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구도 안 막았나…‘탱크데이’가 드러낸 스타벅스의 민낯

이예솔 2026. 5.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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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이 단순 마케팅 실수를 넘어 기업 내부 검수와 조직 문화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명과 제품명, 홍보 문구, 게시 시점까지 모두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외부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내부 검수와 승인 체계 전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스타벅스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 등을 홍보하며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탱크’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장갑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과 함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결국 스타벅스는 행사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와 담당 임원 해임 방침을 밝혔다.

스타벅스는 같은 날 사과문을 통해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연관된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게 사용됐음을 인지했고, 인지 즉시 행사를 중단했다”며 “해당 콘텐츠가 내부에서 철저하게 검수 되지 못해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5월 영령의 헌신을 기리는 기념일에 이러한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단순 담당자 개인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행사명과 제품명, 홍보 문구, 게시 시점까지 모두 맞물린 표현들이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외부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특정 실무자 한 명의 판단보다는 내부 검수·승인 체계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내부 프로세스상 마케팅팀만 거치는 게 아니라 전 부서가 협업하는 구조인데, 날짜와 ‘탱크’ 표현까지 모두 맞물린 채 외부에 공개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에서 기획안을 내면 예산과 효과까지 산정한 뒤 디자인팀에 의뢰를 하는데 디자인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마케팅팀만의 문제로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프로모션은 마케팅팀부터 디자인팀까지 여러 유관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사안인데, 그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건, 내부 문화가 경직돼 있거나 애초에 검수 체계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역사·사회 감수성 검토 자체가 검수 하는 프로세스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스타벅스 탱크 데이 이벤트 화면. 스타벅스 제공
최근 기업들의 SNS·숏폼 중심 마케팅 환경이 이번 논란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시간 트렌드와 밈을 빠르게 반영하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표현은 더 자극적이고 직관적으로 변한 반면, 역사·사회 감수성 검토는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SNS, 숏폼 콘텐츠, 밈형 카피처럼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마케팅이 많아지면서 표현 방식도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주목도를 높이는 표현이 많아질수록 역사적·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요소가 없는지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문구나 카피가 흥미로운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맥락적으로 검토해야 할 요소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업계 전반에서도 변화한 마케팅 환경에 맞춰 검수 기준과 절차를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또한 이번 사태를 단순 외주나 실무자 개인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외부 대행사와 SNS 중심 속도전 마케팅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결국 역사·사회적으로 민감한 표현이 여러 단계 검수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업 내부 문화와 감수성 자체에 문제가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외주화를 하다 보면 PR회사에 20~30대 카피 인력이 집중되면서 역사·사회 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단순 외주화 문제라기보다 기업 내부에 내재화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기업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재미있고 주목도만 높으면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사내 결정권자들이 좋아할 콘텐츠라고 판단해 내보낸 것 아니겠느냐”며 “기업은 특정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사장부터 사원까지 인권 감수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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