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파업’ 뒤엔 노봉법…노조, 100조 손해 나도 책임 안져

김연주 2026. 5.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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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전자 노사의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이 될 수 있는 2차 사후조정이 열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실 복도. 노사는 성과급 제도화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산업계 전반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성과급 요구 자체를 노란봉투법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지만, 파업 예고 같은 쟁의행위로 확산하는 배경에 노란봉투법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청노조 같은 ‘약자’를 위해 만든 법을 오히려 대기업 노조가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성과급 파업…노란봉투법이 열어줬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과거에는 성과급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경영상 결정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의 범위를 열어버린 만큼 성과급 역시 쟁의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다양한 경영상 요구가 최근 노조 의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교섭대상은 교섭 결렬 시 쟁의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의무적 교섭대상’과 교섭 테이블에는 오를 수 있지만 쟁의행위의 대상은 아닌 ‘임의적 교섭대상’으로 나뉜다. 성과급의 경우 이를 임금이나 근로조건으로 볼지, 아니면 경영상 판단의 영역으로 볼지를 두고 현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왔다. 전자라면 의무적 교섭대상에 해당할 수 있지만, 후자라면 임의적 교섭대상에 가까워 파업 시 정당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성과급뿐 아니라 경영상 판단과 맞닿아 있는 사안까지 파업(쟁의행위)이 가능한 사안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 노란봉투법으로 교섭권을 얻은 하청노조들도 일제히 동일한 성과급을 달라며 교섭 요구에 나섰다.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올해 초부터 전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역시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원·하청을 가리지 않고 성과급이 노사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성과급 같은 경영상의 결정을 이유로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정당성을 다툴 여지가 있었다”며 “하지만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과 경영 판단 영역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실적이 좋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는 성과급 요구 자체를 노란봉투법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성과급 요구가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이어질 정도로 격화한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신기술 도입 등 경영 판단 합의 요구도 많아져


당초 노란봉투법의 핵심 취지는 노조법 제2조 2호의 ‘사용자’ 정의를 넓혀 하청 노조가 실질적인 교섭 상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노조법 제2조 5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의 원인으로 추가되면서, 오히려 대기업 노조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회사 측에 ‘노사 공동 경영협의회’ 구성을 요구하고, 신기계·신기술 도입이나 작업 공정 개선에 관한 사항은 해당 협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안을 제안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도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을 포함하기도 했다. HMM 노조도 본사 이전이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노란봉투법 적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업 리스크 기업 부담은 커지고 노조 부담은 줄어


다만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더라도 성과급 자체가 곧바로 쟁의행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조법 제2조 5호는 경영상 결정 중에서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한정된다”며 “근로조건은 법에 명시된 임금, 근로시간, 해고 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성전자에서 논의되는 영업이익에 연동되는 경영성과급은 순수한 경영상 판단에 가까워 보인다”며 “성과급을 이유로 한 쟁의행위의 적법성은 노란봉투법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성과급을 주된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가 불법파업이라고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노조가 부담하는 법적·경제적 리스크는 과거보다 크게 준다. 적법한 쟁의행위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뿐더러, 설령 불법파업이더라도 노란봉투법에는 노조원의 생계를 위협하거나 노조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기 때문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만약 파업이 불법으로 판단되고 피해 규모가 100조원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배상액은 노란봉투법에 따라 훨씬 감액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광선 변호사도 “결국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사측이 부담하는 파업 리스크는 커진 반면, 노조가 지는 리스크는 크게 줄어든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파업으로 기업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 수단은 제한적이란 의미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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