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양도세 중과…부동산 시장 유턴? [스페셜리포트]
# 지난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물 문의 전화도 줄었고, 중개업소를 직접 찾는 발길 역시 뜸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한 차례 거래가 몰린 뒤 시장이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 유예 발표 전까지는 거래가 거의 끊겼지만, 유예 조치 발표 이후 최고가 대비 약 10% 낮은 가격에 나온 다주택자 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며 “남아 있는 물건은 미래 가치를 보고 버티는 집주인 물건”이라고 말했다.
급매가 사라진 뒤 매도자 눈높이는 다시 높아진 모양새다. 잠실은 대규모 단지와 학군, 교통 호재가 맞물린 대표 선호 지역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며 잠실과의 가격 차이가 줄자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이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집주인들도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권 핵심지인 압구정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같은 날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주요 단지마다 호가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압구정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물은 어느 정도 소화됐지만 지금은 좀 쉬어가는 분위기”라며 “압구정 신현대 35평 기준으로 58억~61억원 수준에 팔렸다”며 “70억원 이상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지금 물건을 안 내놓는다”고 전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2022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하며 부동산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에 매도를 꺼리며 ‘매물 잠김’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스멀스멀 나온다.

마래푸 2주택자 세금 5억서 10억대로
정부는 부동산 거래 위축을 막기 위해 2022년 5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왔다. 이후 유예 조치가 연장됐지만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결국 부활했다.
양도세 중과 제도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기본세율 6~45%에 중과세율을 더해 과세하는 제도다. 당장 5월 10일부터 중과세율이 적용돼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각각 가산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높아진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경우 양도세는 많게는 수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6년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8억5000만원에 매입한 다주택자가 10년 보유 후 올해 25억원에 매도(양도차익 16억5000만원)할 경우, 지금까지는 기본세율이 적용돼 양도세가 5억6275만원이었다. 하지만 5월 10일부턴 중과세율이 더해져 2주택자 양도세가 10억7495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3주택자 양도세는 12억5149만원으로 2억원가량 더 뛴다.
이처럼 세금 부담이 급증해 다주택자가 섣불리 보유 주택을 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면 양도세 부담이 급증하는데, 보유세 부담까지 커지면 증여 같은 대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이미 증여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등) 증여로 인한 등기 건수는 총 1980건으로, 전월(1345건) 대비 47.2% 증가했다. 월별 기준으로 2022년 12월(2384건)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거액의 양도세를 내는 대신, 장기 보유 ‘버티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매물 잠김 우려도 커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공식화한 이후 한때 8만80건(3월 21일 기준)까지 늘었다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며 5월 11일 기준 6만5682건까지 줄었다. 양도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5월 9일(6만8495건)과 비교해 4.2%(2813건) 감소했다.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를 미루며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등록임대사업자 압박해 매물 유도
매물 잠김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도 전월세를 놓은 집을 팔 수 있도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했다.
일례로 세입자가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A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원래는 매수자가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이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했다.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이 4개월 이상 남았을 경우 매매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를 계약 종료일(최장 2028년 5월 11일)까지 유예시켰다. 다만 매수자는 무주택자로 한정지었다.
이번 조치가 뚜렷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자가주택을 가져본 이들은 세입자가 되는 걸 꺼리는 만큼 1주택자가 집을 팔면 다른 집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물 증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의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자는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다주택자보다 양도, 보유세 부담이 낮고, 투자 개념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해 소유와 거주를 분리한 경우가 많다”며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향후 실거주를 통해 절세를 완성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로 인한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뿐 아니다. 정부는 후속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매입 임대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살펴보는 중이다.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엑스(X, 옛 트위터)에 “서울 등록임대주택 약 30만호는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감면과 영구적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는다”며 “같은 다주택인데 한때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고 꼬집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8년 의무임대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규제를 수용하는 대신,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등을 받아왔다. 정부는 의무임대기간 종료 이후까지 사실상 유지되는 혜택 구조가 시장 왜곡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일 경우 매물이 점차 나오겠지만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등록임대사업자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경우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세난은 이미 심각하다. 서울시와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단지 1만874곳 중 8654곳(79.6%)은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세 매물이 1~2건인 단지까지 포함하면 9966곳으로 91.6%에 달했다. 총 3830가구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대단지로 손꼽히는 ‘SK북한산시티’는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전셋값도 연일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랐다. 2019년 12월 넷째 주(0.23%) 후 약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며 올 들어 누적 상승률은 2.61%로, 지난해 같은 기간(0.45%)의 6배에 달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셋값이 하락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전셋값이 치솟으며 비자발적 매수가 늘어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도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공급이 줄어든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출회됐던 급매물까지 소화됐기 때문이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다시 반등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전주 대비 0.01%포인트 상승한 0.15%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0.17%로 3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서초구도 0.04%로 전주(0.0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용산구는 0.07%를 기록해 4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전용 84㎡는 최근 25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매매가(21억5000만원) 대비 4억원 이상 오른 시세다.
벌써부터 집값이 불안해지다 보니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매도 압박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주택 공급 확대 없이 기존 주택 보유자 매물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며 “유예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매물이 나오더라도 규제가 시행되면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유세 높이고 비거주 1주택 규제할 듯
정부가 매물 잠김 현상을 막으려 온갖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이 불안할 경우, ‘최후의 보루’인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높다.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해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20억~40억원대 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해 현행 과표 구간을 더 촘촘히 나누고, 구간별 세 부담을 조정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오는 7월 나올 세법 개정안에는 양도세뿐 아니라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아우르는 세제 정비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도 검토 중이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명은 지난 4월 8일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 주택을 양도하는 개인의 세금 감면 한도를 평생 2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장특공제는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보유 40%, 거주 40%)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 엑스(X, 옛 트위터)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특공을 두고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사 오래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더구나 고가 주택에 양도세를 깎아주는 건 주거보호 정책이 아니라 ‘주택투기권장 정책’ ”이라고 비판했다.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더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특공제가 개편되면 1주택자 양도세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대 80%까지 가능한 장특공제에서 ‘보유 요건(최대 40%)’이 폐지될 경우 1주택자 양도세가 1344만원에서 7126만원으로 5.3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가액 12억원 초과 주택을 10년 보유·거주한 1주택자’가 10억원 시세차익(10억원에 매수, 20억원에 매도)을 챙길 때를 가정한 경우다.
정부는 보유공제(최대 40%)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안, 보유공제를 거주 공제로 합쳐 최대 80%를 유지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거주 공제를 80%로 늘리면 10년 거주자의 세 부담은 1344만원으로 같다.
하지만 거주 기간을 못 채우면 1주택자라도 세 부담이 늘어난다. 10년 보유자 중 5년을 거주한 1주택자는 보유 요건 없이 ‘거주요건 80%’가 공제되면 양도세가 현행 4086만원에서 7126만원으로 1.7배가량 늘어난다. 장특공제가 아예 사라지면 10년을 거주한 1주택자라도 양도세가 1344만원에서 1억206만원으로 7배 이상 치솟는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 양도세가 늘어날 경우 서울 집에 전세를 주고 외곽에 전셋집을 구해 노후를 버티는 은퇴 고령층의 주거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수요 전략은 ‘입지·자금’ 압축
똘똘한 한 채 선호 더 강해진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뛰면서 실수요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문제는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매물 잠김이 공급 부족, 전세난과 맞물리며 매매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서울 상급지일수록 매물 잠김이 심해 가격 안정 국면을 만들기 어렵다는 평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의 절세 관점 매도는 최근 2~3년 동안 이미 진행돼 5월 9일 이후에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축 부족, 매물 잠김, 공사비 증가, 전월세 불안에 금융 시장까지 뜨거운 상황을 고려하면 실수요층의 내집마련은 빠를수록 유리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는 ‘과연 살 수 있는가’부터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출 규제가 강하고 금리 인하 속도도 더디기 때문에 무리한 차입은 금물이다. 다만 안정적인 소득과 현금흐름이 있고 실거주 필요가 크다면 매수 시점을 무한정 미루기 어렵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은 매수 타이밍을 재기보다 자금 여력 범위 안에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청약을 기대할 수 있는 고가점자나 신혼부부, 청년은 신규 분양에 관심을 두고, 그 외에는 대단지 역세권과 교육·주거 환경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는 경우에는 임대차 만기와 전세금 반환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5억원 아래 서울 외곽 지역은 전세난까지 겹쳐 내집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전세 낀 매물을 살 때는 전세 만기에 반환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1주택자의 핵심 과제로는 보유 주택의 경쟁력 점검이 꼽힌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장특공제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살지 않는 집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앞으로 커질 수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1주택자라면 갈아타기 시점을 재는 것보다 먼저 현재 보유 주택의 실거주 가치를 점검해야 한다”며 “무조건 장기 보유보다 장기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1주택자는 갈아타기 전략을 더 정교하게 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다주택 규제가 강한 환경에서 무턱대고 한 채를 더 사는 전략은 세금과 대출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상급지로 이동할 때는 장기 실거주 가치가 높은 지역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주택자는 상급지 갈아타기에 집중하되 기존 주택 매각 후 취득하는 일시적 2주택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전했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주택 취득세 중과와 양도세 중과가 동시에 작동하는 한 여러 채를 보유하는 방식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다주택 취득세 중과가 있고 양도세 중과가 다시 부활한 점을 고려하면 다주택을 강하게 규제하는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노원·도봉·강북(노도강), 구로, 금천, 강서, 관악 등 15억원 이하 서울 외곽 아파트값이 전세난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강남권이나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등 한강벨트 핵심 지역 상승 여력이 더 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대표는 “강남·한강변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입주 물량과 미분양 적체 여부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구 열고 공급 늘려야 해법
부동산 대책의 핵심 쟁점은 세금 규제가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다.
가장 큰 문제는 ‘출구 없는 규제’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며 양도 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거둬가면 집주인은 매도보다 보유를 택한다.
김인만 소장은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는 내려야 매물이 나오며 시장이 안정되는데, 양도세를 올린 상황에서 보유세도 올리면 매물이 더 잠기게 된다”며 “양도세 감면이라는 당근을 주면 꽤 많은 사람이 팔 것”이라고 했다. 세금을 통해 시장을 조정하더라도 매도 유인을 동시에 설계해야 효과가 난다는 의미다.
송승현 대표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현실화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취득세와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원활하게 나오도록 물꼬를 터주는 동시에 보유세 현실화를 통해 과도한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정책도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 시장 재편을 내세우지만, 1주택자가 집을 팔더라도 무주택자로 남기보다 다시 1주택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지해 랩장은 “1주택자가 비거주 1주택을 팔더라도 무주택으로 가기보다는 다시 1주택이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1주택 압박은 매물 출회를 위한 정책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가 실제 매물 증가보다 상급지 갈아타기나 실거주 전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급 대책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핵심 해법이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더라도 서울 도심의 주택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매년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058가구, 내년은 1만7197가구로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신보연 교수는 “정부가 5년간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로드맵과 6만가구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착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발표와 실행 사이의 틈이 클수록 수급 불안은 지속되고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정상화가 해법으로 거론된다. 서울에 빈 땅이 부족한 만큼 재개발·재건축 없이 의미 있는 신규 공급을 만들기 어렵다. 공사비 급등과 금융 규제가 겹친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가 곧 공급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보연 교수는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의 80%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구조”라며 “정비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물꼬를 얼마나 터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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