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물극필반”…李도 ‘영업익 N% 성과급’ 선 그었다

오현석, 최모란, 김경희 2026. 5. 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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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노동 기본권을 중시해 온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 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라고도 했다. 노동자 권리 만큼이나 기업·주주 권리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 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노동자 이익 균점권은 1962년 5차 개헌 이후 자취를 감춘 기본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헌법엔 그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과유불급(過猶不及), 물극필반(物極必反·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온다)”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따른 초호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1분기에 53조7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뒀더라도, 전체 공동체를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초 청와대는 정부의 직접 개입은 피하고, 노사 간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4일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며 초강수를 꺼내는 동안에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 양측을 오가며 대화 재개를 설득한 이유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일(21일)이 임박하자, 청와대도 최근 삼성전자 파업의 경제적인 파장과 함께 노사 양측 주장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사측 제시안(영업이익 10% 성과급)보다 노측에 유리했던 중앙노동위 중재안(영업이익 12%)을 노조가 거부한 핵심 이유인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에 논의가 집중됐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이런 주장을 수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영업이익엔 위험 비용을 감수한 투자자 몫도 당연히 포함되고, 세금 등을 제외한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제도화하는 것 자체가 공적 부담을 회피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영업이익 N%’ 성과급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경우, 마치 법인세 인상과 같은 결과로 귀결돼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 ▶외국인 투자 위축 ▶국내 기업의 이탈 등 부작용이 생길 거란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 대통령도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하면 파업은 30일간 중단된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회의 중 점심 식사를 위해 회의장을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정부의 대화 압박에 삼성전자 노사는 다시한번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단독조정인으로 나선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업은 안 되는 방향으로 조율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협상에 조금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노위는 19일까지 2차 사후조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노위 차원의 조정안을 제시할 순 있지만, 조정안은 노사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한편, 이날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 신우정)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가 삼성전자의 핵심 신청 항목인 ▶안전 보호 시설 유지 ▶웨이퍼(반도체 원판) 변질 방지 작업 수행 ▶시설 점거 금지 등이 모두 인용되면서, 노조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예정된 총파업 일정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현석·최모란·김경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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