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드러낸 美방산 아킬레스건…“60억 미사일로 5300만원 드론 요격”

미국이 이란 전쟁 과정에서 무기 조달 시스템의 관료주의적 폐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가의 첨단 무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결과, 전쟁 발발 후 장기전으로 흐를 때 필수적인 무기 생산 속도와 비용 경쟁력 면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이란 전쟁에서 대공 방어망의 핵심인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1200발 이상 발사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한 발을 만드는 데는 최대 36개월의 시간과 400만 달러(약 6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패트리엇 미사일이 요격한 이란의 샤헤드 드론은 한 대 생산 비용이 3만5000달러(약 5300만원)에 달하며, 이란은 매월 최소 200대씩 양산이 가능하다. 5300만원짜리 이란 드론 하나를 막기 위해 60억원의 요격 미사일이 투입된 셈이다. NYT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빠른 무기 소진 속도는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오래전 비판을 현실로 되살려 냈으며, 미국의 군수산업 기반과 무기 조달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NYT “무기조달 시스템 심각한 결함 드러내”
게이츠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후반인 2006년 12월 임명돼 이례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유임됐다. 오바마 1기 행정부 전반인 2011년 6월까지 근무한 게이츠 전 장관은 재임 시절부터 고성능 무기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 ‘99%의 해법’을 비판했다. 그 대신 다소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저렴하고 몇 달 만에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75%의 해법’을 요구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미 군수 조달 체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번처럼 전시 상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평시에는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 여력을 충분히 유지하지 않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대응이 늦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동맹국들, 미 방어 능력 의구심 커져
NYT는 “정부 내에서는 요격 미사일 부족과 무기 생산 속도 저하로 적들이 기세를 올릴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동맹국들이 미국이 예전만큼 효과적으로 자신들을 방어할 수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올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 때만 해도 러시아와 중국 당국은 자신들이 그런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거라 평가했는데, 이란 전쟁이 미국의 위상을 다소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5000억 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국방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대형 방산 업체와 국방부 관료 체제를 비판하며 무기 조달 분야에서 ‘85% 해법’을 촉구했다. 게이츠 전 장관의 철학과 같은 맥락에서다.
美국방장관, 무기조달 분야 개혁 예고
헤그세스 장관은 막대한 예산 증액을 바탕으로 기존 대형 방산업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공급처를 우선 확보하고, 다수 공급업체를 도입해 경쟁 체계를 구축하며, 기존 계약 업체들의 생산 능력 향상을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다년 계약을 통해 탄약 생산량을 3~4배로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의 무기 설계 및 제작 방식의 근본적 문제 때문에 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로널드 레이건 연구소의 레이첼 호프 정책국장은 “궁극적으로 계약 및 조달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모든 것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국방부는 행동과 문화의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美 군사체계 현대화 가를 시험대
일각에서는 ‘저렴한 드론이 필요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지만 기존 무기 체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방부 지도자가 기존 시스템 중 어떤 것을 유지하고 생산을 가속화할지, 또 어떤 시스템을 폐기할지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게이츠 전 장관은 강조했다.
이번 전쟁이 미 군수산업 체계의 진정한 전환으로 이어질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 국장은 “국방부 지도부의 의지, 의회의 정치적 지지,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작전적 필요성을 목격하고 있다”며 “만약 이것이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하는 진정한 군사 현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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