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벽 앞에 선 '먹는 인슐린' 도전이 던지는 메시지

김종철 2026. 5. 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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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슐린은 아직도 주사여야 하나"...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은 왜 실패했나

[김종철 기자]

 인슐린 펜, 당뇨 측정 도구와 알약
ⓒ towfiqu999999 on Unsplash
"왜 인슐린은 약처럼 먹을 수 없나요?"

소아당뇨 아이들과 가족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급식 전 화장실로 숨어 들어가 주사를 맞고, 부모가 밤마다 저혈당을 걱정하며 잠에서 깨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생활의 문제이고, 부모에게는 돌봄의 문제이며, 삶의 질을 바꾸는 문제다(관련 기사: "친구들 앞에서 주사맞기 싫어요"...소아당뇨 아이들이 견디는 하루).

하지만 '먹는 인슐린'은 아직까지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수십 년 동안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가 개발한 ORMD-0801.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알약 형태의 먹는 인슐린으로 기대를 모았다. 장용 코팅과 흡수 촉진 기술을 적용한 캡슐형 인슐린이었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 710명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실험(3상 임상)에서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개선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흡수율 변동성과 낮은 생체 이용률 등의 이유로 상업화로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됐다.

국제 다국적 제약사들이 '먹는 인슐린' 개발에 실패한 까닭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 다국적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2019년 먹는 인슐린 후보 물질인 I338 개발에 나섰지만 끝내 중단했다. 임상 두 번째 실험에서 유효성을 확인됐지만, 실제 투여에 필요한 용량이 너무 크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대규모 생산과정에서의 상업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발을 끝냈다.

이들 내로라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개발 실패 이유는 인슐린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단백질 기반 물질인 인슐린을 알약처럼 삼키면 위산 등으로 인해 대부분 분해된다. 또 어렵게 장까지 도달하더라도 장벽을 통과해 혈액으로 흡수되는 비율도 매우 낮다. 약효가 일정하게 나타나야 하는 인슐린의 특성상 흡수율이 들쭉날쭉하면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 문제가 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먹는 인슐린은 결국 장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이동해서 잘 흡수되도록 해야 하고, 또 일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고용량 투여에 따른 제조비 부담, 식사 상태와 장 환경에 따른 흡수율 변동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는 "단순한 알약 하나를 먹는 문제가 아니라, 몸속 전달 경로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론 먹는 인슐린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약물전달시스템(DDS)이 발전하면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약물전달시스템은 약물이 몸속의 목표 부위에 정확하게 도달하도록 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안과전문 제약업체인 삼천당 제약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S-PASS 플랫폼은 인슐린이나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의약품을 알약 형태로 바꿔주는 약물전달시스템이다. 회사 쪽은 대만의 바이오기업을 통해 국제특허(WO2025/255759 A1)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허에는 생물학적 활성 성분을 포함하는 미셀 복합체와 그 제조 방법이 담겼고, 해당 복합체가 혈당 조절 또는 체중 조절 약물 제조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먹는 인슐린을 위한 도전..."몰래 주사 맞지 않아도 되는 삶"

물론 특허 공개가 곧 상업화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먹는 인슐린은 이미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실패한 영역이다. 실제 임상에서 충분한 혈당 개선 효과를 보이는지, 흡수율 변동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식사 조건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지가 핵심 변수다.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도전을 단지 기업의 성패로만 볼 수는 없다. 한국 제약산업은 오랫동안 복제약 중심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는 단순 생산 경쟁을 넘어, 세계적으로 풀리지 않은 난제에 도전하는 플랫폼 기술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먹는 인슐린 개발은 바로 그런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업계에서 정부 지원과 장기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실패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모두가 도전을 멈춘다면, 환자들의 삶 역시 달라지기 어렵다. 특히 소아당뇨 아이들에게 '주사 없는 치료'는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숨지 않아도 되는 삶,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는 삶, 부모가 밤새 불안에 떨지 않는 삶과 연결돼 있다.

4살때부터 1형당뇨병환자로 31년을 투병해온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이선영 상임대표는 "만약 먹는 인슐린이 안전성과 효과를 충분히 입증해 실제 치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아이들의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 측면에서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특히 어린 환아들은 주사 공포나 통증 때문에 치료 스트레스를 크게 겪는데,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다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환자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몰래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삶, 부모들이 밤마다 혈당 걱정으로 잠에서 깨지 않는 삶이에요."

아직 완벽한 답은 없다. 먹는 인슐린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어렵고, 임상적으로 불확실하며, 상업적으로도 부담이 큰 영역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도 있다.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온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을 바꾸기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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