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원전급 태양광” 전력망 대책 없이 발표한 정부

남수현 2026. 5.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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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멱우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소 주변이 얼어 눈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간척지 등에 원자력 발전소 1기 용량과 맞먹는 대형 태양광 단지 10개 이상을 2030년까지 구축한다. 또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 단가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저장장치 대책은 미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기준 37.1GW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먼저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에 10개 이상의 GW급 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1GW는 통상 원전 1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력 부지로는 시화·화옹지구 등 경기권 간척지,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접경지역, 경기·충청권의 석탄발전소 폐부지, 평택항·평택호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공장 지붕과 농지, 도로·철도·농수로 등 전국의 유휴부지를 쓸어 모아 태양광 44.2GW를 추가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계약단가를 대폭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올해 기준 ㎾h(킬로와트시)당 태양광 150원, 육상풍력 180원, 해상풍력 330원인 계약단가를 2035년까지 각각 80원·120원·150원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제도’로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격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하면 발전원가가 낮아지고, 물량 관리도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56GW를 태양광이 채워야 한다. 앞으로 4년간 매년 14GW의 태양광 설비를 보급해야 하는데, 지난해 연간 태양광 보급치(4GW)를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목표다.

또 태양광은 낮 시간대에 발전량이 몰리는 특성이 있어, 출력제어와 전력계통 불안정이 생긴다. 기후부는 개선 대책을 현재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30년까지 100GW를 깔겠다면서, 정작 그 변동성을 감당할 수단은 2040년까지 전망하는 12차 전기본에 미뤄두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반값 단가’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35년에는 태양광의 발전 단가가 현 원전과 비슷해진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원별 원가 목표를 계량화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공급망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저가 기자재를 배제하면서 10년 안에 단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려야 하는 안보와 비용 사이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국산 비율은 2018년 72.5%에서 2024년 41.6%로 급감했다. 국산 기자재를 쓰면서 가격을 ㎾h당 80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는 상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쓰려면 간헐성(날씨에 따른 발전량 변화)을 해결할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목표가 정량적으로 제시돼야 하는데 이번 계획엔 빠져 있다”며 “양수발전 확대 전략이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도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세종=남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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