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 파문 우려되는 이스라엘 관련 대통령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20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가자지구 구호선을 이스라엘군이 나포한 것을 비판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024년 11월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인 활동가 2명은 각각 지난 18일과 20일 구호선을 타고 가자지구로 이동 중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체포됐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우리 국민이 체포된 데 대해서는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고려할 때 관련 부처에 신속한 대응을 지시한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반면에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 규범과 국제정치 현실과의 엄연한 간극을 고려한 끝에 나와야 한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ICC는 124개 회원국의 협조를 받아 혐의자를 체포하는데, 대부분의 회원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집행 여부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TV로 방송되는 공개석상에서 국가 정상이 다른 국가 정상에 대한 체포 영장을 언급하는 것은,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외교적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외교 경로를 통해 체포된 한국인 활동가들의 조속한 석방·추방을 요청했고, 현재 비공식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역에서 피격된 나무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과도 대비된다. 박선원 여당 정보위 간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이 대함 미사일로 근접해서 (나무호를) 공격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공개할 정도로 정부는 내부적으론 이번 피격이 이란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엄중 대응 여론에도 신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행여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스라엘과 이란에 대한 이중 잣대로 비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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