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영웅’ 김웅빈, 이틀 연속 끝내기 작렬…히어로즈, 랜더스에 ‘위닝 시리즈’
김웅빈, 전날 ‘끝내기 홈런’ 이어 이날도 9회말 ‘끝내기 안타’

이틀 연속 ‘9회말 끝내기’ 드라마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주연과 조연이 모두 같았다. 키움의 ‘영웅’ 김웅빈이 전날 SSG 마무리 조병현에게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이날은 같은 투수에게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SSG랜더스에 ‘위닝 시리즈’를 달성한 키움은 3연승을 달리며 신바람을 냈다.
프로 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20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SOL KBO리그’ SSG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김건희의 동점 투런포, 최주환의 1타점 동점 적시타와 김웅빈의 끝내기 안타를 묶어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틀 연속 끝내기를 쳐낸 타자는 있었지만, 같은 투수를 상대로 2일 연속 끝내기가 나온 건 이번이 KBO 45년 역사상 처음이다.
최하위 키움은 이날 승리에도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이번 시즌 4번째 위닝 시리즈를 따냈다. 반면 단독 4위에 랭크됐던 SSG는 이날 패배로 3연패를 기록하면서 KIA 타이거즈와 공동 4위가 됐다. KIA는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휴식일을 가졌다.
하루 전 김웅빈의 ‘끝내기 홈런’으로 신승을 거둔 키움은 이날 서건창(2루수)-안치홍(지명타자)-임병욱(우익수)-최주환(1루수)-이형종(좌익수)-김웅빈(3루수)-김건희(포수)-권현빈(유격수)-박주홍(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구성했다. 브룩스를 방출한 이후 국내파 선수로만 구성한 타순에 더해 선발투수 역시 토종 우완 하영민이 출격했다.
이에 맞서는 SSG는 최근 신들린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유격수 박성한을 필두로 정준재(2루수)-최지훈(중견수)-에레디아(좌익수)-김재환(지명타자)-안상현(3루수)-이정범(1루수)-이지영(포수)-채현우(우익수)가 경기에 나섰다. 선발투수로는 ‘에이스’ 베니지아노가 마운드에 올랐다.
고척에서 열린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 시작은 키움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선발투수 하영민이 1회초를 가볍게 막아낸 이후 시작된 1회말 공격, 선두 타자 서건창이 상대 실책을 틈타 출루에 성공하면서 이른 시기에 기회가 만들어졌다. 2사 1‧2루 상황에서 이형종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키움이 기선을 제압했다.
SSG가 2회초에 바로 반격에 나섰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에레디아가 2루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6번 타자 안상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쳐낸 틈을 타 에레디아가 홈으로 쇄도하면서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다.

이날 키움은 서건창과 함께 ‘1989년생’인 베테랑 이형종이 힘을 냈다. 이형종은 3회말 2사에서 베니지아노의 136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키움이 2-1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SSG의 반격도 매서웠다. 5회초 키움 선발 하영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3할7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1번 타자 박성한이 2사 이후 안타로 출루했고, 2번 타자 정준재가 중견수를 따돌리는 벼락 같은 타구로 3루타를 쳐냈다. 1루에 있던 박성한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타자 주자 정준재가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노릴 정도로 장타였다. 경기는 다시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7회 2사 1‧2루 상황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정준재가 들어섰다. 정준재는 키움의 바뀐 투수 김성진의 148km 투심을 우익수 방향으로 날려보내는 안타를 만들었고, 교체돼 들어갔던 2루 주자 오태곤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3-2, SSG가 앞서갔다.
8회초에는 이날 좋은 타격감을 보인 안상현이 1사 3루 상황에서 조영건의 135km 슬라이더를 때려내 안타를 만들면서 에레디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4-2로 앞선 SSG의 승리가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루 전과 동일하게 2점을 뒤진 상태, 전날과 달리 이번에는 7회가 아닌 8회부터 영웅 군단의 마법이 시작됐다. 8회말 SSG 바뀐 투수 노경은을 키움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를 잡힌 상황에서 김웅빈이 집념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중간을 뚫는 안타로 물꼬를 텄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7번 타자 김건희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건희는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노경은의 136km 포크볼을 공략해 좌중간을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김웅빈-김건희가 차례로 홈을 밟으면서 스코어는 4-4, 다시 원점이 됐다.
하지만 7회초와 8회초 각각 1점씩 뽑아냈던 SSG는 9회초에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키움이 마무리 유토를 올려 무실점 피칭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SSG는 1사 2‧3루 상황에서 최지훈이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띄운 틈을 타 3루에 있던 김정민이 홈으로 태그업에 성공하면서 5-4, 다시 리드를 잡았다.
운명의 9회말, SSG 마운드에는 전날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된 조병현이 다시 올라섰다. 이날 제구에 난조를 보인 조병현은 선두 타자 서건창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허용했고, 이어 임병욱도 같은 코스의 공이 몸에 맞으면서 순식간에 1사 1‧2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날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던 키움 4번 타자 최주환이 중요한 상황에서 팀 패배 위기를 막아냈다. 조병현의 144km 직구를 때려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든 최주환의 적시타로 2루 주자 안치홍이 홈을 밟으면서 스코어는 다시 5-5 동점이 됐다.
마지막 순간은 그야말로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2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김웅빈이 타석에 들어섰고, 마운드에는 하루 전과 똑같이 SSG의 마무리 조병현이 있었다. 이틀 연속 펼쳐진 9회말 승부에서 김웅빈이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웅빈은 조병현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150km 직구를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어내면서 ‘이틀 연속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불리한 볼 카운트였고, 실투도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서 조병현이 뿌린 직구 중 가장 빠른 구속이기도 했다.
대주자로 2루 베이스를 밟고 있던 박수종은 김웅빈의 벼락 같은 안타가 터지자 전력 질주한 이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스코어는 6-5, 키움의 2일 연속 끝내기 승리가 완성됐다. SSG 벤치에선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봤지만, 판독 결과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키움이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하루 전 ‘끝내기 홈런’을 친 키움 영웅 김웅빈은 이날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끝내기 안타’를 쳐낸 것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 활약을 펼치면서 1군 잔류 기대를 높였다. 이날 경기의 ‘키 플레이어’로 꼽힌 5번 타자 좌익수로 이형종은 솔로 홈런을 포함, 5타수 2안타 1득점 2타점을 올렸고, 타석에서 부진했던 김건희는 2점 홈런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던 kt wiz-삼성 라이온즈(포항),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잠실), LG 트윈스-KIA 타이거즈(광주),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대전) 경기는 모두 우천 취소되면서 고척에서 열린 키움과 SSG의 경기가 유일한 승부였다. 야구 팬들은 ‘단독 콘서트’가 열린 셈이라며 관심을 보였고, 키움이 드라마 같은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로 고척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두 경기 연속 끝내기 결승타를 친 드라마의 주인공, 키움 히어로즈 김웅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9회말 끝내기 상황에서) 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보다는 스스로를 믿었다”면서 “상대 팀 투수들의 변화구가 좋았는데, 경기 후반 운이 좋아 안타가 나왔다”고 복기했다.
9회초 실점 이후 다시 SSG에게 흐름을 빼앗겼을 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요즘 우리 팀 뒷심이 좋은 것 같다. (임)지열이, (서)건창이 형이 ‘역전할 수 있다’면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런 기운이 역전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하루 전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국민 울보’로 등극했던 김웅빈은 이날은 시종 밝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김웅빈은 “고향 친구들이 연락해 ‘울보’라고 놀리더라”면서 “전날 끝내기 홈런 때 아내는 내가 3루를 밟을 때부터 울었다더라”고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쳐낸 소회를 밝혔다.
데뷔 11년 차에 들어선 김웅빈은 데뷔 이후 최초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2경기 연속 끝내기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웅빈은 “내일 다시 경기해야 한다”면서 “루틴을 지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고척=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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