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나가 뉴욕 한복판에 세운 구찌의 새로운 르네상스

뉴욕 타임스퀘어가 구찌로 뒤덮였습니다. 이곳의 명물인 디지털 빌보드와 스크린을 구찌 오토모빌리, 구찌 하이 주얼리, 구찌 펫, 구찌 라이프 등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구찌의 영상 몽타주들이 가득 채웠습니다. 아니, 점령하다시피했죠. 고층 빌딩과 초대형 전광판, 셀러브리티와 관광객, 활기와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의 중심에 구찌의 디지털 성벽이 세워진 셈인데요. 그 안에서 뎀나의 첫 크루즈 컬렉션 쇼인 '구찌코어(Guccicore)'가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그런 뉴욕의 중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는 세계에서 가장 과잉된 도시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뎀나는 그 한복판에서 뉴욕 자체를 구찌 세계관의 일부처럼 바꿨어요. 쇼장을 병풍처럼 둘러싼 영상 몽타주는 구찌를 라이프 스타일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처럼 보였는데요. 패션을 넘어 호텔, 자동차, 반려동물, 웰니스를 비롯해 구찌가 거대한 생활 환경으로 확장되는 연출이었죠. 밀라노에서 그가 남긴 말도 같은 방향을 향합니다. "구찌는 제품을 넘어 문화이며 사고방식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브랜드를 특정 스타일로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태도와 인물을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뎀나의 선언. 뉴욕에서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이날 공개된 크루즈 컬렉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찌코어(Guccicore)', 즉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구찌만의 정체성이 실용주의와 일상성을 관통했습니다. 뎀나는 하우스의 스타일 언어를 이루는 퍼펙트 피코트, 클래식 트렌치, 비즈니스 수트, 펜슬 스커트 그리고 이탈리아적 글래머와 우아함의 요소들로 새로운 워드로브를 구축했습니다. 그런 다음 뉴욕 거리에서 볼 법한 캐릭터들에 입혔죠.







뎀나는 이번 컬렉션을 ‘캐릭터 스터디’ 접근 방식의 네 번째 챕터라고 설명했습니다. 라 파밀리아, 제너레이션 구찌, 프리마베라를 거쳐 구축해온 인물 군상과 스타일 언어를 구찌코어로 응집한 셈입니다. 어쩌면 뎀나의 시선에는 옷보다 사람이 먼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선은 구찌코어 쇼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먼저 감지됐습니다. 미국의 선구적 예술가인 로버트 롱고의 ‘도시 속 사람들’ 시리즈에서 비롯된 영감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구현했는데요. 말끔한 수트 차림의 사람들이 몸을 뒤틀고 흔들리고 무너질 듯 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채 춤인지 추락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을 이어나갔죠. 도시의 중력과 속도에 그들의 몸이 반응하는 것이었을까요. 결과적으로 뎀나가 로버트 롱고의 대표작 이미지를 호출한 건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옷들이 런웨이 피스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뎀나는 이번 컬렉션을 시간을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퍼머넌트 워드로브로 표방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반복해서 입게 될 옷이란 의미죠. 그런 점에서 반복해서 입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형되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는 도시의 유니폼이 연상되는데요. 누군가의 긴 인생에서 쓰임과 가치가 거듭된다면, 그 또한 클래식이 될 수 있습니다. 뎀나는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을 테고요.




SF 영화 속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지만, 동시에 놀랄 만큼 현실적인 풍경이랄까요. 쇼의 풍경은 미래 같았지만 지금의 뉴욕과 닮았습니다. 이 지점이 이번 쇼가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뎀나의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도시를 조금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형태에 가깝죠. 더 밝은 스크린, 더 빠른 이미지, 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 더 선명해지는 고독.

뉴욕은 구찌에게 특별한 도시입니다. 70여 년 전 구찌가 첫 해외 매장을 연 곳이 바로 뉴욕이죠. 뎀나의 첫 크루즈 컬렉션 쇼는 일종의 홈커밍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무대에서 뎀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현재 뉴욕이라는 도시가 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구찌의 시각적 언어로 통역해 강렬하고 대담하게 보여줬습니다. 쇼가 끝난 뒤에도 타임스퀘어의 거대한 스크린은 환하게 빛났습니다. 뎀나의 놀라운 비전에 모두가 쉽게 잠들지 못한 하얀 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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