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와 유채꽃이 만든 장관, 5월의 고창이 궁금하다면
[최호림 기자]
지난 17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은 초록빛 풍경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공식 폐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초록 물결의 장관을 놓치지 않으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졌다.
| ▲ 농부의 손 끝에서 피어난 5월의 초록빛 위로ⓒ 최호림 |
5월로 접어들며 고창 청보리밭은 서서히 푸른빛을 거두고 황금빛으로 익어가기 시작한다. 필자가 찾은 날 역시 축제의 화려한 행사는 끝났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은 여전했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가족·연인·친구 단위 방문객들은 보리밭 사이 산책로를 걸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풍경은 마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들판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고, 초록빛 추억을 담으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판 가득 번져나갔다.
청보리밭 체험장 입구에서는 사람의 손과 보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농부의 수확하는 손길을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단순한 포토존을 넘어, 이곳이 농민들의 땀과 정성으로 일궈낸 터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형물을 지나 본격적으로 펼쳐진 보리밭 한편에서는 감미로운 라이브 공연도 이어졌다. 야외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청보리밭 풍경이 어우러지며 현장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들려오는 보리 잎사귀의 사각거림은 천연 배경음이 됐고, 방문객들은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초여름의 정취를 만끽했다.
| ▲ 끝없이 펼쳐진 초록 물결…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장관ⓒ 최호림 |
이 같은 풍경 덕분에 고창 청보리밭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N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 가운데 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가 인정한 역사 도시 고창
고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는 선사시대의 숨결을 간직한 고인돌 유적이다. 고창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고인돌 군집 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도시다.
최근 고창군은 고인돌 유적과 마한·백제 역사 유산을 아우르는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인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에 선정돼 문화유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지정 고인돌까지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고인돌박물관 실감영상관 등 최신 미디어 전시 콘텐츠를 확충하며 관광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 ▲ 교과서에서만 보던 고인돌,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 최호림 |
특히 박물관과 유적지 사이를 운행하는 명물 '모로모로 탐방열차(순환버스)'는 방문객들에게 편리한 이동 수단과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모로모로'라는 이름은 고창의 옛 지명인 '모로비리국'과 '모양성(고창읍성)'의 '모로'에서 따온 것으로, 고창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친근하게 알리기 위해 탄생한 고창군의 공식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 ▲ 고인돌 사이로 번진 노란 물결… 5월의 고창ⓒ 최호림 |
하지만 이날 5월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고인돌도, 청보리도 아닌 드넓게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이었다. 박물관 순환버스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눈앞에는 끝없이 이어진 유채꽃 물결이 펼쳐졌다. 푸른 하늘 아래 만개한 노란 꽃밭은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초록빛 들판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바람 따라 퍼지는 초여름의 향기까지. 자연이 빚어낸 5월의 고창은 방문객들에게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풍경을 선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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