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고통과 비난…아들과 죽으려 했던 엄마 부모가 자녀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무리신주’ 日 20년간 동반자살 시도에 숨진 아이 652명 “도움 청하면 폐 끼친다”…고립이 키운 비극 “단 한 사람이라도”…사회적 지지망 구축해야
산속에 버려진 아들이 달려와 엄마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그가 아들과 함께 죽기로 결심한 건 2001년 6월의 밤이었다. 29세 엄마 하시구치 아키코. 아들은 6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에서 작은 다툼으로 시작된 친구 문제가 하시구치를 괴롭히고 있었다. 책임을 추궁하는 교사의 전화가 그날도 울렸다. 아무리 혼내도 변하지 않는 아들을 차에 태워 산으로 향했다. 장마철에 들어선 시즈오카현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너 같은 아이는 혼자 살아!” 차 안에서도 계속 소리쳤다. 아들은 “미안해요”라며 흐느껴 울었다. 산에 도착해서는 차를 세우고 조수석 문을 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산속에 아들을 내던지듯 내려놓고는 그대로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를 출발시켰다. 아들을 산에 버릴 생각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는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심정이었다.
차에 매달리는 아들을 뿌리치듯 속도를 올렸다. 500m쯤 간 곳에 다리가 있었다. 유턴해 차를 세운 뒤 하시구치 아키코는 울었다. 그때 차창 밖 정면에서 온힘을 다해 뛰어오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껏 키우면서 본 적 없을 정도로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나 같은 인간이 애초 이 아이를 낳아 키운 것 자체가 죄였구나.’ 그 죄를 갚으려면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는다, 그 길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1994년 11월 난산 끝에 낳은 아들은 간절히 바라던 첫 아이였다. 키우는 일은 달랐다. 금세 위화감을 느끼게 됐다. 안아주지 않으면 잠들지 않았고, 마신 우유도 토해버렸다. 지인들의 아이와 비교하며 초조해졌다. “아이란 게 원래 그런 거예요”라는 보건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살이 돼 걸을 수 있게 되면서는 공원에 데려갔는데 먼저 놀고 있는 아이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싸움을 거는 일이 잦았다. 문제가 계속되자 다른 엄마들도 피하게 됐다. 일부러 사람이 적은 시간을 노려 차로 30분 떨어진 공원까지 갔다.
키울 자신이 없어졌고, 아들에게 손을 댔다. 때리고, 밀쳐 넘어뜨렸다. 죽여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두 살 무렵에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데리러 갈 때마다 보육사에게 지적을 받았다. 편식이 심하다는 이유로 방임을 의심받은 적도 있었다. “어머니, 된장국 만들 줄 아세요?” 깔보는 듯한 말투에 할 말을 잃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아들에게 소리쳤다. 매일매일 아들을 혼냈다.
아들을 산에 버리러 간 날은 그렇게 누적된 고통이 터져버린 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온 지적이 모두 자신을 향해 “부모 실격”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장맛비가 창문을 적신 자동차 안에서 아들과 함께 울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힌 아들 목을 두 손으로 쥐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들을 죽이고 자신은 차째로 절벽에 돌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엄마, 이렇게 힘들게 해서 미안해.” 정신을 차리고 손을 푼 건 그 말을 듣고서였다.
산속의 그날 이후에도 무리신주는 계속됐다
이날의 사건은 엄마 하시구치 아키코씨가 2020년 2월 출간한 책 ‘지금 그대로 괜찮아(そのママでいい):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당신에게 전하는 43가지 응원’에 담기며 세상에 알려졌다. ‘마마(ママ)’라는 표현을 강조한 일본어 제목은 ‘그런 엄마여도 괜찮아’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하시구치씨는 아들에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병원에서 의사는 “어머니, 여기까지 아드님을 정말 잘 키워오셨네요. 정말 잘 버텨오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육아를 인정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들과 죽으려고 했던 게 불과 두 달여 전이었다.
하시구치 아키코씨가 2001년 9월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실제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일러스트화한 이미지입니다.
일본에서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을 억지로 죽인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형태의 동반자살을 ‘무리신주(無理心中)’라고 부른다. 연인의 동반자살을 뜻하던 ‘신주’에 강제를 뜻하는 ‘무리’를 붙인 말이다. 삶을 비관한 부모가 자녀를 죽인 뒤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많다. 하시구치씨는 무리신주 경험을 실명으로 공개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의 사례는 처음 얼굴을 드러낸 2024년 12월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계기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무리신주는 일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건이다. 지난 5일 나가노현 시모이나군 아치촌의 한 주택에서는 어머니인 여성과 10세, 13세 두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익사, 두 자녀는 질식사였다. 또 다른 자녀인 10대 장남은 앞서 머리를 다친 상태로 인근 파출소에 찾아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아버지는 다른 지역에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여성이 무리신주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히로시마현에서 74세 여성과 50세 딸이 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무리신주로 결론났다. 제3자가 침입한 흔적이나 실내가 어질러진 흔적은 없었다. 파트타임 근무자인 딸은 평소 주변에 “간병에 지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12일 사망한 딸을 어머니 살해 혐의로 송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오사카부 스이타시에서 20대 남성이 두 딸과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오사카부 이케다시 자택에서 어머니인 여성과 어린 딸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죽지 않고 살인 혐의로 체포된 어머니는 “딸을 죽이고 나도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일본 정부는 아이를 함께 죽음으로 끌고 가는 무리신주를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모가 살아남은 미수 사례도 포함된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어린이가정청 산하 전문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4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20년간 무리신주로 숨진 18세 미만 아동은 모두 652명이다. 2006년도부터 2008년도까지는 매년 60여명씩 숨졌다. 가장 최근 집계인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학대 사망 아동은 6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6.2%인 17명이 무리신주 사례였다. 4명 중 1명꼴이다.
도움받지 못한 부모들, 죽음에 끌려가는 아이들
영문 매체 재팬타임스는 지난 18일 일본의 무리신주 문제를 다룬 보도에서 “이런 사건들은 대중의 반응에서 충격, 짧은 관심, 그리고 헤드라인에서의 소멸이라는 익숙한 양상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숫자(무리신주로 인한 아동 사망 통계)는 이것이 계속되는 현실임을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이 매체는 ‘부모자녀 간 살해 후 자살’이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사례를 비교한 연구들을 보면 동아시아에서는 이런 사건이 가족 의무, 사회적 압박, 가족적 일체감과 관련이 있다는 게 재팬타임스 설명이다. 서구권에서는 유사 사건이 정신질환, 대인 갈등, 가정폭력과 더 자주 연결된다.
모자의 시신이 발견된 주택 주변을 경계하는 경찰관들. 실제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일러스트화한 이미지입니다.
일본에서는 ‘가족의 고통이 가정 안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라는 맥락에서 자주 논의된다. 경제적 어려움, 돌봄으로 인한 소진, 정신건강 문제는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외부 개입이 제한된 채 사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재팬타임스는 “부모자녀 간 사건에서는 회복력, 책임감, 자기 절제에 관한 사회적 기대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 특히 어머니의 수치심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위축이나 탈진의 징후는 대개 일이 벌어진 뒤에야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심리학자인 도쿄대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이시이 게이코 교수는 재팬타임스에 “일본인은 개인적 문제나 가족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할 때 관계를 흐트러뜨릴까 봐, 타인에게 비판받을까 봐, 상황을 더 악화시킬까 봐 걱정하는 경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관계가 상호성 및 조화에 대한 기대, 그리고 배제되거나 기존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불안에 의해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는 사람들이 힘들 때 위로나 조언을 구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이시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시이 교수가 2017년 국제 학술지 ‘비교문화심리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일본인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적 기대나 책임에서 벗어난 일, 즉 개인의 책임이나 실패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각은 수치심을 더 깊게 만들고 도움을 구하는 일과 도움을 주는 일 모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이시이 교수는 지적했다.
‘마을’이 없던 자리, 단 한 사람의 손길이라도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지원하는 민간 업체도 등장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육아 긴급지원 서비스 ‘이쿠지 119’는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전화나 라인 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하면 ‘다욧테상’이라고 부르는 보육 전문가를 파견한다. 생후 0개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24시간 365일 운영한다. 이용료는 시간당 1800엔부터다. 이쿠지는 ‘육아’의 일본식 발음, 다욧테상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시구로 카즈키 대표는 지난 1월 FNN방송 인터뷰에서 두 아이를 혼자 돌보며 ‘누군가 잠깐 와줬으면 좋겠다’ ‘이해해주는 어른이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느낀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도쿄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이바라키현, 후쿠오카현으로 확대됐다. 월 상담 건수는 지난해 1월 8건에서 11월 216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다욧테상은 500명을 넘겼다.
민간 육아 긴급지원 서비스 ‘이쿠지 119’에 소개용으로 공개된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AI)로 일러스트화한 이미지입니다.
하시구치씨도 자신이 ‘아들 살해 후 자살’을 계획했던 배경에 사회적 고립과 가족 밖 지원의 부재가 있다고 말한다. 또 개인적 고통을 교과서적 해법으로 축소하며 엄마들을 쉽게 판단하는 문화도 충동적 행동을 자극했다고 한다. 그는 재팬타임스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필요한 마을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영어권 속담을 뒤집은 말이다. 육아를 함께 감당해줄 사회적 관계망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시구치씨는 “저에게는 가족 밖에서 제 곁에 있어줄 단 한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며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컨설턴트로서 부모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고 약 10년 뒤 하시구치씨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당시 이야기를 꺼내며 용서를 구했다. 아들은 “괜찮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민간기업에 취직했다가 독립했다. 2024년 12월 아사히신문 인터뷰 당시 그는 두 회사의 임원을 맡고 있었다. 아들은 하시구치씨의 무리신주 미수 공개에 대해 “다른 부모와 아이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게 당신의 역할이지 않느냐”며 지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시이 교수는 “극심한 고립을 막으려면 사람들이 남에게 폐를 끼친다고 느끼지 않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