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7200 깨졌다, 외국인 투매 부른 4대 악재

장서윤 2026. 5.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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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19일 장중 7200선 밑으로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9% 하락한 7141.91까지 밀렸다가 이후 낙폭을 만회해 3.25% 내린 7271.66에 마감했다. 지난 6일 7000선을 돌파한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투매가 코스피 곡선을 아래로 고꾸라뜨렸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2619억원을 팔아치웠다(순매도). 9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이다. 이달 들어 11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쏟아낸 순매도액은 약 36조원에 달한다. 중동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3월 기록한 월간 최대 순매도액 기록(35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약 33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8000선까지 단숨에 진격한 데 따른 ‘과속 후유증’이란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 6000에서 7000까지 47영업일이 걸렸는데, 7000에서 장중 8000선을 터치하기까지는 8영업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증시를 짓누르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 ▶미국 국채 금리 5%대 급등 ▶15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삼성전자 노조 파업 리스크 등 대내외 4대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81일째로 접어든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물가를 밀어 올렸고, 미국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606%로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년물 국채 금리는 5.139%까지 오르며 월가에서 ‘파멸의 문(Gate of Doom)’으로 경고해온 5% 선을 돌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로보틱스 관련주의 급락 폭이 더 크다는 점은 금리 부담 속에서 멀티플(이익 대비 주가) 확장으로 움직이던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급격히 박해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만 보유해도 연 5% 안팎의 안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을 살 유인이 약해졌단 얘기다.

지나친 반도체 쏠림도 국내 증시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날 한국거래소 등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156조3194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60.7%(94조8400억원)에 이른다. 639개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1년 새 175.8% 급증하긴 했지만 ‘반도체 투톱’이 질주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증시 전체가 휘청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1507.8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일(1519.7원)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로 환산한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자금 회수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최근 고객 서한을 통해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강력한 자금 흐름이 역전될 위험이 커졌다”며 과열을 경고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기계적으로 팔고 개인은 무조건 사는 극단적인 수급 환경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현물 시장을 떠받친 개인의 유동성은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빚내서 투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지수 조정이 길어질 경우 반대매매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증시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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