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업 '대가 산정'은 예전 방식…"공공 AI 사업에 SI 대가 잣대 그대로"

박재현 기자 2026. 5. 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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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마이그레이션과 자연어 인식 사전 구축 등 공수 인정 불가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정부의 공공 AI 도입 의지와 달리 신기술 대가 산정 기준이 부재해 AI 사업 초기 수행사들이 상당한 손실을 떠안고 있다. 기존 SI 사업의 대가 산정 기준인 기능점수(FP)·투입인력(MM) 단가 체계가 AI 사업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데이터 정제, RAG 구현 등 핵심 기술에 대한 대가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발주 양상이 지속될 경우 공공 AI 생태계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 AI 사업에서 신기술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조달청 등 일선 정부 부처에서 AI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은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대가 산정 기준이 없는 상태다. 결국 공공 AI 사업 발주 현장에서는 기존 SI의 산정 잣대인 FP·MM 체계가 관성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선 AI 구축의 핵심 기술 리스크가 단가 책정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정제나 검색증강생성(RAG) 구현처럼 AI 사업에 필수적인 작업들이 단가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FP 방식은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에서 개발 공수를 역산하는 구조인데, 착수 전부터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AI 사업에는 애초에 맞지 않는 기준인 셈이다.

AI 기반 시스템은 첫 구축 시 수작업 공정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FP 방식이 잡아내지 못하는 공수가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과 자연어 인식 사전 구축이 대표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사용자 발화와 복잡한 변수가 겹치면 투입 공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공공기관 AI 검색 서비스 구축이 단적인 예다. 사용자가 정확한 명칭 대신 인물이나 역사적 배경, 사투리 등을 섞어 모호하게 질문할 경우, AI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의미론적 왜곡을 잡아내기 위해 개발자가 매핑 사전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쌓아가야 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초기 수행사가 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도 문제다. 업무당 단가 가중치는 일반 SI 수준에 묶인 채 실질 공수만 수배 이상 투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차기 고도화 사업으로 갈수록 데이터 품질이 안정되고 공수도 줄어드는 반면, 밑바닥부터 쌓아야 하는 첫 사업에서는 그 부담이 한쪽으로 쏠린다. 리스크는 초기 수행사가 지고, 후발 사업자는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런 구조 탓에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실증 서비스 대다수가 신기술 사업이 아닌 기존 SI에 AI 솔루션을 끼워 넣은 형태로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IT서비스 주 사업자 아래 협력사로 참여하던 검색 엔진 등 솔루션 기업들이 AI 타이틀을 달고 직접 주사업자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인프라 구축과 통합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중간에 표류하는 경우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경우 공공 AI 생태계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내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대부분 정부 AI 실증 사업의 실체는 다수의 외부 솔루션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고난도 아웃소싱 기반의 통합 사업"이라며 "솔루션만 앞세운 업체가 주사업자로 들어오면 사업 전체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초기 구축의 기술 리스크와 공수를 인정하지 않고 FP 기준만 고집한다면 AI 전환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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