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해저터널 이후 완전히 달라진 원산도
양진형 2026. 5. 20. 09:08
4월 개장한 힐링 명소 자연휴양림... 2027년 열리는 제1회 섬비엔날레엔 세계적 작가 참여 예정
[양진형 기자]
|
|
| ▲ 원산도의 숨은 명물 코끼리바위 |
| ⓒ 양진형 |
산을 머무르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 퇴계 선생이 남긴 깊은 울림이다. 그렇다면 섬을 걷는 것은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선명한 책장을 넘기며 아득한 음악을 듣는 일 아닐까 싶다. 끝없이 밀려드는 해조음과 시원스레 펼쳐진 흰 백사장은 도회 생활에서 얼룩진 기억을 지우고, 마침내 마음을 청아하게 깨운다.
|
|
| ▲ 아름다우면서 고즈넉한 오봉산해수욕장 |
| ⓒ 양진형 |
서해 중부해안의 수많은 보석 중에서도 충남 보령시 원산도는 바로 그런 치유의 넉넉함을 아직 품은 섬이다. 이곳에는 원산도와 사창, 오봉해수욕장이 싱그러운 송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누워 여행자를 기다린다.
해와 달이 교대하는 섬, 다리가 되어준 바다를 건너다
원산도는 면적 10.28㎢, 해안선 길이 28.5km로 보령 대천항에서 11km 지점에 있다. 고려 25대 충렬왕 때 대사성 최해 부자가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했다고 전해지며, 옛 이름은 '고만도' 또는 '고란도'라 불렸다. 그러다가 1914년부터 섬 모양이 뫼 산(山) 자를 닮았다 하여 원산도라 부르게 되었다.
|
|
| ▲ 원산도 오로봉에서 바라본 원산안면대교 |
| ⓒ 양진형 |
원산도 사람들은 섬 북쪽 건너편 안면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살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태안반도 최서단 영목항과는 불과 1.8km 떨어져 있는 데다, 두 곳을 연결하는 여객선이 예전부터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령 오천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하루에 3번씩 월도 소도 추도 허육도 육도 영목항 원산도를 오간다.
무엇보다 원산도를 크게 변화시킨 첫 원동력은 안면도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건설이다. 2019년 길이 1720m의 다리가 개통되면서 원산도는 태안에서 차량으로 쉽게 찾아가는 섬이 되었다.
|
|
| ▲ 원산도 동쪽 해안 모습 |
| ⓒ 양진형 |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은 2021년 개통된 보령해저터널이다.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6.92㎞의 아시아 최장 해저터널은 원산도의 문화와 환경을 통째로 바꾸어 놓으며 서해안 관광지도의 핵심 거점으로 우뚝 서게 했다.
보령해저터널과 연계하여 서해안 관광 허브로 떠 올라
이제 원산도는 이웃한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 효자도 등 보령 오섬의 맏형으로 서해 중부지역 해양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중이다.
먼저 해양관광 케이블카 건설로, 원산도와 삽시도를 연결하는 3.9km 해양 케이블카 설치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두 섬을 잇는 3.9km의 해양관광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10인승 케이블카 60여 대가 서해의 올망졸망한 90여 개 섬을 발아래 두고 하늘길을 열게 된다.
|
|
| ▲ 원산도~삽시도 해상 케이블카 조감도 |
| ⓒ 보령시 |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명소노리조트와 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니, 원산도의 변신은 눈이 부실 정도다. 특히 다가오는 2027년 4월에는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라는 특별한 주제로 '제1회 섬비엔날레'가 이곳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막을 올린다. 24개국 70여 명의 세계적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 섬 예술 축제는 2029년 삽시도, 2033년 장고도와 효자도까지 확대되어 보령의 5개 섬을 하나의 거대한 서해안 예술 전시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섬과 바다의 가치가 예술과 만나 어떤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낼지 벌써 가슴이 설렌다.
'오로봉 봉수대'에 올라 서해의 사방팔방을 품에 안다
원산도가 숨겨둔 진짜 풍경을 만나려면 섬 서북쪽에 솟은 오봉산으로 향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있어 이름 붙은 오봉산은 해발 100여 m 남짓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걸음으로 오를 수 있다.
|
|
| ▲ 봉수대가 있는 원산도 오로봉 |
| ⓒ 양진형 |
오봉산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봉선착장 방향으로 200m쯤 걷다 보면 호젓한 등산로 초입이 반긴다. 왼쪽으로 시야가 터지며 푸른 보령 앞바다와 저 멀리 누워있는 무인도 '납작도'가 마중을 나온다.
제법 가파른가 싶다가도 이내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아늑하게 감싸 안아, 한여름 무더위 속 트레킹이라도 청량한 그늘을 내어줄 것만 같다. 가쁜 숨이 턱 끝에 닿을 무렵, 원산도의 명물인 '코끼리바위'로 갈라지는 사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우회전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본다. 숲 속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마치 길잡이라도 자처하듯 앞장서 걷다가 멀찍이 사라지는 동화 같은 순간도 마주한다. 봉화대가 터를 잡은 오로봉 정상은 해발 116m에 불과하지만, 조망만큼은 거침이 없다. 북쪽으로는 천수만 내해와 안면도가, 남쪽으로는 대천항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최고의 명소다.
|
|
| ▲ 오로봉에서 바라본 원산도 동남쪽 풍경. 멀리 희미하게 보령 성주산이 보인다 |
| ⓒ 양진형 |
예전 왜적의 침략 같은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다 건너 동쪽 오천항 근방의 충청수영성과 긴밀하게 봉화로 소통하던 지리적 요충지였음이 대번에 실감 난다. 충청수영성은 조선 초기에 쌓은 군사 요새로, 수군절도사가 머물며 충청도 바다를 호령하다가 1896년 고종 때 폐영될 때까지 오랜 세월 서해를 지켰던 역사의 현장이다.
간조의 시간이 허락한 비밀, 해안 명소 '코끼리 바위'를 찾아
오로봉 봉수대에서 다시 사거리 갈림길로 내려와, 이번에는 숨겨진 비경인 코끼리 바위로 향한다. '해발 102m의 중봉산 언덕을 오르니, 녹슨 철망이 예전 해안초소의 흔적을 말해준다. 이정표를 따라 소나무 향을 맡으며 20분쯤 더 걸었을까, 마침내 코끼리 바위가 있는 해안가에 닿는다.
|
|
| ▲ 코끼리바위가 있는 해변 |
| ⓒ 양진형 |
코끼리 바위는 가파른 해안 절벽에 숨어 있어 하루 중 바다가 길을 가장 크게 열어주는 '최저 간조 시각' 전후 1~2시간 밀물과 썰물 때를 맞춰야만 제 모습을 온전히 허락한다. 물때를 무시하고 섣불리 다가섰다가는 바닷물에 길이 막혀 자칫 고립되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물때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물이 빠져나간 해변은 서정적이고 고요하다. 바다 건너편에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섬 '삽시도'가 마치 편안한 베개처럼 누워 평화로움을 더한다. 코끼리 바위의 신비로운 자태를 감상한 후, 미끄러운 해조류를 조심조심 피해 가며 해안을 따라 오봉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다를 향해 낚싯줄을 던지는 강태공들의 뒷모습마저 하나의 풍경이 되는 길이다.
|
|
| ▲ 코끼리바위에서 오봉산 선착장으로 가는 해안 |
| ⓒ 양진형 |
이윽고 도착한 오봉해수욕장은 다가올 여름 시즌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굳게 닫혔던 방갈로 문들이 하나둘 열리는 모습에서 설레는 초여름의 기운이 난다.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차량으로, 지난 4월 개장해 새로운 힐링 명소로 떠오른 '원산도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그런데 원산도 자연휴양림은 예약 투숙객 중심으로 철저히 운영되고 있어, 아쉽게도 입구 차단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
| ▲ 원산도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본 원산도해수욕장 |
| ⓒ 보령시 |
이곳 자연휴양림은 인터넷 추첨 방식으로 매월 1일~4일 누리집(숲나들e)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그러니 미리 예약한 이 휴양림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원산도 여행을 하는 여정이면 더욱 좋겠다. 거기에 하루 더 시간을 내어 대천항이나 영목항에서 배를 타고 삽시도나 고대도, 장고도 같은 이웃 섬까지 번지는 여유를 부려본다면, 그야말로 잊지 못할 보령 섬 여행의 푸른 추억이 완성될 것이다.
|
|
| ▲ 오봉산 오르는 초입 |
| ⓒ 양진형 |
[원산도 오봉산 트레킹 코스] 오봉산해수욕장 주차장 ~ 오봉산 들머리 ~ 사거리 ~ 오봉산(125m) ~ 오로봉(116m) ~ 사거리 ~ 중봉산(102m) ~ 코끼리바위 ~ 오봉산해수욕장 ~ 주차장 회귀 (약 6km, 휴식 포함 3시간, 난이도 중하)
[전문가 Tip] 코끼리 바위 안전하게 다녀오기
*물때 확인 : '대천항' 물때표 기준, 간조(물 깊이가 가장 낮아지는 시간) 시각을 '바다타임'이나 '국립해양조사원'을 통해 미리 파악하자. 간조 전후 2시간 내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
|
| ▲ 코끼리바위 주변 |
| ⓒ 양진형 |
*신발 준비 : 바위지대 곳곳에 미끄러운 파래나 굴 껍데기가 붙어 있으므로 슬리퍼나 샌들 대신,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섬뉴스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특집] 33년 전 죽은 동생, 한국 '5·18 테이프'에 살아 있다니
- '1일 48톤'의 비밀...전국에서 농촌으로 몰리고 있다
- 삼성가 두 재벌 총수의 서로 다른 사과가 남긴 것
- [오마이포토2026] 준공 1주일만에... '감사의 정원' 바닥 일부 재시공
- 입구부터 아카시아향 폭발... 서울 한복판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니
- 우리 동네에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오다니
- 평택을, 아홉번째 여론조사했지만...여전히 '오리무중'
- [오마이뉴스·STI 예측] 울산 김상욱 32.2% - 김두겸 32.5%
- 정용진 '일베'식 행보, 터질 게 터졌다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MBC "송언석과 함께한 기자들, '더러워서'로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