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앞둔 ‘퐁피두센터 한화’ 미리 가 보니…현대미술의 신호탄 된 피카소의 큐비즘으로 개관전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1907).
서울 여의도 퐁피두센터 한화 전시장에서 맨 처음 만나는 작품은 아프리카 가면을 쓴 듯 각진 코에 거친 피부, 텅 빈 눈의 여인 초상이다.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아비뇽의 처녀들’(1907)과 같은 시기 작품이다. 스페인 화가 피카소는 파리 트로카데로 민족지학박물관을 방문,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리며 현대 미술의 신호탄을 쐈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는 이듬해 세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대형 누드’를 그리며 ‘아비뇽의 처녀들’에 화답한다. 미술 비평가 루이 보셀은 이 시기 브라크의 그림을 두고 “기하학적 도식, 즉 큐브로 환원됐다”고 평했다. 큐비즘의 탄생이다.

다음달 4일 개관을 앞둔 퐁피두센터 한화가 19일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미리 공개했다. 주인공은 피카소였다. 전시장엔 걸린 퐁피두센터 소장품 91점 중 피카소 작품만 12점이다. 로베르 들로네, 페르낭 레제,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 큐비즘 실험을 함께 한 동료들, 아메데 오장팡과 르코르뷔지에 등 큐비즘을 넘어선 후대까지 총 43명의 작품을 8개 섹션에 시간순으로 전시했다.

피카소를 중심으로 큐비즘의 태동과 발전, 확산을 한 눈에 보며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이 된 큐비즘의 의미를 살펴보는 학술적 전시다. 큐비즘은 사물을 한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그리지 않고, 여러 시점에서 본 대상을 한 화면에 재구성하며 산업화와 도시화로 변화한 근대인의 새로운 시각 경험을 담아낸 미술 운동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근대 컬렉션 총괄 큐레이터는 “큐비즘은 20세기 최초의 아방가르드 운동이자 가장 중요한 예술 운동이며, 퐁피두센터는 그 기준이 되는 컬렉션을 갖고 있기에 개관전으로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로 큐비즘이 한국 근현대미술에 남긴 흔적을 조명했다. 한국에 큐비즘을 비롯한 서구의 전위 예술이 본격 소개된 것은 1920~30년대. 김환기·유영국의 기하학적 추상과 구성주의, 1950년대 함대정·이수억·하인두·박영선·박래현 등의 다시점과 색면분할은 한국 미술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은 퐁피두센터의 3번째 해외 미술관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수족관인 아쿠아플라넷 63이 있던 63빌딩 별관 전체를 리모델링해 지상 4층 규모에 약 500평의 대형 전시관 2개를 갖췄다. 전관 전시로 열리는 개관전 이후 1전시실은 퐁피두센터의 소장품전, 2전시실은 동시대 한국 미술 기획전으로 꾸려나갈 예정이다. 퐁피두센터 소장품전은 ‘마티스와 그 이후’ ‘초현실주의’ ‘여성 추상미술’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콘스탄틴 브란쿠시’ ‘코딩 더 월드’로 이어진다.

한화문화재단은 2023년 초 퐁피두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 퐁피두센터의 서울 유치를 확정했다. 매년 70억원 이상의 브랜드 로열티 외에 작품 대관료, 컨설팅 지원비 등을 지급하며 개관일로부터 4년간 운영권을 보장받는다. 재계 5위임에도 자체 미술관이 아닌 ‘퐁피두센터 한화’를 개관하는 것에 대해 재단 이성수 이사장은 “독립적 컬렉션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에 퐁피두센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4년 뒤에도 계속 좋은 프로젝트를 같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5년간의 전면 보수를 위해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이 기간 파리 그랑팔레에서 기획전을 열고, 퐁피두센터 메츠, 말라가, 상하이 웨스트번드 등지의 분관 전시를 이어가는 ‘별자리(Constellation)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로랑 르봉 파리 퐁피두센터장은 “우리가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늘 우리의 새로운 별 하나가 빛나기 시작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입장료 성인 2만8000원.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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