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 위기 시대, 교회 상담도 전문성 확보 필요

김동규 2026. 5.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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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의 교회로] <상> 기도와 상담 사이
기독상담은 비밀 보장과 역할 분리, 전문기관 연계 등 윤리적 기준 위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진은 중년 여성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50대 여성 A씨는 오랫동안 ‘내가 잘해야 버림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붙들려 살았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낸 뒤 찾아온 외로움은 남편이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번졌고 약물치료를 받으면서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를 기다리던 기억은 남편과의 관계뿐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A씨는 전문 기독상담을 통해 불안의 뿌리를 찾았다. 상담 과정에서 “남편이 나를 섭섭하게 할 수는 있어도 버리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하나님이 어린 나를 안아주고 계셨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버리는 분’이 아니라 ‘부족한 나를 안아주시는 분’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A씨처럼 마음의 병이 있는 이들이 교회 안팎에서 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9년 205만여명에서 2023년 268만여명으로 63만명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정신건강 관련 기관도 15.1% 늘어난 2949개로 집계됐다.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시대, 교회 안 상담 사역도 더 높은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기도와 말씀, 공동체적 돌봄은 여전히 회복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지만 모든 마음의 문제를 신앙 안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우울증을 비롯해 가정폭력과 트라우마 등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사안을 영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당사자는 더 깊은 죄책감과 고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독상담이 선한 의도를 넘어 비밀 보장과 역할 분리, 전문기관 연계 등 윤리적 기준 위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규리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신앙 권면이나 성경 구절 제시는 기독교 상담이라기보다 목회 지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상담학과 심리학의 도구를 사용하고 동시에 내담자의 영적 자원을 찾아내도록 돕는 전문 영역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상담학과 심리학을 사용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내담자의 영적인 자원을 다루는 것이 기독교 상담의 독특성”이라고 했다.

기독상담이 전문 영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윤리 기준도 필요하다. 교회 안 상담은 목회자와 성도, 리더와 교인이라는 관계가 겹쳐 있어 일반 상담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교인들은 목회자나 교회 리더에게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은 뒤에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 그들과 늘 마주쳐야 한다. 상담 내용이 설교 예화로 사용되는 등 의도치 않은 경로로 공개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교회 안에서 상담 사역을 하는 기독상담가는 반드시 내담자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며 “문서도 암호화해서 상담자 이외에는 볼 수 없어야 하고 상담소 방문 여부도 내담자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 상담 기관으로 내담자를 연결해야 하는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판단 기준은 일상의 변화다. 수면과 식사, 직장생활, 대인관계, 가족관계, 신앙생활이 평소와 달라지고 그 결과 일상마저 어려워진다면 전문적 개입을 권하라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우울증과 자살 위기, 중독, 가정 폭력, 각종 트라우마는 모두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라며 “반대로 평소의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면 주변에서도 살펴보고 전문가와 만날 것을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상담 수요가 늘면서 상담 인력의 자격과 윤리 기준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인력의 자격과 관리 체계를 규정하는 상담 관련 법안을 논의했다.

조영진 한국기독교심리상담학회장은 “상담은 목회의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신앙적 자원까지 함께 살피는 일”이라며 “교회와 상담계가 기독상담의 전문성과 윤리적 부분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로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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