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서 야유 터진 축사 뭐길래…美 덮친 ‘고용 불안’ 이 정도

박유미 2026. 5.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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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명사들이 축사에서 인공지능(AI)을 언급했다가 졸업생의 야유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I 호황이 청년 세대에게는 ‘기회’보다 ‘일자리 불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 그가 AI를 언급할 때마다 객석에선 야유가 나왔다. [애리조나대 홈페이지 영상 캡처]


20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대 졸업식 단상에 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여러분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AI는 업무 방식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야유가 터져나왔다. AI를 언급할 때마다 야유가 이어지자, 슈미트는 “많은 이들이 (AI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있다. 그 두려움을 이해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센트럴플로리다대 졸업식에서 부동산 회사 타비스톡 임원 글로리아 콜필드가 “AI의 부상은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말했을 때도, 미들테네시주립대 졸업식에서 빅 머신 레코드 대표 스콧 보르체타가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산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언급했을 때도 비슷하게 냉랭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는 AI발 일자리 축소에 직면한 미국 청년의 불안감을 압축한 장면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로 지난해 매달 약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했고, 특히 Z세대(1997년~2012년생)와 신입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갤럽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미국인 중 48%가 “직장 내 AI의 위험이 이점보다 크다”고 답했다. 반면 “이점이 더 크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의 댄 슐먼 대표(CEO)는 WSJ에 “AI의 영향으로 향후 2~5년 내 실업률이 20~30%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지윤]

불안은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메타는 20일부터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8000명에게 해고 통보를 시작했다. 여기에 약 6000개의 신규 채용까지 취소할 예정이어서, 실제 인력 감축 규모는 총 1만 400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6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역대급 AI 인프라 투자를 앞두고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글로벌 테크 고용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147개 테크 기업의 올해 누적 감원이 11만 명을 넘어섰다. 아마존과 오라클은 최근 각각 3만 명의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헤드헌팅 회사 킹슬리게이트의 최고전략책임자 우메시 라마크리슈난은 “이제 세상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만약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주들이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 짚었다.

AI 대체에 따른 불안은 청년들의 진로 지도마저 바꾸고 있다. WSJ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들은 화이트칼라 대신 블루칼라(현장직) 직종을 겨냥해 직업학교로 향하는 추세다. 직업교육 중심의 2년제 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자는 2020년 이후 약 20% 증가했다.

아시아권도 예외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인력개발업체 레버리지스가 현장직 종사자(724명)의 이전 직장을 조사한 결과, 사무직 출신이 20%에 달했다. 20대의 전직 이유로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안정감”과 “일자리가 많을 것 같아서”가 상위에 꼽혔다. 학력 프리미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일본 화학ㆍ공조설비 기업 미쓰야산업은 지난달부터 전문학교(고졸) 초임 월급을 대졸보다 5000엔 높게 책정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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