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놓고 썼는데 오히려 칭찬?...콘텐트 성패 가르는 ‘이 능력’ [비크닉]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월간 윤종신’에서 공개한 뮤직비디오 ‘지난날’이 화제다. 추억 가득한 과거를 회상하는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도 눈길을 끌지만, 영상 내용이 특히 감동적이란 평이다. 뮤직비디오는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비포&애프터’ 방식으로 구성하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 지금까지 콘텐트 업계에서 AI는 편리하지만 시청자들의 ‘불편한 골짜기’를 건드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대놓고 AI를 쓴 영상이 논란은커녕, 칭찬까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는데도 울컥했다…AI가 건드린 ‘그 시절’
결론부터 말하면, 대놓고 쓴 것이 오히려 솔직함이 됐다. 유명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면은 이미 소셜 미디어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포맷이다. 전성기 시절의 배우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지으면, 오늘날 모습의 배우가 화답하는 형식이다. 때로는 어른이 된 연기자가 아역 시절 자신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보는 사람은 이것이 가짜라는 걸 안다. AI가 현실을 그럴싸하게 모방하거나 진실처럼 꾸밀 때는 거부감이 들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 속 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건 AI만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대리만족도 느낀다.

‘지난날’은 이 포맷을 차용했다. 김현철·유재석·장항준 등 동료 연예인 11명의 젊은 시절 사진을 받아 오늘날의 모습과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기뻐하던 유재석은 무명시절의 청춘에게 트로피를 건네고, 윤종신은 젊은 날의 자신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꿈은 많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했던 지난 청춘에게 건네는 스스로의 위로이자 그리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상은 15만회 이상 조회되며(5월 18일 기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댓글에는 ‘윤종신이 알려주는 AI에 체온을 담는 법’, ‘(콘텐트를 만드는) 감은 대체 언제 죽는 거냐…대단하다’, ‘AI의 좋은 예’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AI 없음’이 후킹 포인트
시몬스는 정반대의 문법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한 신규 브랜드 캠페인 ‘라이프 이즈 컴포트’ 시리즈는 총 5편 모두 100% 아날로그 촬영 기법으로 제작됐다. ‘스트리트’ 편에서는 아수라장이 된 거리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매트리스 위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다. 혼란한 환경과 초연한 인물이 한 화면 속에 대치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 메시지가 강렬하게 와 닿는다.

24개의 이벤트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백명의 스태프와 3D 시뮬레이션이 동원됐다는 후문이다. 패스트푸드점에 차량이 유리창을 뚫고 돌진하거나, 8개의 무대 세트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거 AI 아니야?”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그 순간 ‘No AI(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문구는 오히려 더 강한 후킹 포인트가 된다. AI가 구현할 법한 초현실적 장면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해낸 시몬스만의 역발상 전략인 셈이다.
AI가 다 할 수 있는 시대, 브랜드는 무엇을 증명해야 할까
일상 속 AI 사용 빈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AI 콘텐트에 대해 일부 거부감을 느낀다.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AI 광고를 보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이용자 62.4%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4년 공개된 코카콜라의 연말 광고 캠페인은 AI 기술을 활용했다가 어색한 비율과 낮은 완성도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뷰티 브랜드 역시 피부가 매끈한 모델이 가상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밝혀져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
이제 브랜드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증명해야 한다. AI 이미지 생성·처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건 기술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관점과 태도다.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받은 영국 통신사 O2의 ‘데이지 할머니’ 캠페인처럼, AI를 활용해 노인층 보이스피싱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질감을 줄 수도, 반대로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AI 디자인 전문가인 변사범 플러스엑스 공동창립자는 “AI가 화두가 되면서 오히려 기존 연출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공감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브랜드는 자신만의 감각과 철학을 더욱 선명하게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 b.이슈
「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7만원→101만원 ‘新황제주’…삼전보다 뛴 기판주 살 타이밍 | 중앙일보
- 내신 9등급도 의사 될 수 있다? 대치맘 플랜B ‘메디컬 유학’ | 중앙일보
- 월 80만원에 해외 한 달 산다…‘여행·골프’ 은퇴 부부의 성지 | 중앙일보
- 메이플자이 vs 원베일리…초고가 아파트 운동회 향한 두 시선 | 중앙일보
- 50대 남녀 낯뜨거운 ‘기내 성관계’…아이가 보고 승무원에 알렸다 | 중앙일보
- ‘노출 옷’ 여직원과 밀착사진 2만원…이런 카페 고교생도 줄선다 | 중앙일보
- [단독] ‘한 번에 50만원’ 체외충격파, 1년 12번까지만 실손보험금 | 중앙일보
- “애기들아 오늘은 놀아”…93세 이길여 총장, 허리 꼿꼿 파격 축사 | 중앙일보
- 조인성도 감탄했다…숨소리 하나까지 잡은 ‘나홍진 완벽주의’ | 중앙일보
- 가짜 ‘야구장 여신’에 들썩…“한국, 현실 감각 잃어” 외신의 경고,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