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분 전에 멈춘 삼전 파업… 파국 피했다
흑자 사업부에 60%… 전액 자사주
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 거쳐야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총파업 돌입 약 1시간27분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는 20일까지 파업과 합의 사이에서 피 말리는 줄타기를 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주관의 사후 조정 결렬로 한때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나선 최종 협상에서 어렵사리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우려했던 사상 초유의 ‘반도체 생산 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10시43분 경기도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함께 브리핑을 열고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교섭에 참여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사측 여명구 반도체(DS) 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은 환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최 위원장은 “총파업을 유보하고 이번 합의안에 대해 오는 22~27일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내부 갈등으로 심려를 끼쳐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 부사장은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잠정 합의안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5%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에 따라 지급하고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둘을 합하면 성과급 재원으로 사업성과의 12%를 쓰는 것이다. ‘연봉의 50%’로 돼 있던 성과급 상한은 폐지했고, 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성과급의 60%는 DS 부문 메모리사업부에, 40%는 DS 부문 전체에 배분한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 배분은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노사가 잠정 합의한 방식은 향후 10년간 유지되며 최소 영업이익(2026~2028년 경우 200조원) 달성 시에만 특별성과급이 지급된다. 또 완제품(DX) 부문에도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별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4시20분부터 김 장관 주재로 교섭을 재개했다. 중노위의 2차 사후 조정 결렬 뒤 4시간여 만에 열린 벼랑 끝 담판이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박수근 중노위원장의 중재 속에 마라톤협상을 진행했으나,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중노위는 오전 11시40분쯤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노사는 다만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도 사후조정 결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노사 간 자율교섭을 통한 합의를 촉구했다. 이후 김 장관의 주선 아래 노사 교섭이 재개돼 약 6시간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전체 찬반 투표에서 가결되면 삼성전자로서는 총파업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다만 막대한 성과급 지출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고조된 노사 갈등, 노노 갈등으로 균열이 간 조직 문화 수습도 당면 과제다.
허경구 기자, 수원=황민혁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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