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엔진까지 끌어다 판다, AI로 ‘전선시대’ 맞은 전력인프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고 역대급 실적을 내는 등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키우고 있다.
18일 LS그룹은 계열사인 가온전선과 LS일렉트릭이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전력 인프라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는 올해 약 500억원 규모의 ‘버스덕트’ 납품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최대 4조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른바 ‘전력 고속도로’로 불리는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보낼 때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선 대신 사용하는 설비다. LS일렉트릭은 7000만 달러(약 1050억원) 규모의 진공차단기(VCB)를 공급한다. VCB는 전력 회로에서 과부하·단락 등 이상 전류가 발생했을 때 전기를 빠르게 차단해 설비를 보호하는 장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AEG가 텍사스주에 건립하는 데이터센터에 20메가와트(㎿)급 엔진 ‘힘센’ 33기를 공급한 데 이어,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엔진의 유지·보수까지 맡게 됐다. ‘힘센’은 원래 선박을 위한 동력원으로 개발됐는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커지면서 ‘지원군’ 역할을 맡아 전력용 엔진으로 등판하게 됐다.
전력 인프라와 더불어 케이블 업체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LS전선은 올 1분기 산업용 전선·전력선·중간재·통신사업부문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1%, 16.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온전선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4%, 27.2% 증가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대한전선 매출은 26.6%, 영업이익은 122.9% 급증했다.
국내 전력 인프라 산업은 생성 AI 확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한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보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수혜를 받고 있다.
해외 경쟁자 중에선 GE버노바(미국), 지멘스에너지(유럽), 스미토모전공(일본) 등 선두주자들이 뛰고 있고, 중국 기업들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국내 전력인프라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시장은 지난해 109억8000만 달러(약 16조5000억원)에서 2035년 243억7000만 달러(약 36조57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 인프라 기술의 핵심은 대용량 전력을 송전할 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품질과 납기 준수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초고압직류송전(HVDC)케이블,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능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중케이블 제품의 경우 가격보다 납기가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었고, 해저케이블도 공급 부족 환경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 확대가 전력 인프라 산업의 구조적 성장을 이루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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