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를 미국인들이 반대?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

강명구 2026. 5. 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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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뉴욕 직설] 전작권 환수, 지금이 적기... 비정상을 끝낼 때

[강명구 기자]

 지난 4월 23일 <조선일보> 사설 '전작권 전환은 정치 아닌 군사 기준으로’ 韓美 위한 충언'
ⓒ 조선일보 PDF
한국 보수 매체가 전시작전권(아래 전작권) 환수를 다룰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인용이 있다. '미 의회의 반대', '공화당 강경파의 우려', '국방수권법의 봉쇄 조항'이 그것이다. 이런 인용은 한국 독자에게 두 가지 잘못된 인식을 심어 왔다. 전작권 환수가 미 의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미국 시민의 상당수가 환수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은 미 상원의 비준이 필요한 조약 변경이 아니라 한미 양국 행정부 간 합의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미군이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미국 시민은 극소수다. 만약 이 구조 때문에 미군이 의회 동의 없이도 한반도 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다수가 그 구조에 반대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 다수가 원하는 전작권 전환에 미국 시민 대다수도 찬성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 왜 이렇게 됐을까. 공론화로 잃을 것이 많은 세력이 강력하게 막아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정상이 너무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왔다.

조약이 아니라 행정 약정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1일 체결되고 1954년 1월 26일 미 상원이 비준한 정식 조약이다. 미국 헌법 제2조 제2항이 정한 절차, 즉 상원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거쳤다. 조약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공동의 위협에 대응할 의무를 원론적 수준에서 규정한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법적 기초다.

그런데 조약 본문 어디에도 '전시작전권'이라는 단어가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의 작전 지휘를 누가 맡을지에 대해 이 조약은 아무것도 명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군이 유사시 한국군을 지휘하게 되어 있는 현행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출발점은 1950년 7월 14일이다. 전쟁 발발 19일 뒤,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의 지휘권을 '전쟁 기간 동안' 이양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한시적 위임이었다. 그러나 정전 이후에도 한국은 그 지휘권을 돌려받지 못했다.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정전협정 반대였다. 단독 북진을 공언하며 전쟁 재개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동맹국의 행동 앞에서, 미국은 동맹의 의무를 떠안으면서도 그 의무가 일방적으로 발동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1954년 11월 양국이 작성한 합의의사록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계속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1978년 11월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 역시 같은 합의의사록 체제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군사 제도다. 즉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법적 근거는 양국 행정부가 만든 합의 문서,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군 제도가 전부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조약 변경에는 미 상원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합의 문서와 군 제도는 양국 행정부의 합의만으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국제 협정 가운데 조약(treaty)만 명시한다. 행정 약정(executive agreement)은 헌법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미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행정 약정을 사용해 왔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체결한 국제 합의의 90% 이상이 조약이 아닌 행정 약정 형태로 처리됐다. 조약은 상원 3분의 2의 동의가 있어야 비준·변경되지만, 행정 약정은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체결하고 변경할 수 있다. 1954년 합의의사록은 바로 이 행정 약정에 속한다.

더 결정적인 사실이 합의의사록 자체에 들어 있다. 한국군이 유엔군 사령부의 작전통제 아래 남는다는 조항 바로 뒤에, 양국 협의를 통한 변경 가능성을 명시한 단서가 달려 있다.

'양국이 협의를 통해 상호 및 개별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합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unless after consultation it is agreed that our mutual and individual interests would best be served by a change.)

70년 동안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근거 역할을 해 온 그 문서가, 양국 합의로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본문에 직접 적어 두었다는 뜻이다.

함의는 분명하다.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하는 결정은 조약 변경이 아니라 행정 약정 수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동의하면, 양국 행정부 간 합의만으로 이양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회 봉쇄도, 시민의 반대도 없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지난 11일 미국 펜타곤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6.5.12
ⓒ 국방부 제공
그렇다면 한국 매체가 인용해 온 그 의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025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제1268조의 표제는 '한반도 내 미군 태세 감독'이다. 이 조항이 전작권 전환에 부과하는 제약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양국이 합의한 전환 계획에서 이탈하는 방식으로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는 데 예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양국이 합의한 계획에서 이탈하는 방식으로'라는 문구다. 거꾸로 말하면, 양국이 합의한 계획에 따른 전환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어떻게 들어갔는가. 제1268조는 상원 군사위원회 안에서 만들어졌고, 하원에는 없던 내용이었지만 양원 협의에서 상원안이 그대로 살아남았다. 이를 주도한 것은 군사 매파로 알려진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다. 한국 매체가 '미 의회의 우려'로 소개해 온 이 문구의 실제 출처는 의회 전체가 아니라, 방산 이해관계와 밀접한 한 상임위와 그 위원장의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 해석을 확인했다. 그는 2025년 12월 18일 서명 성명에서, 제1268조는 결심을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라 결심에 앞선 의회의 인증·통보·보고 절차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결정권자는 대통령 자신이고, 의회는 그 결심이 거쳐야 할 절차 기관일 뿐이라는 점을 트럼프 스스로 분명히 한 것이다.

의회가 봉쇄선이 아니라면, 시민의 정서는 어떤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는 1974년부터 미국 외교 정책에 대한 시민 여론을 추적해 온,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조사 기관 가운데 하나다. 2023년 9월 조사에서 미국 시민의 73%가 "한국이 자국 방위에 더 많이 지출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관이 추적해 온 또 다른 질문, 즉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을 한국 방어에 사용하는 데 찬성하는가"의 응답률은 2018년 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5년에는 52%까지 떨어졌다. 미국 시민은 한국이 자국 방위를 더 책임지기를 원하고, 미군의 직접 개입에는 갈수록 회의적이다.

이 정서는 한국 사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의회 승인 없는 자동 군사 개입에 대한 미국 시민의 거부는 50년 동안 일관되어 온 헌법 원칙이다. 1973년 11월 갤럽 조사에서 미국 시민의 80%가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 군대를 보내기 전에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50년이 지난 2025년 6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CNN-SSRS 조사에서도 미국 시민의 65%가 "추가 군사 행동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파와 시대를 가로질러 미국 시민의 다수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외국에서 군사 행동을 하는 것 자체에 반대해 왔다.

이 정서와 한국의 전작권 구조는 정면으로 부딪친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한반도 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되고, 종료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약정 아래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 전체를 직접 지휘한다. 이 세 요소 모두 미국 시민이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거부해 온 형태다.

전작권은 왜 미국 사회에서 공론화되지 못했을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8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답은 음모가 아니라 구조다. 워싱턴에서 한반도 정책을 실제로 다루는 집단은 놀라울 만큼 제한돼 있다. 의회 군사·외교위원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데스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주한미군과 국방부의 아시아 정책 부서, 그리고 한국 자금이 직간접으로 유입되는 워싱턴의 한반도 석좌직들이 그 핵심이다.

이 다섯 자리를 수십여 명이 회전문처럼 돌고 돈다.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의 한반도 석좌 대부분은 한국 정부 산하 공공외교 기관과 한국 주요 재벌 그룹의 출연으로 운영된다. 국무부와 NSC에서 한국을 담당했던 인사는 퇴직 후 한국 재벌의 고위 임원, 한국군에 무기를 파는 미국 방산 기업의 대외정책 책임자, 또는 같은 자금이 흐르는 싱크탱크 석좌로 옮겨간다.

주한미군 사령관 출신 4성 장군들은 한미동맹 예비역 단체 이사진에 자리 잡고, 현직에서는 환수 조건이 미충족됐다고 선언하고 퇴역 후에는 그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자문위원이 되며, 다시 그 자격으로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호명된다.

결론을 떠받치는 언어도 늘 같았다. '조건에 기초한(시간에 기초하지 않은)'이라는 표현은 2014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공식화된 뒤, 역대 모든 주한미군 사령관이 의회 증언에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반복해 왔다. '시기상조의 위험', '한국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문구 역시 30년 동안 분석 보고서, 청문회, 신문 칼럼에 되풀이됐다. 이처럼 표현이 균질하다 보니, 이런 문구를 쓰느냐 여부가 네트워크 안 사람인지를 가르는 표지처럼 기능할 정도다.

여기에 한국 내부의 변수가 더해진다. 한국 보수 진영은 이 네트워크의 발언을 '미국 전체의 우려'로 포장해 국내 정치 자원으로 써 왔고, '대미 공공외교'라는 이름으로 동원된 한국 정부와 재벌의 자금이 거꾸로 그 네트워크를 떠받쳐 왔다.

이 네트워크의 작동 결과는 한국의 전작권 환수 시도 좌절의 역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환수 시점을 2012년 4월로 못 박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2015년 12월로 늦췄고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아예 시한을 없애 '조건에 기초'라는 무기한 형식으로 바꿨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환수 완성을 약속했으나, 마지막 능력 평가 절차가 미군 측의 거듭된 보류로 끝내 마무리되지 못했다.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 그대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한시적 호의가 70년 이어지는 사이, 미국 측은 전시작전권을 자국의 권리처럼 말하고 행동해 왔고, 한국의 일부 진영은 그 권리화를 '미국 전체의 입장'으로 포장해 헌법적 통수권 회복을 '안보 포기'로 규정해 왔다.

이제 비정상을 끝낼 때다

한국 언론이 인용해 온 '워싱턴의 우려'는 미국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 워싱턴 내 소수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가깝다. 정작 미국 다수 여론은 의회 승인 없는 자동 군사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고, 전작권 이양의 헌법상 최종 결심 권한도 의회나 군부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분명히 하며 전작권 이양에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게 전작권은 양수겸장의 카드다. 한국이 환수에 나서면 미군 부담 경감이라는 이익을 얻고, 머뭇거리면 그 사실을 명분으로 다른 청구서에서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글(https://omn.kr/2hy8h)에서 짚었듯, 전작권 이양 지지 이면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해 한반도 밖 작전을 정당화하고, 한국을 후방 군수기지로 만들며, 미·일 동맹 중심 지역 질서에 한국을 하위 단위로 편입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도 양수겸장이어야 한다. 미국이 환수 시점과 이후 조건을 따로 떼어 유리한 것만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국이 먼저 환수 시점과 조건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작전에 대한 협의권, 핵우산·확장억제의 구체적 조건, 한미연합사 해체 뒤 지휘구조 재설계를 모두 한 세트로 묶어야 한다. 조기 환수만 좇다 독소조항에 서명해서도 안 되고, 미군이 결정권을 쥔 군사 평가 절차에 매달리다 환수 시기를 또 놓쳐서도 안 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적 평가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양국 정상이 먼저 환수 시점을 못 박고, 군사 실무를 그에 맞춰 정렬시키는 톱다운 방식이 회복될 때, 환수 이후 조건 협상에서도 한국이 유리해진다. 환수를 미룰수록 트럼프 정부의 요구는 한국 의사와 무관하게 굳어지고, 한국이 손볼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오히려 조기 환수 추진이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자국 군대의 전시작전권을 70년 넘게 외국군 사령관에게 맡겨 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패전국 일본과 독일조차 겪지 않은 일이다. 50개가 넘는 미국 동맹국들도 마찬가지다. 전작권을 미국에 맡겨야만 동맹이 유지된다는 낡은 통념에서 벗어날 때다.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비가역적 결말을 내야 한다. 이번에도 미루면, 또 7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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