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노조위원장 “非반도체는 못해먹겠다”…불붙은 노노 분열

이영근 2026. 5.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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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여명구 (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사측 대표교섭위원, 박수근 중노위원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이틀째를 맞은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과 재원 배분 문제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의 노조 분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내부 갈등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비공개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아직 양측 간 타결 가능성이 있고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오후 7시까지 웬만하면 교섭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이견이 있던 부분을 양측과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중노위가 양측이 수용 가능한 최종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날 회의에서는 성과급 재원 배분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지도부는 ‘부문 70%, 사업부 30%’ 방식의 배분안을 제시한 상태다. 사업부 간 성과 격차를 일부 완화해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최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회사 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 기조는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성과 보상 철학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적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70%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실적을 낸 메모리사업부와 상대적으로 부진한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사내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노조 지도부 제시안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반도체연구원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사내 게시판에 “만성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가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업부 성과 반영 비중을 ‘부문 30%, 사업부 7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적었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피플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업계 안팎에서는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조직 기강 해이는 물론 재계 전반에도 부정적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전혜선 열린노무법인 노무사는 “삼성전자가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면 이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성과 보상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후폭풍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내에선 현실적 절충안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수준의 배분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사의 시각차가 커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붙은 삼성전자 노노갈등, ‘말말말’. [자료제공=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등]

노조 내부 갈등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를 고민해봅시다. 전삼노, 동행이 너무하네요. DX는 솔직히 못해먹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게시글을 삭제한 뒤 다른 소통방에 “집행부에 하소연 글을 잘못 올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송이 부위원장 역시 삼성전자 DX부문과 관련해 “분사할 거면 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내부 반발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사후조정 회의 현장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동행노조와 충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전삼노와 동행노조 집행부는 DS부문 중심의 성과급 요구안에 반발하며 교섭장 앞에서 “DX부문 직원 5만 명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DX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대응연대)도 초기업노조 지도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응연대는 이날 노동부에 초기업노조에 대한 시정명령 및 행정지도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승호 위원장이 지난 3월 총파업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파업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발언한 점이 노동조합법 위반 및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응연대의 법률대리인인 이돈호 변호사는 “파업 참여 여부에 따라 고용상 불이익을 암시해 조합원의 쟁의행위 참여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과정에서도 규약상 필요한 총회·대의원회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같은 취지로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부문 간 칸막이를 더 견고히 하고 있다”며 “5만 명에 달하는 DX부문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DS부문 안에서도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노조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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