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의 진짜 모습 물었는데, 정원오-오세훈이 보낸 답
[최요한 기자]
"할아버지~ 왜 하필 독재자와 그 딸을 지지하세요?"
2012년, 박근혜와 문재인의 대통령 선거 대결로 한반도 전체가 뜨거웠을 때, 저는 증조 할아버지 뻘(?)이 되는 방촌(方寸) 최서면(崔書勉·1928~2020) 박사한테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지만, 최서면 박사는 오래 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막후 외교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기에 그런 사람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박정희의 구멍 난 신발과 시티즌 시계
최서면은 일찌감치 해방 정국에서 벌어진 '장덕수 살해사건'(1947년 12월 2일)의 여파로 사형과 무기징역, 감형과 형 집행정지의 극적인 인생을 살아온 어르신입니다. 그로 인해 일본으로 망명을 하여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에도 매우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 이후 박정희를 만나고 그의 적극적인 팬이 되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흔을 갓 넘긴, 하지만 누구보다 앞장서서 박근혜가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온갖 매체에서 욕을 해대던 손자뻘 평론가 최요한에게 최서면 박사는 조곤조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지요. 물론 저는 납득을 하지는 않았지만, 왜 최서면이라는 한일 외교가의 거물이 박정희를 지지했는지 이유를 알 수는 있었습니다. 유권자의 일반 심리가 아주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최서면은 1971년 당시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주한 일본대사의 소개로 박정희를 만났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에게 '한 방 먹인다'라는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나도 무정부주의자였는데, 대통령은 언제까지 공산주의자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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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촌(方寸) 최서면 선생 워낙 오랜만에 사진을 찾다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없었습니다. 왼쪽 사진의 아이들은 제 아들(왼쪽)과 제 조카입니다. 최서면 선생은 아이들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
| ⓒ 최요한 |
최서면은 박정희가 세 시간이 지나도록 대화에 방해받지 않도록 한 세심한 배려와 소박한 시계, 그리고 대통령의 구멍 난 신발에 한 마디로 반했습니다. 군사정권의 수괴와 한 번 대결해 보리라 마음먹고 쳐들어간 청와대에서 최서면은 박정희의 팬이 되고 맙니다.
저는 12년 동안 정치컨설팅을 하면서 정치인들의 연출된 '검소'와 의도된 '절약정신'을 많이 보아 왔고 또 때로는 저도 그렇게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박정희의 이날 모습이 의도적으로 연출 한 것인지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유권자가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가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정책, 공약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연출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정치인의 전혀 예기치 못한 모습이나 소탈한 행보에 유권자는 자신의 한 표를 기꺼이 던질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반(反) 박정희 투쟁을 하다 한 순간에 친(親) 박정희로 넘어간 방촌(方寸) 최서면 선생처럼.
어느 국정원장의 선택
제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해서, 유권자가 반드시 거창한 이념이나 정책, 공약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통령 박정희가 매우 검소하고 자신에게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에 감동받은 최서면 선생(이 분은 심지어 스스로 '엘리트의 한계'라고까지 표현했답니다)은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심지어 딸 박근혜까지 지지했지요.
하지만 방촌 선생은 이런 이유나 있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이유로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모 정권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장'이었습니다. 이 사람과 모처에서 만났는데(장소는 비밀입니다), 그날이 공교롭게도 투표일이었습니다. 물론, 투표에 진심인 저는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지요. 명색이 한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장'인데, 어떤 투표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원장님~ 오늘 투표일인데 투표를 하셨나요?" 하고 물어보았죠.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아~ 물론 투표를 했지요. 누군지는 모르고, 내 넥타이 색깔과 같아서 찍고 나왔어요."
구의원을 선택했는데, 정책이니 공약이니 다 필요 없고 자신의 넥타이와 색깔이 같다고 찍고 나왔다는 겁니다. 괜히 기대했다 싶었죠. 그러다 보니 저는 그의 국정원 운영능력에 대해 의심까지 했습니다. 안보 문제에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그는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필요한 신중함과 보안 유지 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은 원장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대통령이든 재벌이든 국정원장이든 단 한 표로 동등합니다만, 책임이 더 많은 사람은 그의 행동도 무거워야 하고 판단도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국정원장'은 무거움도 신중함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사고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또 다시 정치인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이유는 제 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요한이 정치인을 고르는 기준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1998년부터 10년 이상 정치컨설턴트로 활동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방송 평론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최요한은 최소 28년 동안 정치와 관련한 활동을 했으니까, 뭔가 특이한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아니,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니셜) 가신(家臣) 출신으로 늘 정보기관의 미행이 붙는 '아빠' 대신, 동교동에 쪽지 배달을 했던 코찔찔이 초등학생(그때는 국민학생으로 불렸습니다) 최요한으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정치에 관여한 기간은 40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적어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40년도 더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정치권과 관련된 일을 한 사람은 뭔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땡!!!(아주 단호하게^^)
아무리 정치권에서 혹은 정치와 관련된 일을 수십 년 했다 하더라도, 그냥 저도 대한민국의 유권자입니다. 방촌 최서면 선생처럼 정치인이 가진 의외의 모습에 감동해서 지지할 수도 있고, 그 국정원장처럼 제 넥타이와 색깔이 비슷한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제가 유권자로서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준을 고른다면 변함없는 '초심(初心)'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가진 마음가짐과 이후 점차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또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 정치인이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척' 하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저는 서울 시민이기 때문에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서 유력후보 캠프에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후보의 진짜 모습'이나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미담'을 알려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정원오 캠프 쪽에는 오랫동안 정원오 후보와 알고 지낸 이가 답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세훈 캠프 쪽에는 기자 출신 관계자에게 연락을 했지요.
정원오의 의자
오세훈 후보 측은 "언론에 나간 모습 그대로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미담은 없다. 꾸미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라고 알려왔습니다. 김이 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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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오의 의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정원오가 현재 사용하는 의자 |
| ⓒ 정용해 |
정원오의 의자에 대해서
그는
편안함과 안락함보다는
불변함과 딱딱함을 고수해 왔습니다.
사람의 지위가 변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의자일 텐데
2000년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수도권에서 유일한 3연임 기초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된 지금까지
변함없이 바로 이 의자에 앉아
시대를 고민했습니다.
바퀴가 고장이 나면 고장 난 바퀴를 고쳐가며
지위가 달라지면 달라진 대로
고민의 크기가 달리지면 달라진 대로
불변함과 딱딱함을 고수하면서 26년을 버텨왔습니다.
아마도 지금보다 더 큰 자리로 옮기더라도
그는 이 의자를 들고 갈 겁니다.
정원오에게 의자는 단순한 의자가 아닙니다.
서울시민에게 바치는 변함없는 열정입니다. 처음 그 마음입니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든, 고장 난 바퀴를 고쳐가며 변함없이 노력하는 모습이든, 모두 서울시민의 정당한 판단을 받기 바랍니다. 또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분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의 현명한 판단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선거 시기마다 각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끄럽습니다. 오히려 유권자의 투표의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12.3 내란을 막은 우리 현명한 대한국민은 투표를 통해 우리의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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