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부활의 심장 신한울…에너지 안보 최전선 직접 가보니 [현장+]

이수민 2026. 5. 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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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제1발전소 (왼쪽 1호기, 오른쪽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전이 돔 형태를 띠는 이유는 내부의 높은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부를 실린더 구조로 설계한 것은 전체를 구 형태일 때보다 훨씬 큰 용량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일 찾은 한울원자력본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신한울 1·2호기의 압도적인 규모와 독특한 형태였다. 발전소 내부로 들어서기 전부터 엄격한 보안 출입 절차가 이어졌다. 최고 보안을 요구하는 ‘국가시설 가급’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휴대전화 반입조차 철저히 제한됐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원전 운영의 핵심이자 ‘안전’이 집약된 사용후연료저장조(SFP)였다. 약 13m 깊이의 저장조 아래, 투명한 코발트블루 빛을 띠는 붕산수 속에는 연소 후 배출된 연료봉들이 질서정연하게 잠겨 있다고 한다.

김종인 한국수력원자력 차장은 “저장조의 붕산수는 방사선을 차단하는 강력한 방벽 역할을 하며, 대형 펌프와 열교환기를 이용해 24시간 연료의 열을 식힌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울 1호기는 기존 모델보다 저장 용량을 대폭 확대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으며,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냉각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비상 냉각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찾은 터빈실에서는 원전의 압도적인 위용을 오감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축구장보다 긴 거대한 공간에 늘어선 터빈 설비들은 분당 1800회전(RPM)의 속도로 회전한다. 이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고압의 증기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역동적인 과정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김 차장은 “이 터빈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서울시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대한민국 전력 수급의 핵심 보루임을 강조했다.

신한울 1호기 주제어실(MCR)은 수많은 아날로그 계기판 대신 대형 정보표시판(LDP)과 디지털 제어반이 벽면을 채운 모습이었다. 이는 마치 첨단 관제센터를 연상케 했다. APR1400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화된 통합 운전 제어 시스템을 실감케 했다.

황민호 신한울 1호기 주제어실 운영실장은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K-원전’의 정밀한 통제력을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호기 간의 데이터 베이스와 경험, 이를 통한 노하우 공유가 활발하다”면서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설계 변경이 활발히 이루어져, 성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의 심장부를 뒤로하고 이동한 곳은 ‘원전 부활의 전초기지’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전망대였다. 눈앞에 펼쳐진 약 100만 평 규모의 광활한 부지는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거대한 덤프트럭과 굴착기들이 쉴 새 없이 흙을 나르며 기초 굴착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은 고사 위기에 처했던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다시 박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4호기 현장에서는 기존 원전보다 한층 강화된 최신 안전 기술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콘크리트 타설은 기초 굴착을 마치고 원자로 건물 등 주요 구조물을 실제로 쌓아 올리는 본격적인 건설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는 원전의 거대한 하중을 견디고 안전성을 보장하는 견고한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공정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현재 신한울 3호기는 2032년까지의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5월20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완수했다. 신한울 4호기의 경우 2033년 10월까지 준공을 목표로 이번달 27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앞두고 있다.

황희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관리부장은 “바다 먼 곳에서 심층 취수를 끌어다 쓰고, 먼 곳에 배출하고 있다”며 “심층취수를 사용하면 공장 가동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해수 오염을 막고, 해양 생태계 보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뜨거운 열기는 ‘K-원전’이 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현장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출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배경에는 이러한 탄탄한 시공 능력과 검증된 안전성이 자리 잡고 있다” 면서 “신한울은 국내 기술로 완성된 APR1400 노형의 정수로, 1400MW급 전력을 생산하며 국가 에너지 안보의 중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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