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쌀·누룩 다 다르다… 강해영 막걸리 깔끔한 끝맛의 비결

2026. 5. 2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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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백끼⑤ 막걸리


남도의 세 고장 전남 강진과 해남과 영암에는 오랜 전통의 막걸리 도가가 여럿 있다. 맑은 물에 손수 빚은 누룩에 제 고장의 쌀로 저마다 개성 있는 막걸리를 빚는다. 손민호 기자
전라남도의 남쪽 끝 강해영(강진·해남·영암)의 양조장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100년 가까이 ‘맛있는’ 막걸리를 빚어왔다. 강해영 막걸리는 단순히 ‘맛있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텁텁하지 않고, 인위적인 단맛이 없는데도 맛이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깨끗하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의 막걸리는 ‘재료·시간·양조’ 세 가지에서 타협이 없다. 마을을 돌면서 마셔보니 대중적인 막걸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막걸리의 여러 문제 가운데 제일 두드러지는 건 사실 ‘인공 당(糖)’ 문제다. 과거 질이 떨어지는 막걸리 맛을 보충하기 위해 넣었던 인공 당이 이제 ‘디폴트’가 되면서 이래도 되나 싶게 불편할 정도다.

해남 삼산주조장의 해남 찹쌀생막걸리. 과일은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막걸리에서 상큼한 과일 향이 난다. 손민호 기자

강해영 막걸리는 다르다. 이를테면 해남의 ‘삼산막걸리’는 감미료를 전혀 추가하지 않는다. 대신 찹쌀로 부드러움과 단맛을 조절했는데, 자연스러워서 입에 붙는다.

강진은 또 다른 방향이다. 이 지역은 쌀의 질에 집착한다. 강진산 ‘새청무’ 쌀은 전분 구조가 안정적이고 발효할 때 잡미가 적다. 여기에 직접 만든 누룩을 사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시판 누룩은 균질하지만, 개성이 없다. 반면 수제 누룩은 발효 미생물이 복합적이라 맛의 층이 깊어진다. 이 차이가 강진 막걸리 특유의 구수함과 맑은 끝맛을 만든다. 마셔봐야 안다.

영암은 원재료의 확장이 특징이다. 기본은 쌀과 누룩이지만, 무화과 같은 지역 특산물을 결합한다. 다른 지역의 막걸리는 특산물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맛을 망치는 걸 많이 보아왔다. 무화과 막걸리도 그 정도로 오판하기 쉬운데, 마셔보면 ‘엇!’ 하고 눈을 뜨게 된다. 단순한 향 첨가 수준이 아니라 발효 과정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과일의 당과 산이 효모 활동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질감과 향 구조를 바꿔버린 듯하다. 크리미하면서도 가벼운 탄산이 터진다.

요즘 막걸리는 많이 마셔도 숙취가 덜하다. 인공 첨가제를 안 쓰고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막걸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강해영 막걸리도 그러하다. 손민호 기자

막걸리는 술이다. 당연히 발효와 숙성이 핵심이다. 긴 발효와 숙성은 막걸리의 맛을 올리지만 가격도 올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막걸리는 빠르게 만든다. 강해영의 양조장은 가능한 한 더 많은 시간을 막걸리에 주려고 한다. 발효도 통상 시간보다 길게 가져가고, 일부는 항아리 숙성까지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알코올의 거친 맛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쉽게 말해 맛이 좋아진다.

대신 위험도 커진다. 산패나 과발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식은 경험이 없는 양조가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해남 일부 양조장의 고도수 막걸리는 이 장기 발효의 극단적인 사례다. 도수를 끌어올리면서도 거칠지 않게 만드는 건 기술보다 관리 능력에 가깝다. 온도, 습도, 미생물 상태를 지속해서 조정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해내면, 막걸리인데도 와인처럼 구조감이 생긴다.

강진은 항아리 숙성을 고집하는 도가도 있다. 스테인리스 탱크보다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미세한 공기 교환이 일어나면서 발효가 훨씬 안정되고 깊어진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 차이는 향에서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금속성 잡취가 없고, 곡물 향이 둥글게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전남 강진 병영양조장에서 박찬일 셰프와 김지유 병영양조장 실장. 김지유 실장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고 김견식 대표의 딸이다. 손민호 기자

강해영의 물도 뺄 수 없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중요하다. 두륜산과 월출산 일대의 암반수는 미네랄 균형이 안정적이다. 물맛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발효 미생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물이 불안정하면 발효가 튀고, 맛도 들쭉날쭉해진다. 남도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발효가 ‘안정적’이다. 그래서 맛이 깨끗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생각의 차이다. 강해영의 양조장은 공통으로 ‘막걸리는 싸야 한다’는 기존 공식을 깨려고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위험이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조장은 여전히 빠르고 저렴한 방식에 머문다. 강해영의 양조장은 그 반대 길을 걷는 막걸리도 내고 있다.

글=박찬일 요리사

■ 강해영 대표 막걸리6

「 강해영은 막걸리의 고장이다. 세 지역에서 오랜 전통의 양조장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세 지역의 문화관광재단으로부터 각 지역의 대표 막걸리를 두 개씩 추천받았다.

강해영 대표 막걸리6. 왼쪽부터 강진 도암 뽕잎쌀막걸리, 영암 도갓집 '문득' 무화과 막걸리, 강진 병영설성 생막걸리, 해남 삼산주조장 해남 찹쌀생막걸리, 영암 도포주조장 월출산 생막걸리, 해남 해창 찹쌀생막걸리. 손민호 기자


강진 병영설성 생막걸리 1930년대 개업한 강진 병영양조장의 대표 막걸리.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61호 김견식 명인이 별세한 뒤 아들이 물려받았다. 직접 만든 누룩을 쓰고 강진산 햅쌀로 6도 막걸리를 빚는다. 맛이 깔끔하다.

강진 도암 뽕잎쌀막걸리 도암주조장이 2007년 출시한 막걸리. 도암 간척지에서 생산한 쌀과 지역에서 재배한 뽕잎, 지하 암반수로 6도 막걸리를 만들었다. 녹차처럼 뽕잎을 8일간 발효해 잡내가 없고 숙취가 덜하다.

영암 도갓집 ‘문득’ 무화과 막걸리 도갓집은 1945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영암의 대표 도가다. 쌀로 빚은 생막걸리가 대표 상품인데 최근 영암 특산물 무화과를 넣은 막걸리를 출시했다. 상큼하고 부드러워 가볍게 마시기 좋다.

영암 도포주조장 월출산 생막걸리 전남 영암과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막걸리. 6도짜리가 대표 상품으로, 탄산이 강하지 않아 잘 넘어가고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울린다. 무난하고 평범해서 오히려 계속 먹게 된다.

해남 삼산주조장 해남 찹쌀생막걸리 1950년대부터 3대째 이어오는 전통 생막걸리 명가의 대표 상품. 두륜산의 깨끗한 물로 빚어 맑고 경쾌한 맛이 특징이다. 9도와 12도는 찹쌀과 멥쌀에 손수 만든 누룩만 쓰는데 과일 향이 난다.

해남 해창 찹쌀생막걸리 해창주조장은 ‘프리미엄 막걸리’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걸쭉하고 은은하게 단맛이 올라오는 게 해창막걸리의 특징이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9도, 12도, 18도 막걸리를 빚는데 12도짜리가 대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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