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100조 파업’ 일단 멈췄다…단 1시간 앞두고 잠정 합의

김경희, 손성배, 이영근, 박영우 2026. 5. 2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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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대 피해 파업’ 위험을 일단 피했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으로 예정된 21일 0시를 단 한 시간여 앞두고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20일 오후 10시 45분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 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노사에 정부를 대신해 깊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4시20분부터 경기도 수원에 있는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6시간가량 추가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4시간여 만에 다시 마주 앉은 것이다. 그만큼 파국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노사 교섭대표는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같이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막판 교섭 땐 김 장관이 조정자 역할을 했다. 김 장관은 “어떻게 보면 성장통이다. 기술도 노사 관계도 제일이라는 삼성답게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잠정 합의 도출과 동시에 공동투쟁본부는 투쟁지침 3호를 발령해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초기업노조 및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6개월여간 혼신을 다해 투쟁해 온 결실”이라고 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배분이었다. 그간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가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해 왔다.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적자에 허덕이는 비(非)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도 수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맞느냐는 논리다. 결국은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최 위원장은 “회사에서 1년간 적자 사업부 배분 방식에 대해 이해해 줬고, 그에 따라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내부 구성원의 잠정 합의안이기 때문에 최종 합의까지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파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노동조합은 이번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20일 오후 10시30분쯤 홈페이지를 통해 “21일~6월 7일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조합원은 22일 오후 2시~27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에 참여한다”고 공지했다. 부결 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초기업노조 측에 따르면 쟁의행위 결의에 관한 사항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의결은 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선언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한국 제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 속에 삼성전자발(發) 생산 불확실성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와 수출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메이드 인 코리아’ 신뢰 자산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선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 사안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생산이나 출하에 영향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하는 키옥시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중국 메모리 기업들에 고객사 검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이 메모리 관련주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난야테크와파워텍 등 메모리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현지에서는 삼성전자 공급 차질 우려로 대체 공급망 기업들에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 범용 D램 시장 재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경희 기자, 수원=손성배 기자, 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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