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상업용 석유 재고, 남은 건 몇주분”...전쟁 끝나도 휘발유값 하락은 요원

중동 전쟁이 끝나도 주유소 기름값이 곧바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전쟁 이후 비어 있는 원유 저장고를 다시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업용 원유 재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몇 주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반구의 봄철 파종과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디젤과 비료, 항공유,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 재고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IEA는 이달 발표한 5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도 3~4월 두 달간 글로벌 석유 재고가 2억46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400만 배럴 안팎으로 재고가 줄면서, 글로벌 석유 재고가 사상 최고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유 재고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기름값이 곧바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 오고, 이를 정유소에서 휘발유로 만들어 주유소까지 공급하는 데는 보통 수주에서 한 달 이상 걸린다. 여기에 전쟁 기간 동안 바닥난 상업용 재고와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워야 해, 당분간은 시중에 풀리는 물량보다 비축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IEA 32개 회원국은 지난 3월 시장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에 합의했고, 이 가운데 5월 8일까지 약 1억6400만 배럴이 시장에 공급됐다. 로이터도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유 수송과 정유시설 정상화, 바닥난 재고 복원에 시간이 걸려 휘발유 가격이 곧바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자 주요 투자은행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 HSBC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을 배럴당 80달러에서 95달러로 올렸고,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경우 평균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역시 이달 초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18일 종가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2.60% 오른 배럴당 112.1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07% 오른 배럴당 108.66달러에 마감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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