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빨아들이는 미 국채시장…환율 한때 1510원 돌파

오효정, 박유미 2026. 5.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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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장중 1510원선을 넘어섰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내린 1506.8원에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는 4거래일 연속 1500원을 상회하며 고공비행 중이다.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513원대까지 올랐다. 환율이 1510원 선을 넘은 건 4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2월만 해도 1448.4원이었던 월평균 환율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우상향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폭등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환율은 상승) 있다.

간밤 뉴욕 채권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189%까지 올랐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년물도 4.683%까지 상승해 지난해 1월 이후 제일 높다. 월가에선 ‘채권 자경단’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돈만 풀면서(재정 지출 확대) 물가 관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투자자들이 국채를 대거 팔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보통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1980년대에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월가 경제학자 에드 야데니는 18일(현지 시간) “통화정책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아니라 채권 자경단”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5월 지표도 인플레이션이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전쟁 비용과 에너지 보조금 등 재정 지출이 늘어나 국채 발행이 확대되면서, 국채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미 국채만 보유해도 연 5% 안팎의 안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는 미 달러로 향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전 99.4까지 오르며 지난달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매도 폭탄을 던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10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10거래일간 외국인은 44조426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가 19조280억원, SK하이닉스가 18조4990억원으로,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노조의 파업 강행 소식에 오전 한 때 4.36% 밀린 26만35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 거래일보다 0.18% 오른 27만6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아 쥐게 된 원화를 대거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더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논리가 미묘하게 변했다”며 “유가·금리 상승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글로벌 매크로(거시 경제) 충격의 우선 타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신흥국 가운데 유동성이 풍부해 가장 손쉬운 먹잇감(매도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고유가 장기화 우려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한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변동성이 과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필요시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2일 취임하는 케빈 워시 신임 Fed 의장이 결국 긴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설문 결과를 보면 올 연말까지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40.7%다. 1주일 전(29.3%)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금리 동결 전망은 한 주 사이 65.7%에서 42.2%로 낮아졌다.

오효정·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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