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의 완벽한 피날레... 로우지, 카라노 17초 만에 제압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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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전설의 매치업은 17초만에 론다 로우지의 승리로 끝이 났다. |
| ⓒ 넷플릭스 |
로우지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인튜이트 돔에서 있었던 '론다 라우지 X 지나 카라노' MVP MMA 메인이벤트에서 지나 카라노(44, 미국)를 상대로 1라운드 17초 만에 암바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경기 시작 직후 순식간에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뒤 특유의 관절기인 암바를 연결했고, 완벽하게 들어간 기술 앞에서 카라노는 저항할 틈도 없이 탭을 치고 말았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경기 직후 "전성기의 론다 로우지가 그대로 돌아왔다", "완벽한 은퇴전", "여성 MMA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로우지가 자신의 대표 기술로 과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보도하며 이번 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MMA의 상징들이 다시 만났다
이번 경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한 이벤트 매치를 넘어 여성 MMA의 역사를 만든 두 상징적인 인물이 다시 마주했다는 점 때문이다. 카라노는 여성 격투기의 대중화를 이끈 최초의 스타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 후반 스트라이크포스 무대에서 활약하며 "여성 경기로도 메인이벤트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한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 격투기는 지금처럼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었다.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던 격투 스포츠 시장에서 카라노는 외모와 스타성, 실력까지 모두 갖춘 선수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스포츠를 넘어 대중문화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 뒤를 이어 여성 MMA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인물이 바로 로우지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로우지는 MMA 데뷔 이후 엄청난 속도로 정상에 올랐다. 특히 상대를 넘어뜨린 뒤 곧바로 암바를 연결하는 압도적인 파이팅 스타일로 연전연승을 기록했고, UFC 역사상 최초 여성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사실 UFC가 여성부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킨 배경에도 로우지의 존재감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는 "론다 로우지가 아니었다면 여성부도 없었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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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다 로우지와 지나 카라노는 오늘날의 여성 종합격투기를 만든 선구자들이다. |
| ⓒ 넷플릭스 |
경기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공이 울리자마자 로우지는 지체 없이 앞으로 돌진했다. 특유의 폭발적인 압박과 함께 더블레그 테이크다운을 시도했고, 균형이 무너진 카라노는 그대로 바닥으로 끌려갔다. 이후 상황은 순식간이었다.
상위 포지션을 잡은 로우지는 곧바로 오른팔을 잡아 암바를 연결했고, 카라노는 빠져나오지 못한 채 탭을 선언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을 때 전광판에는 아직 17초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 표시돼 있었다.
흡사 전성기의 로우지를 보는 듯 했다. 로우지는 UFC 시절 수많은 상대를 1라운드 초반 암바로 제압하며 '암바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라 맥맨, 캣 진가노, 베스 코레이아 등 당시 최정상급 선수들조차 그녀의 관절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상대를 순식간에 넘겨뜨린 뒤 서브미션으로 연결하는 패턴은 당시 여성부에서 사실상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팬들은 로우지가 케이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번에는 몇 초 만에 끝날까?"를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번 경기 역시 정확히 그런 흐름이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경기였다"고 표현했고, 미국 MMA 전문매체 MMA 파이팅은 "명예의 전당 선수다운 완벽한 엔딩이다"고 극찬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로우지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그녀는 2015년 홀리 홈에게 충격적인 KO패를 당한 뒤 긴 슬럼프에 빠졌고, 이어 아만다 누네스에게도 완패하며 MMA 무대를 떠났다.
이후 WWE 프로레슬링 무대와 영화 활동에 집중했지만, MMA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 허무하게 전성기가 끝났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팬들이 기억하던 '무적 챔피언' 로우지가 다시 돌아왔고, 가장 상징적인 기술로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전설이 남긴 마지막 인사
경기 후 로우지는 사실상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상상할 수 없다. 이제는 가족과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인 로우지는 이미 WWE 활동도 사실상 정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현지에서는 이번 경기가 그녀의 진짜 은퇴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패배한 카라노 역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경기 후 "조금 더 오래 싸우고 싶었지만 다시 케이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로우지와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사실 카라노 역시 이번 경기를 위해 엄청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17년 만의 MMA 복귀전이었고, 감량과 훈련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비록 결과는 패배였지만, 팬들은 경기 후 기립박수로 그녀를 격려해줬다.
17초. 오랜만의 복귀전에 관심이 컸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여성 MMA의 '여제'는 가장 자신다운 방식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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