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2시 경기 편성 '불공정' 논란…"팀당 월 2회가 한도, 현충일 지나면 논란 사라질 것"
-SSG, 11경기 3승에 그치며 승률 3할
-'최다 14경기' 한화...LG·삼성 등 인기 구단에 편성 쏠려

[더게이트]
"또 오후 2시 경기에요?" 최근 야구장에서 모 팀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휴대폰에 KBO 공지 알림이 울렸다. 메일 제목은 '2026 KBO 리그 경기 개시 시간 변경'. 원래 오후 5시로 잡혀 있던 경기가 지상파 중계방송 관계로 오후 2시로 바뀐다는 내용이었다.
알림의 내용을 전해주자 선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후 2시로 바뀌는 경기가 너무 많다. 우리 팀만 이상할 정도로 많은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해당 팀 관계자도 "가급적이면 특정 팀에만 쏠리지 않게 편성했으면 좋겠는데...낮경기가 너무 자주 돌아오는 것 같다"라며 비슷한 불만을 털어놨다.

금요일 밤 뛰고 토요일 아침 출근은 너무 힘들어
최근 낮경기가 늘어난 배경에는 KBO리그의 폭발적인 흥행과 그로 인한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 확대가 있다. 올 시즌 KBS는 금요일 저녁 '불금야구'를 고정 편성했고, SBS는 토요일 오후 2시, MBC는 일요일 오후 2시 '선데이 베이스볼'로 시간대를 굳혔다. 사실상 주말 내내 지상파를 통해 야구 중계가 이뤄지는 셈이다. 야구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노출되고 팬층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기는 하다. 한 구단 관계자도 "야구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선수들이 힘겨워하는 것은 금요일 야간경기 다음 날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다. 야간경기 루틴에 익숙한 선수들은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고 오전 10시 이후에야 기상한다. 오후 2시 경기를 치르려면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일어나 구장으로 향해야 한다. 홈팀 선수들은 더 힘들다. 원정팀보다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관행상 경기장에 더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지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 8일 대전 한화-LG전은 무려 5시간 5분에 걸친 혈투 끝에 오후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양 팀 선수단은 사실상 눈만 붙인 채 다음 날 오후 2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연장 혈투가 끝난 뒤 채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경기장으로 출근하는 강행군이었다.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라면 그나마 불만이 덜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상파 편성으로 경기시간이 바뀐 횟수만 따지면 한화가 총 4차례로 가장 많다. 반면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아직 단 한 차례도 없다. 키움은 30일 경기가 편성 변경 예정으로, 처음으로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한화에 이어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3차례로 최다 2위를 기록했고, 두산 베어스가 2차례,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SSG 랜더스·KT 위즈가 각 1차례다. 17일까지 치른 전체 낮경기 횟수로는 한화가 14경기로 최다, 키움이 9경기로 최소였다. 주로 팬덤이 크고 전국구 팬층이 두꺼운 인기 구단이 지상파 낮경기 단골로 지정되는 구조다.
물론 방송사를 무턱대고 탓할 일은 아니다. 방송사들은 KBO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갑'이다. 이 중계권료가 결국 구단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를 드라마와 예능으로 채우고, 주말 낮 시간대에 적은 제작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야구 중계를 하는 건 방송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KBO 관계자는 "지상파 중계로 경기 시간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좌석 예매 페이지가 열린 뒤에는 편성 변경이 불가능해, 아무리 늦어도 2주 전에는 지상파 중계 편성이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구단간 편성 불균형 문제는 이미 정해진 규정이 있다. KBO 관계자는 "한 팀당 월 2회까지는 구단이 승인해야 하고 구단이 동의하면 3회 이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낮경기 편성의 득과 실은?
그렇다면 각 구단들의 토요일 낮 경기 성적은 어땠을까. 일단 승패 기록만 놓고 보면 최다 편성 팀인 한화가 손해를 보진 않았다. 한화는 4경기에서 3승 1패, 승률 0.750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KIA와 삼성은 각각 1경기씩 치러 모두 승리했다.
반면 두산은 2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SSG와 KT도 1경기에서 각각 패했다. 롯데와 LG는 3경기씩 치러 1승 2패(승률 0.333)에 그쳤다. NC와 키움은 개막전을 제외하면 토요일 낮경기 편성 자체가 없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유불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토요일 낮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누적된 피로가 다음 경기와 시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측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일요일까지 포함한 전체 오후 2시 경기 성적에선 KT가 10경기 8승 2패, 승률 0.800으로 독보적인 선두다. 두산이 12경기 7승 5패(승률 0.5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SSG는 11경기 3승 1무 7패, 승률 0.300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낮경기를 가장 많이 치른 한화는 14경기 7승 7패, 정확히 승률 5할을 맞췄고 LG는 13경기 6승 7패(승률 0.462), 삼성은 11경기 5승 6패(승률 0.455)로 패수가 더 많았다.
지상파 낮경기 중계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기도 하다. KBO 관계자는 "6월 이후부터 9월 중순까지는 오후 2시 경기가 편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공휴일인 6월 6일 현충일에는 원칙적으로 방송사 낮경기 편성이 가능하고, 복수의 방송사가 동시에 오후 2시 경기를 편성할 가능성도 있다. 낮경기를 둘러싼 불평 불만은 그 이후로 잦아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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