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오늘 운명의 2차 사후조정…총파업 막판 분수령
성과급 재원·제도화 놓고 최종 담판…정부 긴급조정 시사에 긴장 고조
영업익 15% vs 10%+α 충돌…노조 내부 법적 리스크도 변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마주 앉는다.
성과급 지급 기준과 제도화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이번 2차 사후조정은 파업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 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들어간다.

◇ 성과급 재원 충돌…노조 15%, 사측 10%+α
이번 교섭의 핵심은 성과급 재원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고, 연봉 50%로 묶인 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VA(경제적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한 기존 OPI 제도가 회사 재량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명문화해야 성과급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기존 OPI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경우 OPI와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 배분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OPI 재원은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상한 폐지와 고정적 제도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중노위는 앞선 1차 조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1위 달성 시 기존 OPI에 더해 영업이익의 12%를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검토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최종 협상에서는 영업이익의 12~13% 안팎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 지급률보다 더 큰 쟁점은 '제도화'
다만 지급률보다 더 큰 쟁점은 제도화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방식을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성과가 좋을 때 재원을 쌓아 적자 시 보전하겠다는 회사의 설명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신이 배경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사의 명문화를 믿지 못하겠고 명확한 제도화를 요구한다"고 밝혀왔다.
사측은 고정적 제도화가 향후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사업부 간 보상 격차를 키우며, 다른 기업의 임금·성과급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신 3년간 유연하게 적용한 뒤 재논의하는 방식의 한시적 제도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 정부 긴급조정 시사…노조는 "압박 굴하지 않겠다"
협상 외부 환경도 복잡하다.
정부는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 시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양측에 타협을 촉구했다.
긴급조정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발동될 경우 일정 기간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중재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을 단일 기업의 노사 갈등이 아니라 수출, 금융시장, 협력사,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조는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이 사실상 압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사전 미팅 이후 "긴급조정, 중재로 가면 노조가 힘들 것이라고 해서 그만 이야기하자고 하고 나왔다"며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의 법적 리스크도 새 변수로 부상했다.

◇ 타결 땐 봉합, 결렬 땐 국가경제 리스크로 확산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은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이다. 참여 인원은 최대 5만명 수준으로 거론된다.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이자 최대 규모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생산 차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수출과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고, 반도체 생산라인은 일시 중단만으로도 웨이퍼 폐기와 공정 정상화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메모리 업황이 초호황 국면에 진입한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이날 협상은 성과급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지, 동시에 투자 여력과 조직 통합성을 어떻게 지킬지의 문제로 압축된다.
노사가 중노위 검토안을 토대로 한 절충안을 수용할 경우 파업 리스크는 일단 봉합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협상마저 결렬되면 정부의 긴급조정 검토, 법원의 가처분 판단, 실제 총파업 돌입 여부가 맞물리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숨에 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6일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22년 10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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