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1호 법안’, 헌재가 심판대 올렸다

최서인 2026. 5.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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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는 지난 15일 민사 항소이유서 접수 기한을 둘러싼 재판취소 사건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첫 역점 법안인 민사 항소이유서 의무화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다.


재판지연 방지 목적…조희대 취임 직후 법 통과

민사 항소이유서 의무화는 조 대법원장이 2023년 12월 취임 직후 추진한 재판지연 해소 방안 중 하나였다. 취임 일성에서부터 “신속 재판”을 강조한 조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보고받고 “재판지연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박영재 대법관은 법안소위에서 “항소이유서 제출이 되지 않으면 결국 재판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경험으로 많이 느꼈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사소송에선 항소이유서를 2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그간 민사소송에선 제출 의무 규정이 없었다. 제출 기한도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늑장 제출하면서 민사 항소심 재판이 불필요하게 공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사 항소이유서 기한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2023년 12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사진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이런 상황에서 발의된 개정 민사소송법에는 기록접수 통지 후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한 차례에 한해 1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항소 각하 판정하도록 하는 규정(민사소송법 402조의2, 402조의 3)도 함께 신설했다. 독일에서는 항소장 제출 후 2개월 이내, 일본은 50일 이내에 민사 항소이유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한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법안은 같은 달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해 지난해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변호인들이 항소이유서 제출 시기를 놓치면서 항소각하를 받는 ‘사고’가 잇따랐다. 재판부별로는 기한을 엄격하게 적용해 각하 결정을 내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출이 늦더라도 직권으로 심리를 이어가는 재판부가 있어 재판부별 편차가 있었다.


“40일 기한 제한은 재판청구권 침해” 재판소원

헌법재판관들이 선고를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시행 1년 뒤 이 법안은 재판소원의 형태로 헌재의 심사를 받게 됐다. 헌재가 지난 15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두 사건은 각각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2일·8일 넘겨서 제출하면서 항소각하 판정을 받은 사건들이다. 청구인들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침해”라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들은 법원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소원 청구서에는 ▶기한이 지났더라도 항소각하 결정 전에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으므로 재판부의 각하 결정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며 ▶사유를 불문하고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40일로 규정한 민사소송법은 위헌이라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는 재판사항이 아닌 입법과 관련된 것이어서 재판소원으로 다루기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고법판사는 “민사소송법에는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각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로서는 재량의 여지가 없다”며 “재판소원보다는 민사소송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야 했던 사건”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외경. 연합뉴스


개정법의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더 크다는 의견 역시 법원 내에서 우세하다. 한 고법 부장은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가 없을 때는 재판 위주로 쟁점이 진행되지 않고 1심에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며 지엽적인 부분으로 재판이 흐르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고법판사는 “이 제도가 변호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는 맞다”면서도 “형사 사건은 20일 안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최장 70일의 기간을 지나치게 짧다고 볼 수 있나. 무한정 시간을 주면 반대로 승소한 상대방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항소이유서뿐만 아니라 입증 계획을 써 내야 하는데 40일은 촉박하다. 2심에서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민사 사건 항소심에서는 법리 적용보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경우가 형사보다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항소장 제출일이 아니라 기록접수 통지일로부터 40일이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법원에서도 법 시행 전 미리 충분히 공지를 했다고 본다”고 했다.

헌재에는 민사소송법 402조의3에 대한 헌법소원도 두 건이 접수돼 있다. 두 사건은 지난달 차례로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재판소원 청구인들이 법률 자체의 위헌성도 함께 주장하는 만큼, 소송의 경제성 차원에서 헌재가 헌법소원과 재판소원 결론을 함께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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