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다른 교실… AI가 만든 새로운 교육격차

김대성 2026. 5. 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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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의 조용한 위기, 교사 AI 격차를 방치할 것인가?

[김대성 기자]

 인공지능 활용 교육
ⓒ 김대성(Ai활용)
장바구니를 채우는 일도 달라졌고, 길을 찾는 방식도 달라졌다. 누군가는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해 보고서를 만들고, 누군가는 인공지능에게 회의 내용을 정리하게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소비와 노동, 의사결정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어떤 기업은 신입 채용을 줄이는 대신 숙련된 직원에게 AI를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가 오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AI를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현실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학교는 아직 그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미 생성형 AI를 검색창처럼 사용한다. 숙제를 물어보기도 하고, 발표 자료를 정리하기도 하며, 이해가 안 되는 문제를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어떤 학생에게 AI는 계산기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사전이며, 때로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과목마다 AI 활용 역량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해 수업 자료를 만들고 학생 수준을 진단하며 개별 피드백까지 제공한다.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줄이며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도 한다. 반면 어떤 교사는 여전히 AI를 막연히 어렵고 불안한 기술로 느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개인정보가 걱정된다", "잘못 쓰면 문제가 생길까 두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차이가 단순한 개인차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사의 AI 활용 역량 차이는 결국 학생들이 경험하는 수업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막연한 느낌만은 아니다. 김인주·김귀훈의 <수업에서의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초·중등교사의 인식 연구>(교육정보미디어연구, 2024)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6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업에 생성형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29.3%에 그쳤다.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활용 지식 부족'이 꼽혔다. 반면 향후 활용 의향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교사들이 AI를 거부해서라기보다, 실제 수업과 업무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연수와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도 교실의 풍경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반에서는 학생 수준을 빠르게 진단해 맞춤형 자료를 제공하고, 학생 질문에 따라 다양한 설명 자료를 즉시 만들어낸다. 반면 다른 반에서는 여전히 교사 개인의 경험과 체력에만 의존한 채 평균 수준 중심의 일괄 수업이 반복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보충 자료와 피드백을 받지만, 어떤 학생은 수업 흐름에서 조용히 놓쳐질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교육격차를 가정환경이나 사교육 문제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AI 시대의 교육격차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 그리고 그 교사가 AI를 얼마나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학생의 학습 경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사라지기보다, AI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사이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의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더 크다.

유네스코의 <교사를 위한 인공지능 역량 프레임워크>(2024)는 교육 현장이 전통적인 교사-학생 관계를 넘어 교사-AI-학생의 새로운 협력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보고서에서 유네스코는 교사가 갖추어야 할 AI 역량으로 인간 중심성, AI 윤리, AI 기초와 응용, AI 교수법, 전문성 개발 등을 제시하며, 이러한 역량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서 길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일이 아니다. 교사가 AI를 윤리적이고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더구나 생성형 AI는 편리함만 가져오는 기술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부정확한 정보, 저작권 침해, 유해 콘텐츠 노출, 연령에 맞지 않는 사용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유네스코의 <교육 및 연구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2023)는 생성형 AI를 교육에 활용할 때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와 연령 적합성, 인간 중심의 교육 설계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학교 현장의 윤리적·제도적 검증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그래서 지금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은 "일단 써보자"도 아니고 "위험하니 막자"도 아니다. 안전하게, 책임 있게, 교육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 시스템이다.

다행히 교육 당국 역시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제7차 교육정보화 기본계획(2024~2028)>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을 추진하면서 교원의 AI·디지털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AI·디지털교육 지원 플랫폼(AIEDAP) 역시 AI·디지털 리더 교원 양성, 교원 연수, 예비교원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연수는 여전히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고, 실제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체험형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학교 안에서 함께 배우고 실패를 공유하며 축적할 수 있는 구조 역시 약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우선 모든 교사가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AI 기초 역량 기준이 필요하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프롬프트 설계, 자료 검증,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이해, 평가와 피드백 활용까지 포함하는 표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몇몇 교사의 개인 역량이나 열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연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한 번 듣고 끝나는 강의형 연수로는 부족하다. AI는 직접 사용해보고, 수업에 적용해보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 속에서 익숙해지는 기술이다. 실제 수업안을 함께 만들고 적용해보는 체험형·공동실천형 연수가 필요하다.

학교마다 AI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전담교원이나 코디네이터 체계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관심 있는 교사 몇 명이 자발적으로 떠받치는 방식으로는 지속성과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공형 교육 AI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일반 서비스를 학교 현장에 각자 알아서 적용하도록 두면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답변 신뢰성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 공공기관, 민간 기업이 함께 안전장치와 교육용 기준을 갖춘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예비교원 양성 단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교육대학교와 사범대 교육과정 안에 AI 리터러시와 AI 윤리, AI 기반 수업설계와 데이터 기반 평가가 자연스럽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 임용 이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구조로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동시에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교사에게 AI를 배우라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배울 시간과 여유, 그리고 행정 감축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반복적인 업무에 지친 교사에게 또 하나의 의무 연수와 새로운 업무만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변화가 어렵다. AI 역량 강화 역시 학교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와 교육청 차원의 지원 구조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말해 왔다. 이제 이 문장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교사의 AI 활용 역량을 외면한 채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다움과 공감, 관계와 인성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인간적인 역할조차 반복 업무와 정보 과부하에 지친 교사에게는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AI는 교사를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가 더 인간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도구를 누구는 활용하고 누구는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교실은 늘 미래보다 조금 늦게 변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 산업의 변화보다 교육의 변화가 더 늦어질수록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 AI 시대의 교육격차는 학생에게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사 역량 격차를 방치한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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