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대응 질타받은 강릉시, '물관리 최우수기관' 선정?

김남권 2026. 5.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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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조서' 속 선제 대응 근거 대부분 재난 이후 급조된 내용...'재선 도전 김홍규 치적 만들기' 비판도

[김남권 기자]

 6.3지방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릉시장 선거 여야 후보들 사이에 지난해 가뭄 대응을 두고 치열한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강릉시 관 내에 걸려있는 가뭄 관련 현수막
ⓒ 김남권
6.3 지방선거 강릉시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 지난해 가뭄 사태 당시 대응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강릉시가 수상한 '2026년 물 부족 극복 최우수기관' 선정 과정에서 제출된 공적조서 내용을 검증한 결과, 문제점이 확인됐다.

강릉시는 지난 2월 '강릉시, 2026년 물부족 극복 최우수기관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시가 선제적 대응 노력으로 극한 가뭄 속에서도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면서 물 부족 극복의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제한급수와 시간제 급수 등으로 고통받았던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상 단체와 주최측에 직접 항의 전화를 거는 등 반발했고, 일각에서는 재선 도전에 나서는 '김홍규 시장의 치적 만들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뭄 이후 착수했는데 선제적 대응?

<오마이뉴스>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강릉시의 '물 부족 극복 최우수기관' 표창의 구체적인 선정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시가 지난 1월 9일 시상 단체인 '물종합기술연찬회' 주관사 측에 제출한 '2025년 가뭄 관련 공적조서' 살펴봤다. '물종합기술연찬회'는 국회환경포럼, 워터저널 등이 공동 주최해 매년 상·하반기에 열리는 민간 행사다.

해당 공적조서의 '공적요지'를 보면, 강릉시는 "이상 기후로 인한 돌발 가뭄과 물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정수장 현대화 및 증설, 취수원 다변화, 관로 확충과 정비사업을 추진했다"며 "2025년 기록적인 기상 가뭄 속에서도 상수도 공급효율 개선과 신속한 대체수원 개발 등을 통해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공이 크다"고 적시했다.

시는 '물 부족 선제적 대응'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노후 연곡정수장 정비사업(2029년 준공 예정) ▲농어촌생활용수개발사업 1단계(2029년 준공 예정) ▲연곡 지하수 저류댐 설치사업(2027년 준공 예정) ▲남대천 지하수 저류댐 설치사업(2026년 신규사업)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릉시의 설명에는 문제가 있다. 선제적 대응 근거로 제시한 사업 대부분이 재난 발생 이후에 착수됐거나 부랴부랴 급조된 것들에 가깝기 때문이다.

노후 연곡정수장 정비와 증설 사업은 가뭄 사태가 종료된 2025년 12월에야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연곡 지하수 저류댐 설치사업 역시 과거 행정 절차는 있었으나 실제 착공 시점은 가뭄이 끝난 12월이었다. 심지어 '남대천 지하수 저류댐 설치'는 올해(2026년) 국비 예산이 반영된 신규 사업이다. 핵심 대체 수원으로 꼽은 '남대천 제2취수장' 또한 비가 내려 가뭄 위기를 넘긴 9월 16일에야 정부 특별교부세를 투입해 19일 만에 만든 임시 시설이다. '선제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사후 처방'에 가깝다.

가뭄 당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는 내용 역시 당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8~9월 강릉시의 유일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5%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에 시는 8월 하순부터 수압을 낮추는 제한급수를 시작으로 9월 초에는 심야 시간대 단수 및 격일제 급수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했다.

식수난이 극에 달하자, 시는 수질 악화 논란으로 24년간 멈춰있던 평창 도암댐의 물을 가뭄 대처를 위해 한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고육지책까지 발표했다. 특히 시간제급수 대상이 된 일부 대수용가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씻는 것은 물론 화장실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게다가 대수용가 제한급수 대상에 정작 강릉시청은 제외돼 특혜 논란이 더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강릉시 물 재난 사태는 인재
 지난해 8월 24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8%(평년 69.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방식의 제한급수를 시행 중인 강릉시는 저수율이 15%로 떨어지면 계량기 75%를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에 돌입한다.
ⓒ 연합뉴스
지난해 물 재난 사태가 '인재'라는 비판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제 대응의 부재에 있다. 수십 년간 반복된 물 부족 사태에도 강릉시는 취수원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생활용수의 약 86.6%를 오봉저수지 한 곳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재난 당시 강릉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비가 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인 원수(原水)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 김홍규 시장은 과거 강수량 통계를 언급하며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답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강릉시는 공적조서에 물 재난의 원인을 '이상 기후로 인한 돌발 가뭄'으로 돌렸으나,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인근 속초시의 사례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여덟 차례 이상 극심한 제한급수를 겪었던 속초시는 2021년 쌍천 제2지하댐 완공, 암반관정 20개소 개발 등 취수원을 다변화했다. 또한 250억 원을 투입해 노후 상수도관을 정비, 유수율을 92.4%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속초시는 지난해 물 부족 상황에서도 물축제를 치렀고, 오히려 강릉시에 물을 지원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8월 24일 기준 강수량은 강릉 403.4㎜, 속초 488.9㎜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강릉시는 선제 대응 덕분이 아니라 비가 내리면서 극심한 가뭄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에 대해 시상 단체 측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단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시민들이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전화가 몇 번 왔다"고 말했다. 주관사 측 역시 "시민이 전화를 걸어와 '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수할 때 안내도 안 했다'고 항의해, '시민들 의견을 듣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면서 "강릉시 담당자에게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공적조서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강릉시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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