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인플레 공포… 고유가·고금리·고물가 대비해야
채권금리·환율 급등하고 증시 하락
서둘러 ‘물가 방파제’ 높이 세워야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접어들면서 ‘호르무즈의 덫’에 빠져들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1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투매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과 주요 선진국 재정 악화 우려가 이유다. 국채금리 급등은 시장금리를 자극하고, 주식시장 급락을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달러 강세 압력이 거세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르내린다.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과 더불어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채권 시장에선 경고음이 높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19일(현지시간) 한때 5.20%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 맞는 숫자다. 국제시장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 선을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과 일본의 국채 장기물도 최근 오름세다. 우리 국채도 예외가 아니다. 채권 가치 폭락(채권 금리 폭등)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전쟁 장기화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지표를 흔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시적 인플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환율이 불안하다.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수입가격 인상을 거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빼면 사실상 정체 상태다. 수출과 성장률은 살아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차갑게 식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자극을 받으면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라는 삼중고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물가 방파제’를 서둘러 세워야 한다. 유류세와 수입 관세 인하, 비축 농축산물 방출 등으로 에너지·식료품 가격 안정을 꾀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준비할 때다. 전기, 가스, 수도,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 물가에 던질 충격도 사전에 줄여놓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에너지·식량 공급망을 점검하고 재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은 서민들을 더 가혹하게 공격하고 서민들 주머니부터 턴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물가 폭풍이 우리 경제를 집어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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