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보다 귀하신 몸…銀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6. 5.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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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ETF 속속 등장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호황과 전기차·우주 산업 등 첨단 산업 성장세가 맞물리며 은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 진열된 실버바. (연합뉴스)
은이 다시 주목받는다. 연초 이후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지난 4월부터 저점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5월 들어서는 20% 이상 오르며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과거 금의 대체재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며 독립적인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함께 산업용 원자재로서 가치가 부각된다.

은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자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관련 금융상품을 선보이는 데 박차를 가한다. 과거에는 없던 은 현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부터 국고채와 은을 절반씩 담은 채권혼합형 등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당분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은 가격이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을 채굴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은 가격 5월 들어 20% 급등

골드만삭스, 최대 309달러 전망

은 가격은 올 1월 온스당 12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흐름은 주춤했다. 3월까지 가격이 약 40% 하락하며 온스당 70~80달러 선을 오갔다. 이란 전쟁이 발발하며 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 4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나며 귀금속 가격이 반등했다.

특히 최근 가격 강세는 금을 압도한다. 일반적으로 금과 은 가격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다만 은 가격 변동성이 금 대비 2~3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은은 금에 레버리지를 건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은 가격이 금보다 상승폭을 키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은값 대비 금값을 나타내는 ‘금은비’다. 동일 무게 은 가격 대비 금 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 가격이 금보다 강세를 보일 경우 숫자가 내려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 비율이 100배 넘어선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진다. 5월 12일 기준 금은비는 54배 수준이다. 즉, 은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뜻이다.

최근 은 가격 강세는 은의 자산으로서 성격 변화가 배경이다. 더 이상 달러 약세나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아니다. 단순한 안전자산을 넘어 전략적 산업 자재로 재평가되는 중이다. 글로벌 은 소비 중 산업재 비중은 약 58%에 달한다. 특히 은은 반도체 회로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전자부품 제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호황과 전기차·우주 산업 등 첨단 산업 성장세가 맞물리며 은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현재 상황도 은 가격에 우호적이다. 은 광산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전체 생산량 약 70%가 구리·납 등 부산물로 채굴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생산 증가가 어렵다. 이로 인해 2021년 이후 5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은 시장 전문기관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은 공급 부족 규모는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4630만온스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올해 은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 최대 300달러까지 가능성을 열어둔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은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을 강조하며 올해 은 가격 전망을 최대 309달러로 제시했다.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에 도달한다는 가정하에 은이 저평가를 해소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1980년 헌트 형제의 은 투기 사건 당시 금은비 역사적 저점 14배를 적용했다. 그 외 씨티그룹(170달러)과 골드만삭스(100달러) 등도 은 가격 상단을 100달러대로 전망했다. 친환경에너지 전환의 핵심 금속이라는 평가다.

전규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 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위험이 줄어들 경우, 귀금속 가격은 전반적으로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은의 독자적인 수요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보유 매력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은 채굴 기업 투자 유효

향후 변동성 확대 주의

은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자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는다. 은 현물 액티브 ETF부터 채권혼합형까지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다.

은 현물 액티브 ETF는 기존 선물형 ETF와 달리 퇴직연금 계좌 투자 제한을 해소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역외 은 현물 ETF를 편입하는 재간접 구조를 통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가 제한된 기존 은 선물 ETF 문제를 풀었다. 투자자는 일반 계좌는 물론,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최대 70%, 연금저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최대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선물 만기 교체에 따른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저비용 구조도 은 현물 ETF의 매력 포인트다. 롤오버는 만기가 임박한 선물 계약을 차월물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은 현물 직접 매입에서 발생하는 부가세와 보관비 등 마찰 비용도 최소화했다.

스타트를 끊은 건 하나자산운용이다. 지난 3월 말 국내 최초로 은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1Q은액티브’를 선보였다. ‘Bloomberg Blended Silver Spot USD Index’를 비교지수로 하며, iShares Silver Trust(SLV), abrdn Physical Silver Shares(SIVR) 등 미국에 상장된 은 현물 ETF를 주로 편입한다. 한 달 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은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TIGER 은액티브’를 신규 상장했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ICE Silver Spot 지수’를 추종하며, 마찬가지로 은 현물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은과 국고채에 50 대 50으로 분산 투자하는 ETF도 등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PLUS 은채권혼합’ ETF를 지난 5월 12일 상장했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을 추종하며 이 역시 채권혼합형 상품으로 퇴직연금 규정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상장일 기준 국내 상장 은 ETF 중 유일하게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100%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ETF 외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은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장한 은 액티브 ETF는 은 현물 ETF에 재간접 투자하는 구조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연금계좌에서 매매 가능한 점도 유리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 가격이 오를 땐 직접적으로 은 채굴 관련 업종 수혜가 크다”며 “특히 고정비용이 큰 산업 특성상 은 가격 상승 시 이익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은 채굴주 ETF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주의할 부분이다. 특히 은은 금보다 시장 규모가 작고 투기적 수요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급격한 수요 둔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태양광 패널 내 은 함량이 줄고 있다는 점도 수요를 일부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올해 태양광 부문에서 은 수요는 전년 대비 19% 감소할 전망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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