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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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론화했다. 조 이사는 "5월 23일, 서울 연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일베 래퍼인 20세 이민서가 고 노무현 대통령 혐오 표현 가사로 가득 찬 노래들로 입장료 52,300원을 받고 단독 공연을 열 계획이었다"고 밝히며, 재단 차원에서 공연 금지 요청 정식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
| ⓒ 조수진 이사 페이스북 갈무리 |
"그냥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여고딩 대신 여초딩 먹고 소년원 빠르게 들어갑니다"
먼저 이런 저열한 문자를 지면에 그대로 노출해 독자 여러분께 불쾌감을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 하지만 믿기 어렵게도, 이는 한 현직 래퍼가 버젓이 발매한 곡의 실제 가사 중 일부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를 예고하는 듯한 가사를 쓴 래퍼의 단독 공연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 오후 5시 23분에 개최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티켓 가격마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연상시키는 '52,300원'으로 책정되었다. 조롱과 혐오를 아예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셈이다.
"추도식 당일에 고인 모욕 노래 떼창이라니... 모든 법적 책임 묻겠다"
지난 18일,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조 이사는 "5월 23일, 서울 연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일베 래퍼인 20세 이민서가 고 노무현 대통령 혐오 표현 가사로 가득 찬 노래들로 입장료 52,300원을 받고 단독 공연을 열 계획이었다"고 밝히며, 재단 차원에서 공연 금지 요청 정식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당일 오후, 공연 기획사 측으로부터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이메일을 받으면서 법적 대응(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해당 래퍼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공연을 강행하겠다고 하자 조 이사는 즉각 법적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시 그간의 가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물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른 규제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 강조하면서 "추도식 당일에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고인을 모욕하는 노래를 떼창하겠다니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반드시 중단시킬 것이며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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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공연에는 무려 15명에 달하는 래퍼들이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 명단에는 팔로알토, 더콰이엇, 딥플로우, 염따 등 한국 힙합 신에서 데뷔한 지 20년 안팎의 베테랑이자 이른바 '국힙 대선배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대중적인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등에서 심사위원과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자타공인 씬의 리더들이다. |
| ⓒ 리치 이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
그의 가사가 넘은 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소년원에 가겠다는 등,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길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범죄적인 인식이 가득하다. 단순한 '반항심'이나 '매운맛 가사'로 치부하기엔 그 수위가 사회적 용인 범위를 아득히 벗어났다.
그러나 가장 씁쓸한 대목은 이 '일베 래퍼'의 콘서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동료 뮤지션들의 면면이다. 이 공연에는 무려 15명에 달하는 래퍼들이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 명단에는 팔로알토, 더콰이엇, 딥플로우, 염따 등 한국 힙합 신에서 데뷔한 지 20년 안팎의 베테랑이자 이른바 '국힙 대선배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대중적인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등에서 심사위원과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자타공인 씬의 리더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러한 혐오와 범죄적 배설이 한국 힙합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이자 예술인가. 2002년 데뷔 후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이끌며 씬의 전성기를 다졌던 팔로알토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리치 이기를 초대해 그의 가사를 두고 "전체적으로 내용들이 되게 자극적이다. 듣는 인터넷 커뮤니티 같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위의 가사들이 그저 "되게 자극적"이라는 완곡한 말로 허허실실 웃으며 넘길 수준인가? 익명성에 숨어 배타적 성향을 띠는 인터넷 커뮤니티조차 최소한의 '선'이 존재한다. 평소 혐오 콘텐츠 소비로 비판받는 주류 남초 커뮤니티에서조차 노 전 대통령을 이토록 원색적으로 모욕하거나 아동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으면 대번 유저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퇴출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음원 사이트에 정식 등록되는 '예술가'의 음악이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들보다 못한 도덕적 기준을 가졌다면, 이를 어떻게 예술로 존중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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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일권 음악평론가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래퍼를 핫한 신예랍시고 지지하고 함께 작업하는 베테랑 래퍼들"을 맹비난하며 "이런 수준의 래퍼가 현재 핫한 신예라니 그리고 네임드라는 베테랑들이 좋다고 어울리는 판이라니 한국 힙합 정말 슬프다. 한국 래퍼들 진짜 힙합을 사랑하긴 하냐"고 일갈했다. |
| ⓒ 강일권 평론가 페이스북 갈무리 |
힙합의 역사와 본질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힙합은 본래 미국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하던 흑인들이 부조리와 억압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삶을 증명하며, 연대하기 위해 탄생한 문화다.
그러나 지금 한국 힙합의 일부 이면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를 모욕하며,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을 '힙합다운 멋'이나 '날 것의 매력'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씬의 중심을 잡아야 할 베테랑들마저 비판 의식 없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판을 깔아주었다.
힙합은 결코 무조건적인 혐오와 조롱의 배설구가 아니다. 이제 한국 힙합 신은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 숨은 방종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국 힙합은 예술로 포장된 혐오라는 오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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