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상사·소장 등 직장내괴롭힘 혐의로 경찰에 고소... 본원 측 "사실관계 확인 후 답변하겠다"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관련 설명(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국립수산과학원
충남 금산의 한 국립 연구기관에 근무하던 30대 박사과정 연구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고인이 생전 직장 상사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갑질에 시달렸으며, 기관 측의 미흡한 보호 조치로 인해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반면 관계자들은 사건 직후 일제히 자리를 비웠고 상급 기관은 사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충남 금산 소재 국립수산과학 중앙내수면연구소에서 기간제 일반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박아무개(3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중앙 내수면연구소는 물 생태계 보전과 담수어류(쏘가리, 뱀장어 등)의 양식 기술 개발, 토속 어종 복원 등을 전담하는 내수면(강, 호수, 운하 등의 수면) 연구의 중심지다.
사건 당일 박씨의 원룸 컴퓨터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직장 상사들의 폭언과 폭행, 그리고 이를 방치한 조직에 대한 절망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인은 상급자인 A 박사로부터 지속적인 신체적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면서 "손찌검을 네 번 했다", "뒷머리채를 잡아당겨 머리가 뒤로 확 젖혀질 정도였다" 등 당시 목격자가 있었던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또 다른 상급자인 B 박사가 사소한 영역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며 연구원들을 괴롭히는 이른바 '갑질'을 일삼았고,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연구원들이 있었다고 서술했다.
"분리 요청했으나 무대응"... 조직적 방치·따돌림 의혹도
연구소 측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다. 고인은 생전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연구소 책임자인 C 소장에게 총 두 차례에 걸쳐 공식 보고하고 A 박사와의 분리 조치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사무실만 달라졌을 뿐 달라진 건 단 하나도 없었다"며 이후 상황이 오히려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행위자들을)반드시 엄벌해달라"고 적었다.
이밖에 고인의 메신저 대화록을 살펴본 결과, 올해 초 대책을 요구한 이후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유족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 2명과 직장 책임자인 소장 등 3명을 폭행·상해 및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위법행위 혐의로 금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관계자 모두 자리 비움... 본사 측 "관련 내용 모른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구원 2명은 일제히 일주일간의 '장기 휴가'를 냈고, C 소장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부산 기장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본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속 연구원의 사망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연구소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관계자들이 모두 병가나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고 감사부서 등은 회신이 없는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본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라며 "사실관계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이선경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즉각적인 가해자 직무배제와 객관적 조사 등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가 있어야 했음에도, 연구소 측은 사무실만 바꾸는 형식적 대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업무 배제와 은근한 따돌림이라는 2차 가해 환경에 노출돼 고인이 극심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산경찰서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 및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유일한 수산 분야 책임운영기관이자 국립 연구기관으로 수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첨단 양식 기술 개발, 해양 생태계 보전 및 수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맡고 있다. 본원(부산 기장군)과 서해수산연구소(인천 중구), 남동해수산연구소(경남 통영시), 독도수산연구센터(경북 포항시), 중앙내수면연구소(충남 금산군)를 운영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