘열라면’이지만 실제 맵기는 의외로 순한 편이다. 매콤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크림과 치즈 풍미가 훨씬 앞에 나온다. 사실 토마토 존재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존 열라면보다 맵기를 낮춰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나 외국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열라면 특유의 칼칼함은 뒤쪽에서 살짝 받쳐주는 정도다.

농심 신라면 로제는 컵라면 형태로 먼저 출시됐다. 봉지면 제품은 오는 6월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뚜기가 봉지라면 형태의 로열라면을 먼저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신라면 로제의 첫 느낌은 “국물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소스가 묽어보였다.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 조리 후 후첨스프를 넣고 계속 비비다 보면 점점 농도가 살아난다. 비빌수록 꾸덕해지는 느낌이 꽤 재미있다.
향은 훨씬 강렬하다. 뚜껑을 열자마자 토마토 향이 확 올라온다. 순간 토마토 스파게티가 떠오를 정도다. 여기에 뒤늦게 고추장 특유의 감칠맛이 따라붙으면서 이른바 ‘K-로제’ 느낌을 만든다.
신라면 로제는 생각보다 꽤 맵다. 처음에는 토마토와 크림 향이 먼저 들어오지만 먹을수록 신라면 특유의 칼칼함이 점점 강하게 올라온다. 일반적인 로제 파스타처럼 부드럽게 끝나는 느낌이 아니라 마지막에 익숙한 신라면 매운맛이 혀끝에 남는다. 이게 은근 중독적이다. “맵네” 싶으면서도 계속 한입 더 먹게 된다.

성분 구성은 맛 차이로 이어졌다. 오뚜기 제품은 생크림분말·치즈향미분·버터체다혼합분말 등을 넣어 크림 베이스 풍미를 극대화했고, 농심 제품은 토마토·고추장맛 분말에 치킨·칠리 풍미를 더해 보다 맵고 진한 ‘K-로제’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두 제품의 면 차이는 꽤 뚜렷했다. 로열라면은 상대적으로 얇은 면발이라 꾸덕한 크림소스가 잘 감긴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이 강조된다.
반면 신라면 로제 면은 마치 칼국수 면 같은 느낌이 난다. 굵고 탄탄한 면발이 그대로 살아 있어 묵직하고 씹는 맛이 강하다.

흥미로운 건 두 제품 출발점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시기 SNS와 유튜브에서는 신라면이나 열라면에 우유와 치즈를 넣어 먹는 이른바 ‘모디슈머 레시피’가 유행했다. 식품업계가 이를 아예 정식 제품으로 구현한 셈이다.
라면업계 흐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누가 더 맵냐” 경쟁이었다면 최근에는 크림·치즈·로제처럼 보다 부드럽고 대중적인 맛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둘 다 로제를 내세웠지만 결국 선택은 취향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꾸덕한 크림파스타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로열라면 쪽이, “그래도 라면은 좀 매워야 한다”는 사람이라면 신라면 로제가 더 맞을 수 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생각보다 두 제품은 꽤 다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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